▲ 5월 17일 속회한 기독신문 정기이사회는 김성규 사장을 무기한 직무정지시켰다. ⓒ뉴스앤조이 주재일
기독신문 정기이사회(이사장 변우상 목사)는 김영우 목사를 주필로 추천한 김성규 사장을 '무기한 직무정지'시켰으나, 곧바로 열린 실행이사회는 김 사장이 추천한 김영우 목사를 주필로 선임했다. 실행이사회는 사설경호원까지 동원된 살벌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으며, 실행이사회의 결정에 대한 적법성 논란이 일고 있다. 

기독신문사 정기이사회가 속회된 5월 17일 서울 대치동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임태득 목사) 총회회관은 아수라장이었다. 김성규 사장을 성토하는 이사들, 김 사장을 비호하는 임원 들, 사장과 주필의 퇴진을 외치며 시위하는 기독신문사 노동조합(위원장 김희돈), "이사장 측의 의뢰를 받았다"며 출동한 사설경호업체 직원들, 이들 사이에 생길 몸싸움을 염려해 출동한 경찰까지 뒤섞였다.

이사들 "징계하자", 임원·일부 실행이사는 비호

▲ 이경원 목사는 김 사장을 직무정지시켜야 한다고 주장해 이사들의 호응을 얻었다. ⓒ뉴스앤조이 주재일
정기이사회는 오후 1시부터 다섯 시간에 걸친 줄다리기 토론 끝에 투표로 김 사장을 '무기한 직무정지'시켰다. 사장의 직무정지를 주장하는 이경원 목사, 남승찬·이신 장로 등 상당수 이사들은 "김 사장이 4개월 일하고 14개월 동안 감사를 받을 정도로 부패 온상이다. 이 정도 되면 스스로 물러날 줄도 알아야 하는데 정기이사회가 정회된 사이 열린 실행이사회에서 김영우 주필 연임을 추천하는 상식 밖의 행동까지 벌였다. 당장 사퇴시켜야 하지만 총회가 조사중이기 때문에 무기한 직무정지시키자"고 입을 모았다.

이에 맞서 임원과 일부 실행이사들은 사장의 직무정지를 막기 위해 다양한 논리를 동원했다. 총무 김백경 목사는 "같은 안을 총회가 다루고 있는데 하회(下會)인 이사회에서 다룰 수 없다"고 주장했고, 실행이사 하귀호 목사는 "사과문 내고 350만 원 돌려받았으니 그만 용서하자"는 동정론을 들고 나왔다.

서기 최재우 목사는 "직무정지는 노조의 주장이다. 노조가 하는 말대로 따라 해서는 안 된다"고 소리를 높였고, 감사 문세춘 목사는 "예수님 못박듯이 하면 안 된다"고 반대 측을 몰아붙이다가 "김 사장이 예수님이냐, 비유 똑바로 해라"는 비난을 듣고 물러났다.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이 불리해지자, 실행이사 권주식 목사는 "배도 고픈데 그만 갑시다"며 '정회'를 외쳤다. 그런데도 결국 '무기한 직무정지' 안이 올라왔고, 이들의 물타기도 계속됐다. 실행이사 김응선 목사는 "직무정지하지 않기로 개의한다"는 웃지 못할 주장을 폈고, 한 실행위원은 "15일 직무정지하기로 개의한다"고 말해 주변의 야유를 받았다.

전체 이사 180명 가운데 이날 94명이 참석했지만, 투표가 시작된 오후 5시에 62명만이 남았다. 투표 결과는 '무기한 직무정지' 찬성 34표, 반대 20표, 기권 8표. 이사회는 공석인 사장을 대행하는 7인 수습운영전권위원회(위원장 변우상 목사)를 구성하고 폐회했다.

▲ 노동조합은 김영우 주필의 재임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뉴스앤조이 주재일

노조·이사들, 무리한 주필 선임 반발

폐회 후 서기 최재우 목사가 곧바로 실행이사회가 열린다고 광고해 한 번 더 격론이 오갔다. 실행이사회가 14일 김성규 사장의 추천을 받은 김영우 주필을 연임시키려 했다가 노조의 실력저지로 무산되자 이날 사설경호원까지 불러놓고 실행이사회를 강행하려 하자 반발한 것이다.

이신 장로 등 여러 이사들은 "직무정지돼 기능을 상실한 사장이 추천한 것은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고, 남승찬 장로는 "7인 위원의 추천을 받아 주필을 선임하는 게 순리다"고 말했다. 이경원 목사는 "끝까지 그런 장난을 할거냐. 추잡하게 놀지 마라"고 발끈했고, 임은하 장로는 "양심이 있으면 김 사장의 주필 추천을 근거로 실행이사회를 연다고 말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설마 김 주필이 이런 식으로 연임하겠느냐"며 흩어졌다.

