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예산 10%가 가는 곳

며칠 전 시골 교회에서 사역하고 있는 한 목회자를 만났다. 그는 요즘 한국교회의 실태와 건축에 대해서 여러 가지를 물으며 자신의 계획을 이야기했다. 현 지역사회를 품고자 하는 마음으로 교회가 장례 문화에 더 가까이 가야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교회를 다시 짓게 된다면 영안실도 겸비해서 어려운 사람들 마지막 가는 길도 함께해 주고 싶다 했다. 그 과정에서 여러 건축업자들과 접촉을 시도해 본 결과 지금까지 소문으로만 듣던 교회 건축의 기본 사례를 알고서 비애감마저 든다 했다.

설마 목회자들이 그런 검은 돈을 탐낼까 하는 의구심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대부분 건축비의 10%를 건축업자가 비공개적으로 목회자에게 주는 경우도 있다. 만약에 건축비가 공개되었을 때는 건축에 관계되는 사람들이 사이좋게 나누는 경우도 있고 아주 드물게 건축 헌금으로 대체하는 경우도 있다.

요사이 한국교회에 이곳저곳에서는 건물을 짓느라 요란하다. 그 대표적인 교회가 바로 사랑의교회다. 설마 사랑의교회의 거액 건축 예산 10%를 누군가가 꿀꺽할 리는 없을 것이다. 그 교회는 담임목사부터 워낙 믿음 좋은 사람들이 모여 있기에 말이다.

그러나 건축 과정에서 이웃들의 원성을 듣게 되었다. 진정한 복음 전파의 의도가 이렇게 일방통행식으로 불법의 담을 넘어서는 것은 자칫 복음을 부끄럽게 할 수 있다. 아마도 그 동네 하나님은 서초동 법원 근처에서 임재하시기에 법도 무섭지 않나 보다. 원래 법이라는 굴레도 크고 높고 힘이 센 편으로 대부분 기울어 가니 마침내 법의 저울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서초동 주민들도 뿔이 났다. 드디어 '사랑의교회 건축 특혜 허가 취소 무효 시정'을 법에 호소했다. 

네 이웃의 것을 탐내지 말라

항상 건설 현장에는 기생충과 같은 지도충들이 들끓기 마련이다. 그곳에는 반드시 먹을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정치는 4대강 사업으로, 종교는 온통 교회 건물 짓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공사가 많은 곳에는 불법과 손을 잡고 눈먼 돈들이 좌충우돌 부딪쳐 대형 사고로까지 이어진다는 것도 명심하기 바란다.

교회는 머리 큰 자들이, 정치판에는 권세를 거머쥔 자들이 교리와 법과 공정을 외치면서 자신들의 야망을 채우는 아주 위험한 곳이다. 오죽하면 예수님이 마구간에서 태어났겠는가. 또한 하나님의 아들이지만 목수의 아들로, 의인이지만 죄인의 모습으로 가셨겠는가. 성서 66권 전체에도, 예수님의 전 생애도, 건물 짓고 불법을 자행한 흔적이 없기에 말이다.

6월 16일 서초동 서울 행정법원 1층 접수실에서 '사랑의교회 건축 특혜적 허가 취소 처분 무효 시정'을 청원하는 서초구 지역 주민 행정소송이 접수되었다. 서초구 지역 주민과 황일근 의원을 비롯한 10여 명이 불법 건축 허가를 둘러싼 권력 개입과 종교 특혜를 주장하며 행정법원 앞에서 그들의 입장을 밝혔다.

지하 공간 공공 도로인 '참나리길' 지하를 점유해 예배당 용도로 허가받은 것과, 서초역 지하철 2호선 3·4번 출입구를 폐쇄하고 교회의 입구 로비와 직결되는 지하로 연결하도록 변경한 불법과, 공공 도로인 '소로'를 폐지하도록 한 허가 등에 대한 소송이다.

(사진 제공 국인남)
사랑의교회에는 참으로 대단한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그동안 여리고성을 돌듯이 수시로 성도들이 모여서 기도한 덕분인지, 아니면 숫자와 물질과 교세로 밀어붙이며 마치 조직의 힘을 과시하는 것인지, 드디어 지역 주민들이 불법을 자행한 교회를 향해 외쳤다. 매번 법을 잘 지켜 주라는 이웃의 말을 무시하니 이들도 법정으로 갈 수밖에 없다.

상식적인 교회의 사명은 불법을 자행하는 곳이 아니라 가장 먼저 법을 지키는 정직한 곳이다. 그런데 이상할 정도로 교회는 불법을 가까이 하고 사랑하기까지 한다. 사랑은 정직과 친절과 질서에 순종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의 실천이다. 그러나 무언가를 얻기 위해 수단과 불법을 자행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범죄다. 왜 범죄를 교회가 앞장서서 자행하며 이웃과 세상에 치부를 드러내는 것인가.

그동안 초호화판 대형 교회 짓는 것을 어느 단체도 막을 수가 없었다.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대두되었지만 그들의 말처럼 '왜 남의 집 짓는데 너희들이 난리야' 식이다. 내 집을 지어도 남의 땅(공공 도로)은 침범하지 않고 짓는 것이 기본 도리 아닌가. 십계명 중 마지막 열 번째가 바로 "내 이웃의 것을 탐내지 말라"이다. 아홉 계명만 알고 있다면 지금 당장 눈과 귀를 열어 열 번째 계명을 하늘의 우렛소리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서초동 근처에는 아주 작은 교회들이 많다. 이상하게 필자의 눈에는 서초동 꽃마을을(구 지역, 현 사랑의교회 신축 현장) 지날 때마다 마치 대기업이 문어발식으로 기업을 확장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작은 구멍가게(작은 교회)를 삼키며 그들의 생계를 밟고 서 있는 공룡의 모습으로만 보인다. 수억 년 전 공룡은 가장 큰 동물로서 힘과 위력을 과시했지만, 지금은 이미 멸종되었다. 왜? 너무 거대해서 지구상에서 사라져 버렸다.

지금 우리 사회는 불법과 편법이 만행하며 작은 자들을 짓밟고 서 있다. 종교 집단마저 세상과 맞장구치며 힘을 과시하는 것은 집단 이기다. 세상을 이기고 거룩과 경건으로 질서를 지켜야 할 곳이 바로 붉은 십자가가 우뚝 서 있는 곳 아닌가. 십자가는 상품도, 광고 용품도 아니기 때문이다. 십자가는 오직 사랑을 실천하고 법질서를 지키며 작은 자들을 살리는 지극히 작은 곳이다. 이렇듯 거대 종교 집단이 당연하게 법을 이용하고 남용한다면, 언젠가는 공룡처럼 사라진다는 것도 깨달아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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