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담임목사의 인격적 자질 문제로 분란을 겪었던 청량리중앙교회가 분립을 결정했다. 떠나는 교인들의 마지막 예배가 지난 10월 16일 열렸다. ⓒ뉴스앤조이 유영
변찬녀 권사(75세)는 청량리중앙교회 식당에서 30년간 밥을 퍼 주었던 주방 봉사부의 최고 연장자다. 은퇴권사가 된 후에도 음식 대접하는 일이 즐거웠기에 식당 봉사를 계속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식사 봉사부에서 봉사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었다. 김성태 담임목사의 인격적 문제를 이유로 교회 분란이 발생했을 때, 진실을 밝혀 교회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생각에 목사를 반대하는 편에 섰기 때문이다.

▲ 변찬녀 권사는 교회 식당에서 30년가량 봉사했다. 변 권사는 단 한번도 청량리중앙교회를 떠날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함께 고생한 이들과 건강한 교회를 세워 가기 위해 분립에 동참했다. ⓒ뉴스앤조이 유영
주방 봉사부에서 어려움을 겪은 지 1년이 조금 넘은 지난 10월 17일, 변 권사는 오늘도 식당에서 교인들 밥을 퍼 주고 있었다. 오랜 시간 교인들에게 음식 대접하는 것을 즐거워했던 변 권사지만, 이날 식당에서 봉사하는 일이 기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1년여 동안 대립하며 어려운 시간을 보낸 교인들이 결국 떠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날 변 권사는 식당에서 떠나는 교인들이 남는 이들을 대접하는 마지막 만찬을 준비하고 있었다.

청량리중앙교회 분란은 담임목사의 자질 시비 때문에 발생했다. (관련 기사 : 담임목사의 자질 시비로 내홍 겪는 청량리중앙교회) 일부 교인들은 김 목사의 사임을 요구했고, 김성태 목사를 지지하는 교인들과 대립하게 됐다.

교회 학교 교사들은 집단 사퇴를 했고, 장로와 안수집사들은 예배와 헌금 위원을 거부했다. 교인들이 진실을 밝히라고 시위를 벌여 교인 간에 시비가 붙기도 했다. 상호 비방하면서 목사와 교인들 간에 법정 소송도 오갔다. 많은 교인들이 김 목사와 교회 사태에 실망해 교회를 떠났고, 나뉜 교인들은 교육관에서 모여 따로 예배했다.

둘로 나뉘어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받는 시간이 계속되자 김 목사를 반대하던 교인들은 교회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새로운 교회를 세워 분립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분란을 겪고 있는 다른 교회처럼 교회 분립에 따른 재산 분할 소송도 없다. 김 목사의 태도와 지위에 변화는 없었지만, 그간 김성태 목사에 대해 제기했던 소송도 9월 30일 모두 조건 없이 취하했다. 눈에 보이는 청량리중앙교회는 모두 남기고 떠나기로 결정한 것이다.

대신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남기고 떠나기로 했다. 미움과 다툼을 떠나보내고, 용서와 사랑을 남기기로 한 것이다. 떠나는 교인들은 10월 15일 청량리중앙교회에서 마지막 예배를 드리면서 화해의 손을 내밀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음식 대접도 하기로 했다.

▲ 마지막 예배 후, 기도회에서 떠나는 교인들이 안타까움과 아쉬움에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날 이들은 건강한 교회를 세워 갈 꿈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했다. ⓒ뉴스앤조이 유영
마지막 예배 시간에는 떠나는 교인들이 꿈꾸는 교회에 대한 나눔이 있었다. 떠나는 교인들이 청량리 중앙교회에서 드리는 마지막 예배였지만, 언제나처럼 설교자는 따로 없었다. 떠나는 교인들은 목사 없이 10개월 동안 따로 예배했다. 이들은 설교 대신 말씀 나눔 시간을 가졌고, 예배위원들이 준비한 말씀 나눔을 담당자 2명이 나와 번갈아 가며 낭독했다.

말씀 나눔 담당자들은 담담하고 힘차게 새로운 비전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들은 "현재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남북문제, 양극화 문제 등은 우리를 증오의 시대로 이끌고 있다. 이제 우리는 증오의 시대를 사랑으로 극복하는 시대를 꿈꾼다. 예수는 온몸을 던져 모든 것을 허물고 갈라진 틈을 메웠다. 우리가 꿈꾸는 공동체는 예수의 몸이 되어 세상에서 예수가 했던 일을 하는 것이다"고 했다.

예배 마지막 순서로 화해와 용서를 위한 기도의 시간도 있었다. 교회에서 문제 때문에 사랑했던 이들과 깨진 관계를 위해 기도했다. 그동안 청량리중앙교회에서 신앙생활 하게 해 주었던 것에 대해 하나님께 감사 기도할 때에는 눈물바다가 됐다. 서로 손을 잡고 새로운 처소로 가는 것에 대한 감사 기도에서도 교인들의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 떠나는 교인들은 그동안 함께했던 남는 교인들에게 감사의 마음과 화해의 뜻을 전하기 위해 점심 식사를 준비했다. ⓒ뉴스앤조이 유영
▲ 떠나는 교인들이 준비한 음식을 배식하고 있다. 떠나는 교인들은 잡채, 샐러드, 과일, 소고기 뭇국을 준비했다. ⓒ뉴스앤조이 유영
예배 후, 식당에는 떠나는 교인들이 준비한 식사가 차려졌다. 이들은 잡채와 샐러드, 홍시 등의 과일과 소고기 뭇국을 준비했다. 줄을 서서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눈물을 흘리며 인사하는 양측 교인들을 볼 수 있었다. 청량리중앙교회에 남는 한 교인은 "한 달만 더 있다가 가면 안 되는가. 너무 아쉬워서 한 달이라도 더 같이 있고 싶다"며 울었다.

식사를 마치고 주방 봉사부가 열심히 설거지와 정리를 하고 있지만, 몇몇 부원들은 안아 주고 악수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청량리중앙교회에 남는 교인은 "어차피 근처에 사니까 자주 만나요. 그동안 수고 많았어요"라고 인사하며 가는 이들을 떠나보냈다.

떠나는 교인들은 새로운 예배 처소에 가서 함께 기도하고 남산으로 소풍도 가기로 했다며 버스에 올랐다. 한 교인이 다짐하듯 말했다. "앞으로 제대로 된 하나님의 몸을 세워야지요." 새로 세워질 교회의 이름은 '높은뜻섬기는교회'이다. 높은뜻섬기는교회는 10월 23일 오후 3시 서울 명동 청어람에서 개척 예배를 드린다.

▲ 떠나는 교인들이 청량리중앙교회에서 기념 촬영을 했다. 이들은 이제 '높은뜻섬기는교회' 교인들이다. ⓒ뉴스앤조이 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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