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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에 생명을 바친 사람, 최병성

[인터뷰] 목사, 4대강 전문가 되다…"나를 희생하면 더 큰 것 지킬 수 있다"

성낙희   기사승인 2012.04.20  10:5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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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17일 '4대강 전문기자' 최병성 목사를 인터뷰했다. 10년 넘게 생명을 지키는 데 '올인'한 그가 '자발적 가난'을 이야기하는 책 <소박한 기쁨>을 냈다. ⓒ뉴스앤조이 성낙희
포털사이트에서 '최병성'을 검색하면 언론 기사만 1000개 이상이 나온다. 최병성 목사가 제기한 문제를 다뤘거나, 최 목사가 직접 쓴 기사들이다. 사람들은 그를 '4대강 목사'라 부른다. 이명박 정권에서 '4대강사업 전문기자'로 활약한 최 목사는 지난 2000년 강원도 영월 서강에 쓰레기 매립장을 만들려는 정부에 투쟁했다. '쓰레기 시멘트'(산업 쓰레기를 넣어 만든 시멘트) 문제로 경제 권력에 홀로 맞짱 뜬 사람이기도 하다. 지치지 않은 활동 덕에 지난해 언론인권특별공로상과 <오마이뉴스> 올해의기자상을 받았다.

직업 기자도 아니고, 단체에 소속한 환경운동가도 아니다. 그렇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현장을 누비고, 발 빠르게 심층 보도를 한다. 민감한 문제를 건드리기 때문에 늘 소송이 따른다. 시멘트 사건 기사는 몇 년이 지난 지금도 법적 문제가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한 번도 포기하지 않았다. 무엇이 그 열정을 멈추지 않게 했을까. 무슨 생각으로 여기까지 왔을까. 4월 17일 서울 청계천에서 최병성 목사를 만났다. 강한 눈빛을 지닌 그는 어깨에 카메라를 메고 있었다.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그를 '생명'에 처음 눈뜨게 한 것은 강원도 영월의 서강이다. 지난 1994년, 그는 홀로 하나님 앞에 깊게 명상하려고 강원도 영월 서강 괴골마을로 내려갔다. 하나님을 만나러 간 곳에서 그는 서강이라는 자연을 만났다. 강의 신비를 발견하고 생명이 무엇인지, 환경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그는 "하나님이 내게 생명을 보여 주었다"고 고백했다.

99년 8월 영월군이 서강 쓰레기종합처리장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최 목사는 '미친 짓'이라 했다. 없는 돈을 짜내 서강의 자연을 담은 사진전을 열고, 서강 살리기 홍보 전단지를 주민에게 나눠 줬다. 있는 힘을 다해 투쟁했다. 최 목사는 당시 심정을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털어놓았다. "'서강을 버리겠느냐, 목사직을 버리겠느냐'는 동료 목사들의 비난까지 견딜 수 있었다. 무엇보다 힘든 것은 서강의 울음을 듣는 것이었다." 1년여 동안 투쟁한 끝에 쓰레기종합처리장 건설 계획이 전면 백지화됐다.

   
▲ 최 목사를 생명으로 사로잡은 것은 서강이다. 서강에 살면서 그는 강의 신비를 온몸으로 느꼈다. 강을 지키는 일은 그에게 사명이 됐다. ⓒ뉴스앤조이 성낙희
서강 지킴이에서 4대강 전문기자로

최 목사에게 서강의 승리는 소중한 밑천이 되었다. 구호와 명분이 아니라 이기는 싸움을 하는 법을 익혔던 것이다. 서강의 울음에 귀를 기울였던 그를 더 큰 강의 울음이 붙잡았다. 그가 4대강 반대 운동에 뛰어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4대강 전문기자'가 되어 있었다. <오마이뉴스> 홈페이지 한 쪽에 있는 고정 연재란 '아! 死대강'은 누리꾼들 사이에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지난 2010년 한 해 3분의 1 이상을 4대강 현장에서 보냈다고 한다. 3년간 4대강에서 살다시피 한 결과로 지난해 <대한민국이 무너지고 있다>를 출간했다.

최 목사는 지금까지 그렇게 많이 4대강에 관해 떠들었는데, 아직도 하고 싶은 새로운 이야기가 머릿속에서 흘러넘친다고 한다. 마르지 않는 원천은 어디에서 오느냐 했더니 "같은 곳을 가도 늘 새로운 문제들을 하나님이 보여 주신다"고 했다. 목사로서가 아니라 기자로 말해 달라고 했더니 '공부'라고 했다. 강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고 대학 교재부터 전문 자료까지 닥치는 대로 읽었다고 한다.

여기에 '열정'을 더했다. 그는 다른 일을 하다가도 바람 쐬러 4대강 현장에 들른다. 지나가는 길에도 들르고, 심심해도 찾아간다. 피서도 4대강으로 간다. 수원에 집이 있지만 4대강을 마을 개천에 놀러가듯이 다녔다. 끝없이 현장을 탐방하면서 머릿속 이론들을 현실에 적용하며 더욱 설득력 있는 무기로 다듬었다.

4대강 문제에서도 그는 이길까. 4대강은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자연이 스스로 본연의 모습을 찾아가는 동안, 자연스러운 흐름에 사람이 저항할수록 더 큰 고통과 기회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질오염과 홍수 위험은 이미 경험하고 있다. 최 목사의 역할은 하루라도 빨리 원 상태로 돌려놓을 수 있도록 사람들에게 경고하는 일이다. 시위나 이론적인 분석이 아니라,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을 성실하게 고발하는 탐사보도로.

