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피밀 카페 1호점인 방이점. 2008년 10월에 개장한 방이점은 주민을 위한 '동네 카페'로 자리잡았다. (사진 제공 커피밀)
2008년 10월 13일. 디딤돌교회(윤선주 목사)가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커피밀 카페 1호점을 개장하는 날이었다. 20여 석의 좌석에는 빈자리가 없었다. 아니다. 한 자리가 남았다. 첫 손님을 위해서 비워 둔 자리다. 나머지 자리는 디딤돌교회 교인들이 채웠다. 개장 첫날부터 파리를 날릴까 봐 궁리한 전략이다.

문이 열렸다. 첫 손님이 들어섰다. 여자 손님이었다. 카페 안에 자리 잡은 교인들은 애써 태연한 척했다. 윤선주 목사는 손님에게 다가가기가 망설여졌다. 첫 인사를 뭐라고 해야 하나.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손님에게 다가서는 윤 목사의 심장이 쿵쾅거렸다. 일단 주문을 받는 건 성공.

30여 분쯤 지나 손님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손님이 나가는 것을 '위장 손님'들은 곁눈질로 지켜봤다. 카페에 정적이 흘렀다. 이윽고 윤선주 목사가 "만세! 만세!"를 외쳤다. 첫 손님을 무사히 받았다는 기쁨의 탄성이었다. 가슴 졸이며 첫 손님맞이를 지켜보던 교인들도 덩달아 외쳤다. "만세! 만세!"

카페, 동네 반상회장 되다

커피밀 1호점은 그 이후 대박을 쳤다. 동네 주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주민들이 편한 차림으로 마실 나오듯 들를 수 있는 '동네 카페'를 지향한 것이 적중했다. 주민들이 카페에서 반상회를 하면 커피를 무료로 제공했다. 동네 모임이 있을 때에도 공짜 커피에 무한 리필을 해 줬다.

커피밀 1호점이 대박을 친 데는 다른 이유도 한몫했다. '윤리적 소비'라는 추세를 잘 활용했다. 커피는 세계 두 번째의 교역량을 가진 물품이다. 그러나 대표적인 불공정 교역품이기도 하다. 다국적 커피 회사들이 원주민 생산자에게 헐값에 커피를 사들여 폭리를 취한다. 커피밀은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와 멕시코 치아파스의 소규모 생산자 조합이나 가난한 농가에서 생산하는 원두를 직접 수입한다. 커피 생산자의 이윤을 보장하기 위해 제값을 지불하는 '공정 무역'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좋은 일 한다고 맛없는 커피를 팔 수 없는 노릇이다. 커피 맛에도 신경을 썼다. 경기도에 로스팅(roasting : 맛과 향기가 최상이 되도록 커피 원두를 볶는 공정) 공장을 차렸다. 그리고 전문 배송 체계를 구축해 로스팅한 커피를 신속하게 공급한다. 커피의 맛과 품질은 가공한 후 얼마나 빨리 먹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윤 목사, 지속 가능한 선교 방법을 고민하다

디딤돌교회가 커피밀을 시작하게 된 배경에는 새로운 선교 방법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기존 선교는 교회의 후원이 끊어지면 지속할 수 없다. 장기간의 사역을 해야 열매를 맺을 수 있는 일들이 중단되는 경우를 윤 목사는 여러 차례 목격했다. 윤 목사는 '지속 가능한 선교'를 어떻게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러던 중 베트남의 한 커피 농가를 방문했다. 아이가 밥을 달라고 찡찡댔다. 아이가 들고 있던 밥그릇이 윤 목사의 눈을 사로잡았다. 밥그릇은 커피 머그잔이었다. 커피가 그 아이의 한 끼 식사가 될 수도 있겠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선교사들이 커피 원두를 수매하고 판매해서 소득을 올리고, 그 소득으로 선교 사역을 지속할 수 있을 거라는 아이디어도 떠올랐다.

