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3일 높은뜻섬기는교회(이창호 목사)가 창립됐다. 높은뜻섬기는교회는 청량리중앙교회(김성태 목사)에서 담임목사의 인격과 자질 문제 등으로 내홍을 겪었던 교인들이 분립해 세웠다. 청량리중앙교회는 1년 6개월가량 김성태 목사의 사임을 요구하는 교인들과 김 목사를 지지하는 교인들이 대립해 왔다.

화해의 손 내밀며 분립 결정

둘로 나뉘어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받는 시간이 계속되자 김 목사를 반대하던 교인들은 교회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교인들이 교회 분란을 경험하면서 건강한 교회를 갈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란을 겪고 있는 다른 교회처럼 교회 분립에 따른 재산 분할 소송은 없다. 김 목사의 태도와 지위에 변화는 없었지만, 김 목사에 대해 제기했던 소송도 모두 조건 없이 취하했다. 건물과 돈 등 눈에 보이는 청량리중앙교회는 모두 남기고 떠나기로 결정했다.

대신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남기고 떠나기로 했다. 미움과 다툼을 떠나보내고, 용서와 사랑을 남기기로 한 것이다. 떠나는 교인들은 10월 15일 청량리중앙교회에서 마지막 예배를 드리면서 화해의 손을 내밀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음식 대접도 하기로 했다. 교회를 사랑하고 섬기려고 했던 마음으로  준비한 자리였다.

▲ 청량리교회에서 마지막 예배를 드린 후, 떠나는 교인들이 안타까움과 아쉬움에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날 이들은 화해의 손을 내밀고, 건강한 교회를 세우기 위해 분립을 결정한 것에 감사했다. ⓒ뉴스앤조이 유영
높은뜻섬기는교회 창립 과정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교회로 모일 수 있는 장소를 알아봤지만 마땅한 곳이 없었다. 교회 재산을 모두 포기하고 나오다 보니 재정 마련도 문제였다. 노회와 총회의 결정에 상처받은 교인들이 많아, 노회에 가입하는 문제도 당장은 유보하기로 해 담임목사 청빙에도 어려움이 예상됐다.

이때 청량리중앙교회의 분란에 대한 모든 내용을 잘 알고 있는 김동호 목사(높은뜻연합선교회 대표)가 돕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김 목사는 모(母)교회의 아픔과 친구 장로들의 어려움을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고 했다. 청량리중앙교회 분립 교인들은 높은뜻연합선교회와 연합하기로 했다.

높은뜻섬기는교회 명칭은 교인들에게 공모해 투표로 결정했다. 청량리중앙교회에서 분립을 결정한 교인들이 교회를 세워 추구하려는 정신이 담겨 있다. 교회는 이름뿐 아니라 건강한 교회를 설립하기 위해 민주적인 정관 수립에도 중점을 두었다. 교회 창립에 힘써 온 이철주 장로는 "분립하면 높은뜻연합선교회의 정관을 가져오려고 했다. 높은뜻연합선교회 정관이 민주적이고 건강한 교회를 세우려는 높은뜻섬기는교회의 방향성과 잘 맞는다"고 했다.

높은뜻섬기는선교회 정관은 담임목사 임기제, 재정 공개, 공동의회와 제직회 권한 강화 등이 핵심이다. 담임목사는 6년마다 공동의회에서 재신임을 받아야 한다. 담임목사의 정년은 65세이고, 원로목사 제도는 없다. 장로의 임기는 6년 단임제이며, 원로장로 제도도 없다. 교회 재산 처분은 공동의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고, 교회 재정을 투명하게 운영하기 위해 교회 홈페이지에 결산을 매달 공지한다.

높은뜻섬기는교회 담임은 이창호 목사로 결정됐다. 교회 분란이 담임목사의 자질과 인격 문제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높은뜻섬기는교회 교인들에게 담임목사 청빙은 중요한 관심사였다. 지난 9월, 장로 6명과 교인 대표 3명으로 구성된 운영위원회에서 김동호 목사의 추천을 받아 이 목사 청빙 건을 교인 총회에 올렸다.

섬기다 사라지는 교회가 목표

창립 예배는 10월 23일 오후 3시 명동 청어람에서 열렸다. 창립을 준비했던 교인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수가 모였다. 분쟁 때문에 청량리중앙교회를 떠났던 30여 명의 교인도 돌아왔다. 창립 예배에서는 돌아온 교인들을 반갑게 환영했다. 한 집사는 "돌아온 교인과 함께 예배하니, 교회가 회복되는 느낌이 더 크게 든다"고 했다.

창립 예배 설교에서 김동호 목사는 교회가 쓰고 남은 재정으로 타인을 섬기지 말고, 타인을 섬기고 남은 재정을 교회가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안식년 기간에 미국에서 출석했던 교회 중 섬기는 곳에 사용하는 예산을 매년 1%씩 올리는 교회를 봤다. 이러다 교회 망하겠다 싶었는데, 하나님 섬기는 곳에 재정을 다 쓰다가 교회가 망하면 아름다울 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다. 섬기다 망해도 좋다는 마음으로 섬기기를 바란다"고 했다.

▲ 높은뜻섬기는교회가 창립 예배를 드렸다. 예배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참석했다. 청량리중앙교회 분란으로 교회를 떠났던 30여 명도 함께 교회를 세워 가기 위해 돌아왔다. ⓒ뉴스앤조이 유영
김동호 목사의 설교 후, 높은뜻섬기는교회 이창호 담임목사가 교회 비전을 이야기했다. 이 목사는 △하나님이 주인 되심을 증거하는 교회 △건강하고 올바른 교회 △이웃과 사회를 섬기는 교회 △다음 세대를 위한 인재를 양성하는 교회가 되도록 함께 노력하자고 교인들에게 부탁했다. 또한 이 목사는 2년가량 교인들과 예배에만 집중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먼저 교인들이 이전 교회에서의 아픔에서 회복되는 것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교인들은 앞으로 이전과 다른 교회 생활을 하게 된다. 이들은 목사 한 사람이 결정권을 쥐고 있던 청량리중앙교회를 떠나왔다. 민주적인 교회 운영과 교회 재정 사용 등에서 다른 가치를 가지고 있는 높은뜻섬기는교회 교인이 되어야 한다. 김동호 목사와 이창호 목사는 교회의 비전과 정관을 교인들이 공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적 교회 운영을 위해 교회 정관에 대해서 교인들이 확실히 알아야 교회 운영에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인들의 바람도 초대교회와 같은 건강한 공동체를 이루는 것에 있다. 한 교인은 "김동호 목사의 말씀처럼 섬기다가 망하는 교회, 사라지는 교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 기사는 종이신문용으로 재작성한 기사입니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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