거대 권력 연합과 맞짱 뜨다

'생명'에 있어서 최 목사는 크고 작은 권력을 가리지 않고 덤볐다. 지난 2006년, 그는 시멘트 업체와 환경부의 합작품이었던 '쓰레기 시멘트'를 고발했다. 시멘트 안에 각종 산업 쓰레기들이 들어간다고, 우리가 쓰레기 더미 속에 살고 있다며, 충분한 증거를 갖고 정당하게 의혹을 제기했다. 그의 끈질긴 노력으로 시멘트 문제는 공론화됐다. 하지만 검찰까지 나서서 시멘트 업체의 손을 들어 주었다.

최 목사는 '거대 권력 연합'과 싸움을 시작했다. 2009년에는 한국시멘트협회의 요구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심의위)가 최 목사 블로그에서 '쓰레기 시멘트' 글 4개를 삭제했다. 최 목사는 심의위를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소송, 2010년 2월 1심에서 '행정처분 취소' 판결을 받아냈다. 심의위와 싸워 이긴 것은 드문 사례였다. 심의위가 불복해 항소했고 현재 서울고등법원에 재판이 계류 중이다. 오는 5월 3일에 2심 판결이 난다. 최 목사가 다시 승소하면 그동안 이명박 정권에서 벌어진 '표현의 자유 억압' 사건들이 줄줄이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

이 외에도 '한강 걸레상스', '한강 걸레섬', '역사 왜곡한 청계천 복원' 문제까지 개발 폭력에 글쓰기와 운동으로 끊임없이 저항했다. 기성 언론이 관심을 보였다가 눈을 돌릴 때 그는 이슈를 스스로 만들었다. 여러 시민단체가 하기 힘든 일도 홀로 거뜬히 처리한다. 이명박식 청계천 복원의 역사적인 오류를 지적할 때는 학자의 면모까지 보였다. 그래서일까 기자와 활동가, 학자에 대한 아쉬움도 진하게 토로했다. 현장에 그들이 보이지 않는다고, 그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4대강사업과 같은 몰상식한 환경 사건을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부족하다고 했다.

무슨 힘으로 그렇게 지치지도 않고 싸우느냐고 물었다. "가끔씩 힘들어도 생명을 볼수록 다시 회복한다"는 환경운동가다운 대답이 나왔다. 이어 "나의 작은 것을 희생할 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내 것을 희생하면 훨씬 더 큰 것들을 지켜낼 수 있기 때문에 열정이 생긴다"고 신앙인다운 대답도 했다. 분명한 것은 환경이라는 생명을 살리기로 마음먹었다면, 자기 생명을 걸고 온 삶을 쏟아낸다는 것이다.

   
▲ 최 목사는 '생명 지키기'에 모든 것을 건 사람이다. 취미도 자연을 사진에 담는 것이다. 이슬과 새 등 그의 사진은 인기가 좋다. ⓒ뉴스앤조이 성낙희
4대강 다음은 원전 이야기하겠다

최 목사의 관심은 4대강 너머 원자력발전소에 가 있다. 역시 생명에 관한 우리 시대의 중요한 '키워드'다. 원전에 관한 전문 자료들은 이미 넘쳐난다. 최 목사가 관심을 쏟는 것은 대중들에게 쉽게, 그리고 현실감 있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원전에서 엄청난 일들이 벌어지고 있지만, 사람들은 막연히 설마 괜찮겠지 애써 안심한다. 그러한 사람들의 불감을 깨우고 싶다고 최 목사는 말한다. 그는 하겠다면 무서운 집념으로 이뤄내고야 말았다. 원전에 대해서도 자신만의 로드맵을 그려놓았다고 했다.

생명 현장에 투신하며 살았지만 종종 '목사다운' 글을 쓴다. 최근에는 <소박한 기쁨>을 펴냈다. '자발적 가난'에 관한 최 목사의 묵상집이다. 자신은 넘쳐나지도 않지만 특별히 가난하지도 않다고 했다. 그럼에도 자신이 가난에 관한 글을 쓴 이유가 있다. 자신을 스스로 비우는 영성이 없다면, 우리가 사는 지구 생태를 살려낼 수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가난의 영성', 신앙은 광야를 걷는 삶이다. 하나님은 광야를 향한 모험으로 초대한다. 하나님과 살아있는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곳이 광야다. 풍요와 편리함보다 절제와 가난 속에서 하나님의 은총을 누릴 수 있다. 그것을 통해 지구와 교회도 살릴 수 있다."

   
"결핍 상태를 의미하는 가난은 불편과 고통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가난이란 물질적 결핍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가난을 통해 하느님의 부를 누리는 신비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리스도의 풍요를 깨닫게 되면 예수님 대신 다른 것을 채우지 않는 소박한 삶을 즐거워하게 됩니다."

이 책은 고독과 침묵의 길에서 생명 사랑을 통해 하느님을 만난 그의 고백이다. 자연을 알아갈수록 불의 앞에 더 용감해지고 하느님과 더 깊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그의 깨달음이다.

책은 하느님의 자녀들을 행복이 묻혀 있는 보물섬으로 안내하는 지도와 같다. 소유에 마음을 빼앗긴 현대인과 신음하는 지구를 치유할 수 있는 희망의 길을 보여 준다. <소박한 기쁨>은 너와 나, 그리고 하느님의 피조물인 지구 전체를 행복하게 하는 묘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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