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추행 범죄로 사임한 전병욱 목사가 전별금 10억 원과 사택 전세보증금 3억 원 등 총 13억 원을 받은 것이 최근 확인되었다. (뉴스앤조이 자료사진)

죄를 저질러 떠나는 목사에게 교회가 전별금을 과다하게 주는 사례가 늘고 있다. 수년 전 희성교회 황태주 목사는 은퇴 예우금으로 1년 교회 예산을 웃도는 18억 원의 전별금을 요구해 물의를 빚었고, 작년 분당중앙교회 최종천 목사는 불미스러운 문제로 사임하는 상황에서도 교회가 20억 원의 전별금을 책정, 사회적 파문을 불러왔다. 교인들을 상대로 성추행 범죄를 저지른 전병욱 목사가 삼일교회를 떠나면서 전별금 10억 원과 사택 전세보증금 3억 원 등 총 13억 원을 받은 것이 최근 확인되었다.

게다가 삼일교회 교인들은 전 목사가 사임한 지 13개월이 지난 2012115일 공동의회에서야 이 사실을 알게 되어 논란이 일고 있다. 교회는 115일 저녁 예배 후 길자연 목사(삼일교회 임시당회장)의 사회로 공동의회를 열었다. 안건은 2011년 결산안과 2012년 예산안 승인이었다. 결산안에 전 목사의 전별금 10억 원 지급 건이 포함돼 있었다. 전별금은 이미 집행되었고, 사후 승인 절차를 밟는 것이다. 교회 측은 예·결산안 자료를 유인물로 배포하지 않고 20장 정도의 PPT 자료를 화면에 띄워 회의를 신속히 진행했으며, 박수로 의결했다. 전 목사의 전별금도 이러한 간소한 절차 속에 쉽게 통과됐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일부 교인들이 반발했다. 한 교인은 성추행으로 물러난 목사에게 10억 원의 전별금이 지급된 이유에 대한 질문을 교회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렸다. 그는 "사회적으로도 성추행으로 회사에서 해고될 때 퇴직금이 상당 액수 감액되거나 아예 지급되지 않은 것이 관례이다. 성추행으로 교회에서 물러난 목사에게 10억 원이나 지급할 이유가 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인은 지급 액수가 부당한 이유를 세세히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퇴직금 계산법(재직 연수×월급)이 적용되지 않은 점 교회 구성원 대다수가 구직 중인 청년들인 점 다른 교역자 및 직원들과 형평성에 어긋나는 점 정상적인 퇴직이 아니라 불미스러운 일로 물러난 점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 등을 꼽았다. 그는 "당회가 사과해야 한다거나 혹은 돌려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하려는 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삼일교회의 성숙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 삼일교회 당회는 13개월간 전별금과 관련한 어떤 입장이나 사실도 교인들에게 밝히지 않았다. ⓒ뉴스앤조이 정재원

불투명한 지급 절차 또한 문제로 지적됐다. 삼일교회는 201012월 전 목사의 사임 당시에 전별금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회는 전별금과 관련한 어떤 입장이나 사실도 교인들에게 밝히지 않았다. 2012년 공동의회에서야 전별금 전달 사실을 공개한 것이다. 67명의 삼일 교인들은 224일 발표한 공동 요청문에서 "적어도 제직회 이상의 회의를 통해 성도들의 동의를 구했어야 했다"고 말했다.(관련 기사 : 삼일교회 교인들, "전병욱 목사 사건 실체 밝혀라")

손봉호 명예교수(서울대)"그 정도 액수라면 공동의회를 거쳐 의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회가) 돈을 낸 교인들에게 의견을 묻는 절차를 거치지 않는 것은 집권 남용이고 배임이다"고 비판했다. 교회개혁실천연대 오세택 공동대표는 "교회가 자본주의화·세속화하고 사람이 중심이 되어서 벌어진 일"이라고 말했다. 또 삼일교회가 전별금을 지급하고도 뒤늦게 공개한 것은 상식에 맞지 않다며 "교회 재정은 늘 투명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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