▲ 윤선주 목사는 커피 원두를 구매하기 위해 직접 멕시코, 인도네시아 커피 농가를 방문하는 등 발품을 팔았다. 사진은 멕시코 커피 농장을 방문했을 때 사진. (사진 제공 커피밀)
윤선주 목사는 사업에 착수했다. 로스팅 기술을 배우기 위해 국내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로스팅 공장에 취업했다. 기술을 배운 후 교회 사무실을 공장 삼아 커피를 볶아서 포장했다. 교회 카페를 찾아다니며 판로를 뚫었다.

1년 정도 로스팅 사업을 했을 때쯤 윤 목사는 사회적 책임을 감당하는 교회를 만들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아이들 공부방을 구상했다. 하지만 교회 청년 중 한 명이 "지역을 위해 일하겠다면서 주민들 의견은 물어보지 않고 우리가 일방적으로 정하나요?"라고 묻는 말에 찔끔했다. 윤 목사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동네에 어떤 장소가 필요한지 설문 조사를 했다. 조사 결과, 주민들은 소소하게 모여 대화할 수 있는 장소를 원했다. 윤 목사는 그것이 바로 카페라는 확신이 생겼다.

비즈니스가 미션이다

커피밀은 1호점이 문을 연 지 2년 만에 18호점까지 생겼다. 서울, 경기, 부산 등 전국에 가맹점이 생겼다. 윤 목사가 허투루 가맹점을 늘린 건 아니다. 장사가 될 만한 곳을 골랐다. 자선 사업이 아니라 커피밀 카페도 비즈니스이기 때문이다.

교회가 비즈니스에 뛰어든 것에 우려하는 사람들이 윤 목사 주변에 있었다. 그러나 윤선주 목사는 "목회와 교회 사역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사업도 누군가를 섬기는 사역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커피밀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이 혜택을 얻는다. 커피 생산자들은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받는다. 현지 선교사들은 선교 활동이 금지된 국가에서 사업가 신분으로 머무르며 일한다. 원주민들과 자주 만나면서 선교할 수 있는 기회를 찾기도 쉬워졌다. 커피밀은 영업 이익의 10%를 제3세계의 빈곤 국가의 아동들을 돕는 데 사용하고, 장애인 복지 기관과 협력하며 소외 계층을 지원한다. 커피밀 커피를 마시는 소비자들은 윤리적 소비에 동참하고 선교와 구제에 동참하게 된다.

커피밀은 앞으로도 가맹점을 꾸준히 늘리고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커피 믹스'를 제조해 시판을 준비 중이다. 또 중국, 인도네시아, 미국에도 진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비즈니스 미션'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하나님나라의 사역을 하는 커피밀과 윤선주 목사의 도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윤리적인' 커피 믹스 애호가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있다. 커피밀이 국내 최초로 공정 무역으로 생산한 커피 믹스를 시판할 예정이다. 커피밀 커피 믹스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에서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된 양질의 원두를 사용해 맛이 좋다.

또 커피밀 커피 믹스는 '정직'하다. 일반 커피 믹스에는 덱스트린이라는 첨가물이 들어간다. 커피 회사들은 덱스트린이 커피 맛을 좋게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덱스트린의 효과를 입증할 만한 자료는 없다. 커피 업계에서는 커피 원료를 아끼기 위해 덱스트린을 넣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커피밀 커피 믹스는 중량을 속이기 위한 어떤 첨가물도 넣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커피밀 커피 믹스는 선교에도 기여한다. 커피 믹스의 원두는 현지 선교사들이 수매해서 판매한다. 선교사들은 그 수익으로 선교 사역 비용을 충당한다. 소비자는 커피를 마시면서 선교 사역에 한몫하는 셈이다.

문의 : 이윤선 본부장 010-4516-3431, 02-3431-1005, 02-6408-3431 / www.coffeemeal.co.kr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