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의식주가 해결되면 동물과는 달리 명예욕이라는 것이 불쑥 튀어나온다. 특히 남자는 사회적 활동을 해야 행복하고 다른 남자들과 경쟁하는 재미에 산다. 그래서 명예가 중요하다. 극단적인 예로 사무라이는 명예 때문에 살고 죽는다.

성경에도 명예를 얻으려고 거짓말하다가 하나님으로부터 벌 받은 부부가 있다. 아나니아와 삽비라다(행 5장). 요셉이라는 성도가 자기 땅을 팔아서 사도들 앞에 바쳤다. 그는 성도들의 주목을 받고 사도들의 인정을 받았을 것이다. 아나니아는 자기도 질세라 땅을 팔고 교회에 바친다.

그러나 그의 교회에 대한 열심은 비극으로 끝난다. 아나니아의 열심은 순수하지가 않았다. 요셉이 한 것같이 자기도 하면 교회에서 명예를 얻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렇게만 됐으면 얼마나 좋았으랴? 교회에도 도움이 됐겠고 성도들의 칭찬도 받았을 텐데 말이다. 그러면 하나님의 칭찬은 못 받았을지라도 말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헌금을 받는 교회 지도자가 어떻게 처리하는가 보자. 나 같아서라도 돈이 어디서 어떻게 생겼는지 아랑곳없이 감지덕지 받았을 것이다. 그리고 다음 장로 선거가 언제 있을지 다이어리를 뒤적였을 것이다. 그러나 성경에서 사도 베드로는 아나니아 부부를 심하게 다루고 있다. 헌금 행위의 동기가 잘못되었으며 그래서 성령을 속이는 죄까지 저지르게 된 것이다.

만약에 베드로가 '묻지마' 헌금을 눈감고 받았더라면 세상 법으로는 공모 죄에 걸렸을 것이고 (더러운 돈을 따지지 않고 받았으므로) 하나님 앞에서는 탐심으로 인한 지도자로서의 직무유기죄에 걸릴 것이다. 어떤 목사님은 장로들에게 세금 명세서를 요구했다고 한다.

필자는 교회 재정에는 필요 이상의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재정부에는 직접 간섭하지도 않았다. 예수님도 돈에 대해서 경고를 많이 하셨다. 돈으로 인한 죄를 짓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목회자가 성도들의 경제활동에 대해서 성경적으로 가르치고 감독을 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나 자신이 돈의 유혹에 빠질까 두려워서 돈에 관한 한 멀리하려고 노력했다. 주일 아침 주보에 나오는 헌금 통계에 눈이 가는 유혹 같은 것 말이다. 어떤 장로가 십일조를 안 냈는가를 알아야 하는 유혹 말이다.

돈과 명예욕은 불가분이다. 사람은 떡만으로 살 수 없다. 배가 부르면 명예욕이 생긴다. 그것이 인간의 죄 된 본능이다. 예수님은 경고한다. 구제할 때나 기도할 때 사람의 칭찬을 받으려고 하지 말라. 그렇지 않으면 하나님의 상급은 없다. 잠깐 있다가 없어지는 사람의 칭찬을 받으려고 살 것인가? 영원한 하나님의 상급을 위해서 살 것인가?

목사가 조심해야 할 것은 여자와 돈 그리고 명예욕이다. 돈 벌려고 목사 된 사람은 없겠지만 가끔 돈의 유혹에 빠지는 목사를 본다. 목사에게 가장 큰 유혹은 역시 명예욕일 것이다.

목사가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큰 교회, 성도가 몰려드는 교회, 성도가 목사를 왕같이 받드는 교회, 세상이 알아주는 교회일 것이다. 이런 교회를 가지려면 박사 학위가 필요하다. 그것도 해외 박사라야만 된단다. 이것을 한국교회 성도들이 원한단다. 그래서 학력이 화려한 목사, 외국어를 몇 개 하는 목사를 원한다(해외 신학 박사 학위를 가진 사람은 최소한 5개 국어를 한다고 한다. 영어는 기본이고 구약을 원어로 공부했으니 히브리어, 신약의 헬라어, 신학에 필요한 독일어, 그리고 라틴어를 합하면 5개 국어를 하는 학자가 된다). 자본주의 시장에서는 고객이 원하는 바에 만족하도록 해 주어야 한다. 그러나 교회와 목사가 자본주의를 따라 살아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최근에 한기총 선거에 돈이 관련됐다는 사실이 보도됐다. 이런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사람이 명예욕을 벗어 버리지 않는 한은 계속될 것이다.

대학교수로 임용되려면 돈을 바쳐야 한다는 소문도 있다. 해외에서 박사 학위 따려고 부인을 반 죽여 놓고 또 학자금은 얼마를 투자했는데, 교수라는 명예를 따기 위해서 돈을 또 내야 한다면 기가 막힐 노릇이다. 만약에 신학교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면 신학생들은 누구를 바라보고 배울 것인가(마23:1~7). 그 신학생들이 장차 목회를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어른들은 정치(?)를 한다지만 신학 교수들만은 순수해야 하지 않을까?

김북경 / 국제장로교 영국교회 장로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