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와 바른교회아카데미는 한국교회 역할 모델을 찾는 조사와 연구를 했다. 그러나 조사 방법과 결과는 아쉬움이 남았다. ⓒ뉴스앤조이 김은실
한국 개신교의 위기는 많이 회자되고 보도됐다. <뉴스앤조이>와 바른교회아카데미(원장 김동호 목사)는 "문제 해결과 대안을 찾을 때"라는 문제의식을 느끼고 인사이트리서치(박수일 소장)에 의뢰해 한국교회 역할 모델을 찾는 설문 조사를 했다. 결과에 대한 평가는 노치준 목사(광주양림교회)와 최형근 교수(서울신대 선교학)가 맡았다. 연구 결과는 9월 29일 오후 2시 서울 명동 청어람아카데미에서 발표했다.

조사는 개신교 7개 교단(기감·기성·기장·예장고신·예장통합·예장합동) 283명을 대상으로 2011년 5월 9일에서 7월 29일까지 시행됐다. 그 결과 한국교회 모델이 될 만한 바람직한 교회로 다음 30개 교회가 뽑혔다. 

거룩한빛광성교회 (정성진 목사)
안산동산교회 (김인중 목사)
경동교회 (박종화 목사)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
광염교회 (조현삼 목사)
연세중앙교회 (윤석전 목사)
꿈의교회 (김학중 목사)
열린교회 (김남준 목사)
높은뜻연합선교회 (김동호 목사)
온누리교회 (하용조 목사)
만나교회 (김병삼 목사)
전주안디옥교회 (박진구 목사)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
제자들감리교회 (김동현 목사)
바울교회 (원팔연 목사)
지구촌교회 (진재혁 목사)
백주년기념교회 (이재철 목사)
참된교회 (박창하 목사)
부광교회 (김상현 목사)
청파감리교회 (김기석 목사)
분당샘물교회 (박은조 목사)
풍성한교회 (김영곤 목사)
분당우리교회 (이찬수 목사)
향린교회 (조헌정 목사)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
향상교회 (정주채 목사)
선한목자교회 (유기성 목사)
호산나교회 (최홍준 목사)
세계로교회 (손현보 목사)
휴스턴서울교회 (최영기 목사)
신길성결교회 (이신웅 목사)
 *가나다순, 동률 30위 포함

대형 수도권 교회가 모델 교회 대부분

▲조사 방법과 결과에 문제점이 많았지만, 이번 조사를 통해 현재 한국교회 상황을 알 수 있게 되었다는 데 참석자들은 의미를 두었다. ⓒ뉴스앤조이 김은실
노치준 목사와 최형근 교수는 조사 결과에 문제점이 많다고 했다. 바람직한 모델로 선정된 교회의 56.5%가 교인 1,000명 이상의 대형교회고, 서울과 수도권에 있는 교회가 전체의 80%를 차지했다. 노 목사는 "이번 조사의 목적은 전국적으로 유명한 교회의 뛰어난 활동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모델을 선정해서 다른 교회들이 뒤따르도록 하는 데 있다. 결과가 이렇게 편중된 것은 아쉬운 일"이라고 했다.

최 교수는 조사 결과가 현재 한국교회 목사들의 의식 수준을 보여 준다고 했다. 자신들이 이루고자 하는 교회상을 모델로 지목했다는 것이다. 즉, 목회자 대부분이 교회의 본질과 건강성에 대해 관심이 있기보다 교회 크기와 성장에 관심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조사 방법이 달랐다면 결과가 달랐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노 교수는 만약 설문 조사를 했을 때 개척 교회, 중소형 교회, 지방 중소 도시 교회, 농어촌 교회 등과 같은 조건을 달았다면, 유명하지는 않아도 본이 되는 좋은 교회를 찾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최 교수는 조사에 참여한 목회자들의 교회론에 대한 이해 정도에 따라서 결과가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그러므로 이번 조사 결과만 가지고 한국교회 역할 모델을 제시하기 어렵다고 했다.

두 사람은 조사 결과의 한계를 감안해서 조사 결과를 분석했다. 또 개방형 질문이 많았던 만큼 서술 내용에 중점을 두고 연구했다.

모델 교회를 물으면서 그 교회가 잘 감당하고 있는 사역을 물었다. 여기에 대한 답변을 다섯 가지 영역으로 분류해 순위를 정리했다. 다섯 가지 항목은 디다케(교육·양육·훈련), 케리그마(선교·전도), 디아코니아(봉사·사회적 책임), 레이투르기아(예배), 코이노니아(교제·친교·교인 간의 연합)다. 가장 많이 선택된 항목은 28.4%를 기록한 디다케였다. 그 뒤를 케리그마(23.2%), 디아코니아(19.5%), 레이투르기아(18.8%), 코이노니아(10.1%)가 따랐다.

