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형규 목사(왼쪽에서 두 번째)가 성공회대학교 명예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성공회대는 박 목사가 그동안 한국 민주화에 기여한 바가 커 개교 98년 만에 처음으로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성낙희
박형규 목사가 4월 30일 성공회대학교에서 명예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성공회대는 "깨어 있는 기독교 신앙인의 모범이다. 한국 민주화에 헌신했고 언제나 낮은 곳에서 섬기는 등 평생을 성공회 정신으로 살아 온 분"이라고 학위 수여 동기를 밝혔다.

학위 수여식은 성공회대 개교 98주년(신학과 30주년) 기념식과 함께 치렀다. 18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인영·이미경 민주통합당 국회의원,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함세웅 신부, 김영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 총무, 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 조희연 교수 등이 함께 박 목사를 축하했다.

▲ 박 목사는 1960년 4.19 혁명 당시 한 학생이 경찰에 총을 맞아 피 흘리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아 민주화 운동에 뛰어들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성낙희
박 목사는 "학문 업적을 평가해 주는 학위가 아니다. 사회 발전에 이바지한 사람에게 수여함으로 대학이 사회 발전을 위해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임을 확인하는 것이다"고 성공회대를 치하했다. 이어 그는 "오늘 이 영광을 민주화 과정에서 함께 투쟁한 모든 분들에게 돌린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60~80년대 군부 독재 체제에 투쟁하며 민주화 운동에 나섰다. 87년 6월 항쟁 때는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 상임공동대표를 맡는 등 민주화에 앞장섰다. 여러 차례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그러나 박 목사는 학위를 받으며 자신은 박사에 어울리지 않는다며 한국 민주화는 젊은이들의 기여가 가장 컸다고 영광을 돌렸다.

함세웅 신부는 축사에서 박 목사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평생을 낮은 자리에서 섬기셨다. 목사님의 모든 삶이 믿음에 기초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래 전에 목사님이 '살다가 걸림돌을 만나면 절망하지 말고 디딤돌로 삼으라'고 했다. 나에게 큰 교훈이다"고 했다.

이인영 의원은 87년 6월 항쟁 때 박 목사와 인연을 맺어 오늘까지 왔다. 박 목사에 대해 "평생 한국 민주화에 헌신하고, 겸손하게 목회한 분이다. 그에 비해 이번 학위가 부족할 수도 있지만, 우리 사회에 좋은 귀감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민주주의·인권·평화에 가장 선구적으로 나선 분이다. 목사님 덕분에 한국 사회가 이만큼 올 수 있었다. 학위 수여는 오히려 성공회대로서 영광이다"고 말했다.

박형규 목사는 현재 남북평화재단 이사장으로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초대 이사장과 민주주의 민족통일전국연합 고문 등을 지냈다. 또 서울제일교회 담임목사부터 CBS 상무이사,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장, 교회협 인권위원장 등 교계 요직을 두루 거쳤다.

이날 성공회 정철범 주교도 함께 명예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성공회대는 정 주교가 교육자로서 성공회대 발전에 기여한 바가 커서 박사 학위를 수여한다고 밝혔다. 정 주교는 교회협 회장과 실행위원, 대한기독교서회 이사장, 기독교사상 편집위원 등을 거쳤다.

▲ 성공회 정철범 주교도 성공회대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정 주교는 2005년 정년 퇴임을 했지만 신학대학원 교수들과 후배 사제들이 도움을 줘 5년간 더 강의할 수 있었다며 고마워했다. ⓒ뉴스앤조이 성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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