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공동체연구소 제2차 세미나가 '윤리적 소비와 지역 교회'라는 주제로 5월 27일 서울 동숭교회에서 열렸다. ⓒ뉴스앤조이 백정훈
지난 3월 도시공동체연구소(도공연·소장 성석환)는 제1차 공개 세미나를 열고 지역과 함께하는 교회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5월 27일 오후 2시 서울 동숭동 동숭교회에서 열린 제2차 세미나는 지역과 함께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도공연이 첫 번째로 주목한 것은 '윤리적 소비'다.

윤리적 소비란 무엇일까. 이원재 소장(한겨레경제연구소)의 설명에 따르면 "자신에게 경제적인 이득이 되지 않더라도, 이웃을 고려하고 자연 환경을 생각하며 소비하는 것"이다. 생산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공정 무역 제품을 구매하고, 사회적 기업에서 생산하는 물건을 이용하며, 재생 용지를 사용하는 것 등이 모두 윤리적 소비에 해당한다.

이 소장은 교회가 윤리적 소비 운동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크다고 했다. 그는 "일각에 한국인은 사회적 활동에 대해 무관심하다고 한다. 하지만 교회에서 교인들이 봉사하고 헌금하는 것을 보면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이 소장은 "교회야말로 사명 중심적인 조직이기 때문에 가치 지향적인 윤리적 소비 운동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고 했다.

▲ 한겨레경제연구소 이원재 소장(왼쪽)과 도시공동체연구소 성석환 소장(오른쪽). ⓒ뉴스앤조이 백정훈
성석환 소장은 개혁 교회의 정신에서 윤리적 소비와의 연관성을 찾았다. 성 소장은 "개혁 교회는 소비 자체를 악으로 보지 않는다. 초대 교회 이후로 기독교는 절제와 경건한 삶을 신앙의 지표로 삼았으며, 특히 구약의 가르침은 자기 자신만을 위한 소비가 아니라 이웃과의 나눔을 미덕으로 삼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런 점에서 기독교는 소비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지만 인간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소비와 타자를 배제하는 소비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성 소장은 윤리적 소비가 지역 사회와 함께 하나님나라의 확장을 도모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라고 했다. 성 소장은 "교회는 지역의 일원으로 지역 공동체와 더불어 성장하고 변화해야 한다. 지역의 의제가 교회의 의제이며 지역의 모순을 하나님의 가르침에 맞게 조정하고 해결하는 것이 교회 본연의 모습이다"고 했다. 그리고 "윤리적 소비는 지역과 지역 공동체를 지속가능하도록 만드는 일에 관심을 갖고 있다"며, "교회가 윤리적 소비를 삶의 양식으로 받아들이고 지역 공동체 형성을 위해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발전시킨다면 매우 훌륭한 지역 선교의 모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를 위해서 성 소장은 이미 윤리적 소비 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시민 단체와 협력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세미나에 참석한 시민 단체 활동가들은 현실적으로 협력이 쉽지만은 않다고 했다. 기아대책 박찬욱 간사는 그 이유를 교회의 이익만을 챙기려는 태도에서 찾았다. 박 간사는 "처음에는 윤리적 소비 운동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던 교회들이 나중에는 쉽게 사업을 팽개치는 것을 봤다"며, "단지 교회를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것 같다"고 했다. 굿네이버스 김형배 과장은 "교회와 시민 단체의 파트너쉽이 중요하다"며, "교회가 진정성을 가지고 지역 사회를 위해 일하고자 할 때 시민 단체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고 했다.

성석환 소장은 작은 일부터 실천해야 한다고 했다. 성 소장은 "교회가 운영하는 카페에서 공정 무역 커피를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교회 식당에서 사용하는 식재료를 지역이나 농촌에서 생산한 것을 직거래로 구입하면 지역을 살리는 소비 운동이 된다"고 했다. icoop 생협의 김대훈 팀장은 "쉽게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면 좋겠다. 이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 마트가 지역 상권을 고사시키고 있다. 지역 교회가 지역 가게의 물건을 이용하는 것도 큰 의미가 있는 일"이라며, "목회자들이 설교할 때 교인들에게 이런 내용을 설명해 달라"고 했다.