순위
구분 1
비율 (%)
구분 2
전체 백분비
1
디다케
(교육, 양육, 훈련)
28.4
체계적인 훈련을 통한 지도자 양성
10.2
성경 공부
4.2
신앙과 삶을 일치시키는 교육
3.3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한 균형잡힌 교육
3.3
소그룹 활성화를 통한 교육
2.2
차세대 교육
1.5
본이 되는 목회자
0.9
기타 (미자립 교회 지원 등)
2.7
2
케리그마
(선교, 전도)
23.2
선교, 전도 중심의 교회
9.2
다양한 선교 프로그램 및 전략
4.5
해외 선교
4.1
분립 개척 및 타교회 지원
2.7
지역 복음화
1
교회 재정의 적극적 할애
0.8
교회의 사회적 책임
0.6
기타
0.3
3
디아코니아
(봉사, 사회적 책임)
19.5
지역사회와 협력 및 섬김
10.6
사회적 약자 돌봄 (가난한 자, 소외된 자)
4.3
사회 정의
1.1
문화 사역을 통한 섬김
0.6
기타
2.8
4
레이투르기아
(예배)
18.8
성령의 역사로 인한 감동의 예배
4.5
다양한 형식의 예배 추구
3.5
은혜로운 설교
2.6
하나님꼐만 영광 돌리는 예배
2.4
철저히 준비된 예배, 예배 강조
2.3
복음 중심의 설교
1.9
기타 (예전 중심, 새벽 기도)
1.5
5
코이노니아
(교제, 친교, 교인 연합)
10.1
교인 간의 연합
4.5
소그룹을 통한 교제 활성화
2.8
교회의 사회적 책임
0.7
목회자와 교인 간의 친밀한 교제
0.6
이웃 교회와의 연합
0.9
기타
10.1

노 목사는 한국교회가 전통적으로 성경 공부와 체계적 훈련을 통한 지도자 양성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디다케가 1위 했다고 보았다. 그러나 차세대 교육을 잘하고 있다는 답변은 1.5%에 그쳤다. 노 목사는 다음 세대 교육은 매우 중요한 일인데 모델로 꼽힌 교회조차 잘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또 교회 교육이 주로 청장년층에 초점을 맞추고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 준다고 했다.

▲ 최형근 교수는 디다케가 잘하고 있는 사역 1위를 차지했지만, 교회 내에서 실제로 얼마나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김은실
최 교수는 디다케 중에서도 주로 구조화된 제자 훈련, 소그룹 등이 잘 감당하고 있는 사역으로 뽑혔다고 지적했다. 이는 디다케의 본질인 제자도를 중시하지 않고, 교회 자체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교육을 사용한 결과라고 했다.

세 번째를 차지한 디아코니아에 대해서 두 사람은 홍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많은 교회가 사회참여 활동을 하고 있지만 홍보가 부족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회참여와 봉사를 활발하게 홍보해서 교회 이미지를 제고하고 공신력을 세우자고 했다.

 

 

 

디아코니아, 한국교회 10년 후를 위해 가장 힘써야 할 사명

한국교회 10년 후를 위해 힘써야 할 다섯 가지 사명도 물었다. 순위는 디아코니아(31.1%), 레이투르기아(26.5%), 디다케(20.9%), 케리그마(15.5%), 코이노니아(6.0%)로 나타났다.

순위
구분 1
비율 (%)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
전체 백분비
1
디아코니아
(봉사, 사회적 책임)
31.1
사회적 책임 감당을 위해
10.6
교회의 본질적 사명이므로
7.6
교회 이미지 제고를 위해
6.8
선교, 전도의 전략으로
4.4
기타
1.6
2
레이투르기아
(예배)
26.5
교회와 신앙의 본질이므로
13.3
예배가 세속화되고 인본주의적이므로
4.8
하나님과의 진정한 교제가 필요하므로
4
예배가 형식화되었으므로
2.4
복음적인 말씀 선포가 부재하므로
1.6
기타
0.4
3
디다케
(교육, 양육, 훈련)
20.9
그리스도인으로서 소양을 갖추도록
9.2
그리스도인으로서 삶을 살게 하기 위해
4
다음 세대 준비를 위해서
2.8
성경 교육의 필요성
2.2
교회의 성장과 재생산을 위해
2
기타
0.6
4
케리그마
(선교, 전도)
15.5
교회의 본질적 사명 (지상 명령)
7
전도의 필요성
4.8
교회 성장의 원동력
2.4
기타
1.2
5
코이노니아
(교제, 친교, 교인 연합)
6
교인 간의 깊은 교제의 필요
3
교회 본질로서의 코이노니아
1.6
공동체성 회복을 통한 사회적 책임
1.4