그러나 그 자리에서 실행이사회가 강행됐다. 노조가 이를 저지하려 하자 실행이사들은 아래층으로 장소를 옮기고 사설경호업체를 동원해 회의장을 봉쇄했다. 실행이사회는 김영우 주필을 선임하기로 결정하고 20분만에 회의를 끝냈다.

▲ 실행이사회가 열리는 장소를 원천봉쇄한 사설경호원들. 노조는 실행이사회가 불법이라며 이를 저지하려 했지만 끝내 실패했다. ⓒ뉴스앤조이 주재일
회의를 끝낸 이사들은 경호원들의 보호를 받으면서 총회회관을 떠났다. 노조원들이 뒤쫓아가 "목사님, 장로님, 왜 이러십니까" 하며 울며 매달렸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부이사장 김상권 장로는 "이것은 아닌데, 내가 무슨 힘이 있냐"며 푸념만 늘어놓았고, 김삼봉 목사는 매달리는 노조원들에게 "나중에 밥 사줄게" 하는 말을 남기고 도망가듯 떠났다. 노조원들이 주차장 입구에 드러눕자 김응선 목사 등은 택시를 타고 떠났다. 실행위원회를 진행한 변우상 이사장도 경호원들의 보호를 받은 채 떠났다.

한편, 노조는 경호원들과 몸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옷이 찢어지고 찰과상을 입어 경찰에 신고하고, 누가 경호원들을 불렀는지 경찰에 의뢰했다. 

사설경호원 대동, 사전 통보 안한 것 불씨

이번 실행이사회의 김 주필 선임을 두고 교단 내에서는 적지 않은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당시 '설마' 하는 마음으로 흩어졌던 이사들은 "김 주필을 연임시키기 위해 경호원까지 부른 것은 목사·장로로서 부끄러운 일이다"며 "이사회뿐 아니라 총회 차원에서 묵과하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백경·최재우 목사 등 실행이사 측은 "노조의 폭력을 대비한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고 맞서고 있다.

현재 실행이사회 측은 김 주필 선임 사실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은 채 교단 내부의 반응을 살피고 있다. 서기 최재우 목사는 <뉴스앤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실행이사회에 13명이 참여해 과반수를 넘지 못했지만, 속회할 때 과반수 이상 참여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며 정족수 문제에 대한 주변의 문제제기를 일축했다.
 

▲ 노조원들이 주차장 입구를 온 몸으로 막고 김 주필을 선임한 실행이사들에게 대화를 요청했다. ⓒ뉴스앤조이 주재일
그러나 이날 실행이사회에 참여한 감사 문세춘 목사는 "지난 실행이사회 때 정회하면서 정족수에 대한 아무런 조건을 달지 않아 논란이 일 수 있다"며 최 목사와 다른 입장을 밝혔다. 또 그는 "11명이 참석해 1명 기권하고 10명이 찬성했다"며 정족수에서도 최 목사와 주장이 엇갈렸다. 이에 대해 노조는 "실제로 11명이 참석했는데, 정족수가 문제되니까 참석자 수를 늘리려고 입을 맞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실행이사회 측은 속회할 때는 참석자 수와 상관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사전에 광고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문제가 제기되자, 실행이사회는 공회 때 광고하면 문제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행이사회 소집 광고는 실행이사회 10분 전 전체 이사회 폐회 때 서기 최 목사가 광고한 것이 전부. 일부 이사들을 광고를 듣지 못해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최 목사는 "실행이사라면 당연히 정기이사회에 참석해야 한다. 중간에 돌아간 사람도 있는데, 끝까지 자리를 지켜야 자격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실행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은 이사들과 노조는 김영우 주필 선임을 위해 반대파 이사들을 고의적으로 배제한 것이라며 불법 집회라고 주장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 실행이사회가 끝난 뒤 노조가 변우상 이사장을 막고 대화를 요청했다. 그러나 변 이사장은 사설경호원의 보호를 받으며 떠났다. ⓒ뉴스앤조이 주재일

▲ 노조원 박민균 기자가 문세춘 목사를 붙들고 실행이사회 결정은 잘못됐다고 눈물로 호소했다. ⓒ뉴스앤조이 주재일

▲ 사설경호원들과 몸싸움을 벌인 한 여성노조원의 옷이 찢어졌다. ⓒ뉴스앤조이 주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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