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탑동 새벽은 교회 종소리가 깨웠다. 비 오는 날에도, 종을 치는 밧줄마저 얼어붙는 겨울날에도, 종은 변함없이 울렸다. 권정생 선생은 어린 시절 가난 때문에 떠돌다 조탑동에 정착했다. 그 뒤 교회 문간방에 살면서 종지기로 일했다. 권 선생은 결핵과 늑막염 등으로 고생하면서도 끝까지 종 치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가 사람들에게 들려준 건 종소리뿐만이 아니다. 선생이 들려주는 동화를 듣기 위해 동네 아이들이 몰려들었다. 거름으로도 쓰이지 못하는 강아지 똥이 마침내 민들레를 피워 내는 이야기,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몽실 언니 이야기…. 아이들은 동화 속에서 희망을 얻고 꿈을 키웠다.

권정생 선생의 동화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 것은, 물질과 명예 앞에 초연한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지만 허름한 토담집에서 살았다. 자신을 위해 돈을 쓰지 않고 마을에 어려운 사람들을 도왔다. 그마저도 알리지 않고 조용히.

<별이 된 동화 할아버지>는 권 선생의 삶을 동화로 그려 냈다. 그의 삶은 그가 창조한 동화 속 주인공 이야기만큼 아름답다. 동화지만 어른들이 읽으면 더 좋을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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