디아코니아가 1위를 차지한 것에 대해 두 사람은 현재 개신교가 처한 상황과 사회적 비판의 자기 반성 결과라고 평했다. 그러나 디아코니아를 수행할 때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최 교수는 교회가 기존의 지배 문화에 대항하고 대안이 되는 삶의 양식을 보여 줄 때, 디아코니아가 진정성 있다고 했다. 그렇지 않은 사회봉사는 인본주의적 박애주의의 일종일 뿐이라고 했다.

▲ 노치준 목사는 디아코니아를 전도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도 경계했다. 사회봉사를 직접적 선교의 도구로 사용하면 상대방의 종교의 자유, 자기 결정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김은실
많은 교회가 복지시설 운영을 디아코니아의 방법으로 택한다. 시대가 변하면서 이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게 되었다. 노 목사는 "복지시설은 국가로부터 지원을 받기 때문에 이권이 되었다. '교회가 이권까지 챙기려고 하느냐. 제발 복지에서 손 떼라' 하는 말까지 들었다. 구걸하듯이 해서 빈곤층을 먹이고 입히던 시절과 의미가 다르다"고 했다.

코이노니아가 최하위를 차지한 것에 최 교수는 강한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오늘날 한국교회가 가장 이해를 잘못하고 있는 것이 바로 코이노니아"라며, "코이노니아의 본질적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교회의 표지인 하나 됨과 거룩함을 상실하고 있다"고 했다. 또 극단적인 개인주의가 만연하고 있는 한국에서 교회가 하나님나라의 백성임을 보여 주는 방식은 오로지 공동체라고 했다. 노 목사 역시 4인 가구 중 한 가구에 해당하는 전체 인구의 23.9%가 1인 가구라며, 코이노니아는 고민해야 할 과제라고 했다.

대형 교회가 모델 교회로 선정되다 보니 건강한 교회와 성장의 관계에 대한 논의도 이루어졌다. 노 목사는 건강한 교회가 역할 모델이 되기 위해서는 성장이 필요하다고 했다. 사람들이 모이고 성장하는 실질적 모델 없이 좋은 교회를 논하면 탁상공론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요즘 교인들은 만만치 않기 때문에 건강한 교회가 성장할 수 있다고 했다.

최 교수는 적정 교인 수를 500명으로 제한했다. 그는 500명이 넘으면 교회가 지향하는 공동체 유지가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교회는 반드시 하나님을 섬기는 자세와 자기희생적 태도를 바탕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했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조사 방법과 결과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이만식 교수는(사진에서 일어나 있는 이)조사 방법의 잘못을 지적했다. ⓒ뉴스앤조이 김은실
질의응답 시간에는 조사 방법과 결과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이만식 교수(장신대 목회전문대학원 사회복지학)는 설문 표본이 대표성이 없으므로 조사 결과를 일반화할 수 없다고 했다. 잘못된 사회조사는 안 하느니만 못한데 이번 조사가 그렇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에 박수일 소장은 "300명의 응답을 얻기 위해 3,000명과 접촉했다. 답변하는 사람이 너무 적었다. 오죽하면 이랬을까. 최선은 다했다"고 했다.

참석자들은 조사 결과에 좌절하고 분노했다. 대형 교회가 모델로 선정되어 동기부여가 되지 않고 좌절감만 느꼈다는 것이다. 한 개척 교회 목사는 "한국교회의 바람직한 역할 모델이 아니라 목회자들이 바라는 이상향이 조사 결과로 나왔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목회자들의 인식 수준이 밝혀졌다"고 평했다.

다른 참석자는 "오늘 여기에 목회자들이 인산인해를 이뤄서 들어오지 못할까 걱정했다. 그런데 30여 명 정도만 참석해서 실망스럽다. 많이 오지 않은 것은 그렇다 쳐도 3,000명 중 300명만 답변을 하다니 목회자들 사이에서 학연, 지연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겠다"고 했다.

김동호 목사는 세미나를 정리하면서 "인원이 이 정도만 되어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설문 조사를 통해 역할 모델을 찾는 것이 불가능하긴 했지만, 의미 있는 행동이었다고 생각한다. 덕분에 한국교회 현실과 수준을 알게 되었다"고 이번 조사에 의미를 두었다. 김 목사는 역할 모델 찾기를 계속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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