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억 300만 원.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희성교회에서 25년간 시무하다 2009년 2월 은퇴한 황 아무개 목사가 받은 '전별금'이다.

이는 △퇴직금 1억 6,700만 원 △은퇴 후 2010년부터 18년간 생활비의 70% 일시불 지급 7억 5,600만 원 △2009년 1년 치 급여 전액 일시불 지급 8,000만 원 △현재 살고 있는 사택 증여(마포구 소재 45평형 아파트) 8억 원을 합친 것으로, 이 교회의 1년 예산인 16억 원을 웃도는 액수다.

▲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희성교회. ⓒ뉴스앤조이 유연석
전별금 액수는 당회와 제직회 그리고 공동의회를 거쳐 결정됐다. 하지만 지난해 1월 <뉴스앤조이> 보도에 따르면, 일부 교인들은 이 절차가 형식적이었다고 반발했다. (관련 기사 : 교회 예산 16억 원, 목사 은퇴 예우금 18억 원) 황 목사가 받을 총액에 대한 정보가 교인들에게 제대로 제공되지 않았다는 것. 이들 교인들은 제직회와 공동의회가 끝난 뒤 약 3주 후에야 황 목사가 받을 금액이 18억 원이 넘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황 목사는 퇴직금과 은퇴 예우금의 액수를 직접 제시하는가 하면, 이를 일시불로 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일부 교인들은 "18억 원이면 일반인은 평생 벌어도 만져 보지 못할 액수다"라며, "이런 거금을 성직자가 직접 요구해서 받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이후 <뉴스앤조이> 보도 당시까지도 이 교회는 1년 가까이 내홍을 겪었다. 이 교회 A 집사는 지난 7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전별금의 액수도 액수지만 목사님이 전별금을 가져가는 과정이 비상식적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후 목사님이 18억 원을 모두 가져갔고, 집과 돈에 대해서는 교인들이 세무서에 신고해서 지난 2월 말 (세금) 추징을 한다는 연락을 (세무서로부터) 받았다"고 말했다.

"목사가 가난하던 시절, 교회 떠나면 먹고 살게 없으니 줬는데…"

20억 원. 지난 3월 27일 분당중앙교회 당회·위원장 모임이 '불명예 사임'하는 최 아무개 목사에게 주기로 잠정 결정했던 전별금이다. 여기에는 퇴직금 3억 원, 위로금(개척 지원금) 10억 원, 사택 7억 원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교인들은 '전별금 지급 금지 가처분 소송'을 검토하는 등 크게 반발했다. 하지만 이후 최 목사는 사택을 제외한 전별금 13억 원을 받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고, 당회가 이를 수용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보내는 쪽에서 예를 차려 작별할 때에 떠나는 사람을 위로하는 뜻에서 주는 돈'. 사전에서 정의하고 있는 '전별금'의 의미다. 그렇다면 이러한 '전별금 문화'는 어떻게 생겨나게 된 걸까. 남오성 목사(교회개혁실천연대 사무국장)는 지난 6일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목사가 가난하던 시절, 신도들이 생활비 외에 교육비도 챙겨 주고 사택도 챙겨 주고 교회를 떠나면 진짜 먹고 살 게 없으니까 전별금도 주던 전통이 있다"며 전별금의 '기원'을 설명했다.

"우리나라가 1970년대 경제성장, 1980년대 강남 개발 이후 초대형 교회가 출현하면서 목사들이 더 이상 가난하지 않다. 목사가 교회 내 성도 중에서 부자인 경우가 많고, 심지어 어떤 목사들은 '목사가 가장 부자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목사가 가난할 때 있었던 미덕과 전통이 목사가 엄청 잘살게 되었을 때도 남아 있는 게 바로 전별금이다."

대형 교회들, '퇴직 예우금' 기준 묻자 "대답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전별금과 관련해 정해진 기준은 없다. 남 사무국장은 "교회에서 교단에 내는 연금이 있는데 대형 교회 목사는 교단으로부터 이러한 '퇴직연금'을 받고도 사회적인 통념의 퇴직금((퇴직 당시 연봉÷12)*근속년수), 위로금, 심지어 (정년이 남았을 경우) 개척 지원금까지 받는다"고 전했다. 남 사무국장은 "대형 교회에서는 목사를 일종의 창립자로 보기 때문에 '나가는데 많이 줘야지'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다른 교회의 사례는 어떨까. <오마이뉴스>는 지난 7일 대표적인 '대형 교회'라고 할 수 있는 여의도순복음교회, 소망교회, 사랑의교회, 삼일교회, 온누리교회 등을 대상으로 전화 취재를 진행했으나 대부분의 교회가 '퇴직 예우금'과 관련된 답변을 거부했다. "퇴직금은 당회 규정에 따라 사무처에서 계산해 지급한다"고 밝힌 사랑의교회 사무처 관계자는 '퇴직금 이외에 사택이나 다른 위로금 등을 지급하느냐'는 질문에 "대답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담임목사가 여신도 성추행 논란으로 사임한 한 교회의 장로 역시, "최근 트위터에서 해당 목사가 전별금으로 13억 원(퇴직금 3억 원, 사택 10억 원)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을 알고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의견을 제시하고 싶지 않다"고 전화를 끊었다.

▲ 서민들이 평생을 만져 보기도 힘든 금액을 지급하는 '전별금 관행'은 사회적으로는 비난의 대상이고 종교적으로는 죄악이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전별금 관행…"사회적으로는 비난, 종교적으로는 죄악"

대형 교회에서 관행화된 전별금에 대해 남재영 목사(대전 빈들교회)는 "한국의 내로라하는 교회 목사들은 교회가 어느 정도 크면 서민들이 평생을 만져 보기도 힘든 전별금을 받아 나가야 하는 것이 관행이 됐다"며, "이는 사회적으로는 비난의 대상이지만 종교적으로는 죄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형 교회 목사들의 경우, 교회 자체가 사적 소유라는 생각이 있고 교회 공동체 안에서 제왕처럼 권력을 누려 오다 보니 해임하고 난 다음에도 그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어 한다. 그것을 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 자기 아들을 세습시키는 거고, 그게 안 되는 사람들은 자기가 평생 해 왔던 것들에 대한 보상을 돈으로라도 받으려 한다. 비뚤어진 탐욕이다."

그는 "누구라고는 말할 수는 없지만, 목회 마지막 인생에 살아 봐야 얼마나 살 거라고 몇 억씩, 적잖은 돈을 요구하며 먹칠을 하고 목회를 그만두는 목사들을 보면서 안타까웠다"며, "목사는 늘 설교할 준비, 늘 이사 갈 준비, 늘 죽을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남 목사는 이어 "주요 교단에서는 '은급(연금) 재단'이 있어서 이곳에서 일종의 '퇴직연금'을 준다"며, "은급 제도처럼 특혜 받은 일부 목사가 아닌 모든 목사들이 수혜자가 될 수 있는 공적인 퇴직 후 예우 제도를 만들고, 대형 교회들이 이에 지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현진 / <오마이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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