윤리적 소비를 실천하는 교회는 아직 드물다. 한다고 해도 재활용품을 기증하는 것 등이 고작이다. 이번 세미나에는 윤리적 소비 운동을 펼치는 단체들이 참석해 단체 소개와 함께 교회가 활용할 수 있는 사업을 소개했다.

<굿네이버스>

굿네이버스는 1991년 한국인에 의해 설립되어 유엔경제사회이사회로부터 국제구호개발 NGO로 인정받았다. 전쟁과 재난, 가난과 질병으로 고통받는 이웃의 인권을 보호하고 자립적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다.

굿네이버스는 현재 굿바이(Good buy)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굿바이'가 표시된 상품을 구입하면 기업이 상품 수익의 일부분을 사회에 환원하는 공익 캠페인이다. 또 굿네이버스는 장기적으로 파트너쉽을 맺고 활동할 협력 교회를 찾고 있다.

02-6717-4000 / www.goodneighbors.kr

<국제기아대책기구>

'떡과 함께 복음을'이라는 모토로 설립된 기아대책은 1989년에 세워진 우리나라 최초의 '해외 원조 NGO'다.

(재)행복한나눔은 기아대책이 설립한 노동부 인증 사회적 기업으로 기증받은 물품을 저렴하게 판매해 그 수익금으로 이웃을 돕는다. 또 '공기 좋은 치아파스의 맛있는 커피'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공정 무역을 하고 있다. 이밖에도 북한에서 생산한 '다리돌콩' 판매, 'Big smile'이라는 착한 상품 브랜드를 만들었다.

행복한나눔 02-5440-9544 / www.sharinghappiness.or.kr

<iccop 소비자생활협동조합>

iccop 생협은 우리 농업의 기반을 지켜내기 위한 직거래 운동, 농업 보호 운동, 친환경 농업을 통해 농약과 화학 비료로부터 땅을 살리는 운동, 공정 무역 운동을 실천해 왔다.

2007년부터 동티모르 커피를 시작으로 콜롬비아 커피와 초콜릿, 아르헨티나 올리브유, 필리핀의 마스코바도를 공정 무역으로 유통하고 있으며, 네팔의 후추도 취급할 예정이다.

02-2181-7900 / www.icoop.or.kr

<기독교환경운동연대>

기독교환경운동연대(기환연)는 1981년 한국교회사회선교협의회가 공해 문제에 대처하기 위하여 '한국공해문제연구소' 설립하면서 출발했다. 성경 묵상, 환경 이론, 생활 훈련의 내용을 담은 교재를 우편으로 받아보고 답지를 반송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환경 통신 강좌, 환경 주일 지키기 운동, 환경 보전을 위하여 헌신한 개인과 교회를 시상하는 일 등을 해 왔다.

기환연은 기독 동민이 생산한 유기농 쌀을 도시 교회에 공급하는 '생명의 쌀 나눔' 운동을 하고 있다. 또 교회 안에 '초록 가게' 만드는 일을 돕고 있다. 초록 가게는 기증받은 물품을 재활용해서 판매하고 주민들에게 윤리적 소비를 소개하고 환경 교육을 한다.

02-711-8905 / www.greenchrist.org

<커피밀>

커피밀은 커피와 카페를 통해 '하나님나라의 가치를 추구하는 사역적 기업'이다. 공정 무역 커피를 사용하는 커피밀 카페는 배타적인 한국교회의 이미지를 극복하고, 커피를 매개로 지역 사회와 소통하는 것이 목적이다. 2008년 방이점을 시작으로 현재 13호점까지 오픈했다.

커피밀 카페에서는 지역 주민을 위한 다양한 문화 공연과 강연이 열린다. 또 지역 주민들이 모이고 대화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한다. 최근에는 공정 무역 커피로 만든 커피믹스의 출시를 앞두고 있고 공정 무역 제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도 준비 중이다.

<아름다운가게>

아름다운가게는 재활용 물품을 기증받아 판매한다. 또 공정 무역 브랜드 '히말라야의 선물'과 '초코렛' 등을 유통한다. 이밖에도 재활용 디자인 상품을 만들고, 아시아 최대의 벼룩시장을 열고 있다.

아름다운가게와 교회가 함께할 수 있는 일은 매장 공간을 제공하는 일부터 바자회 개최, 공익 캠페인 소개, 자원 봉사 등 다양하다. 아름다운가게가 판매하는 공정 무역 제품을 구매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1577-1113 / www.beautifulstor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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