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기장·총회장 김현배)가 5·18 광주 민주화 운동 30주년을 맞아 새로운 민주 평화의 세계를 여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기장 총회는 5·18 광주 민주화 운동 30년 후인 현재, 어렵게 이룩한 민주주의 기본 가치들이 급속히 훼손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민주적 절차들이 권력에 의해 무시되고, 언론의 공공성이 침해당하며, 국민의 기본권인 집회·표현·결사의 자유가 심각하게 위축되었고, 호전적 전쟁주의에 밀려 분단의 장벽이 높아만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사회적 약자들은 개발 논리에 묻혀 생존권을 박탈당한 채 광야로 내몰리고 사회의 양극화는 갈수록 심회하고 있으며, 국민의 70%가 반대하는 4대강 사업까지 힘으로 밀어붙이는 등 이러한 비민주적 현상의 근저에는 현 정부의 독재적 발상과 정치 행태가 핵심 원인이라고 했다.

기장 총회는 이 모든 게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의 거룩한 희생을 무효화하는 오만과 탐욕에서 기인한다며, 5·18 광주 민주화 운동 30주년을 맞아 온 국민이 다시금 5·18의 진정한 정신과 헌신의 고백을 성찰하고 되짚어 볼 때라고 했다.

또 대부분의 한국교회가 대통령이 개신교 장로라는 형식 논리에 사로잡혀 무조건적으로 지지해 교회의 예언자적 사명을 외면하였다며, 기장 또한 이 논리에 적극적으로든 소극적으로든 동참했음을 고백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은 폭압적 권력에 쓰러진 미완의 혁명이었다며, 기장은 5·18 광주 민주화 운동 30주년을 맞아 새로운 민주 평화 세계를 여는 계기로 삼자고 선언했다.

5·18 민주화 운동 30주년을 맞으며
 

"너희는 진리와 화평을 사랑할지니라." (스가랴 8:19)

다시 푸른 5월, 5·18 민주화 운동 30주년을 맞이합니다. 5·18 민주화 운동은 불의한 시대에 맞서 하나님의 뜻을 선언했던 예언자 전통의 현대적 사건인 동시에 한국 근대사의 갑오 농민 혁명, 3·1 운동과 광주 학생 운동, 그리고 4·19 혁명의 정신 등에서 분출한 한국 민중의 자발적 개혁 운동입니다. 1980년 광주와 전남 지역의 시민들은 군부 독재의 야만적 폭력에 맞서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였고 중무장한 쿠데타 세력의 극악한 폭력과 공포에 포위되었으면서도 민주와 자주, 나눔과 연대의 평화 공동체적 질서를 유지함으로써 민주적 시민운동의 세계적 귀감이 되었습니다. 1992년부터 전국의 모든 교회가 5·18 민주화 운동 주일을 지킴으로써 그날의 숭고한 뜻을 기리며 5·18 정신을 역사에 잇고자 기도해 온 한국기독교장로회는 5·18 민주화 운동 30주년을 맞아 다음과 같이 우리의 입장을 밝힙니다.

1. 5·18 정신이 갈급한 시대입니다.

5·18 민주화 운동 30년 후인 현재, 우리는 어렵게 이룩한 민주주의 기본 가치들이 급속히 훼손되는 것을 목도하면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국민의 뜻을 수렴하여 정치에 반영하는 민주적 절차들이 권력에 의해 무시되고, 건강한 여론을 형성하여 민주주의를 실현해야 할 언론의 공공성이 침해당하여 이를 지키려는 언론사가 상처를 입고 있습니다. 국민의 기본권인 집회·표현·결사의 자유가 심각하게 위축되었고 평화와 통일의 길을 저해하는 분단의 장벽은 호전적 전쟁주의에 밀려 더욱 높아만 가고 있습니다. 사회적 약자들은 자본의 개발 논리에 묻혀 생존권을 박탈당한 채 광야로 내몰리고 우리 사회의 양극화는 갈수록 심화하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의 기본권이 제한되고 교육 분야에서도 신자유주의의 무한 경쟁이 당연한 원칙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급기야 국민의 70%가 반대하는 국토의 난개발인 4대강 사업을 힘으로 밀어붙여 선대로부터 물려받았고 후대에 물려주어야 할 국토에 회복 불가능한 폭력을 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비민주적 현상의 근저에는 현 정부의 독재적 발상과 정치 행태가 핵심 원인이며, 이것은 5·18 민주화 운동의 거룩한 희생을 무효화하는 오만과 탐욕에 기인함을 직시합니다. 5·18 민주화 운동 30주년을 맞는 지금이야말로 온 국민이 다시금 5·18의 진정한 정신과 헌신의 고백을 진지하게 성찰하며 되짚어야 할 때임을 단호히 선언합니다.

2. 한국교회는 역사 앞에 참회합니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삶과 가르침을 따라 이 땅에 하늘 뜻을 이루기 위해 형성된 공동체입니다. 따라서 교회는 어떠한 권력의 탄압과 물질의 유혹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복음에 굳건히 서서 이 시대를 향한 하나님의 뜻을 선언하며 시대를 넘어서는 사명을 감당해야 하는 것이 본질이며 존재 이유입니다. 그럼에도 지난 역사 속에서 한국교회는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충실하기보다는 성장 지상주의, 물질주의에 매몰당해 본래적 사명을 유기하였으며, 오히려 교회를 정권의 이익에 이용하려는 무섭고도 달콤한 유혹 앞에 속절없이 무릎 꿇었음을 고백합니다. 한국교회는 교회 자신의 문제에 몰두하면서 사회적, 역사적 책임에 무관심했으며, 사회적 약자들보다는 기득권층과 연대하며, 사회적 공공성보다는 힘의 논리에 편승해 온 것을 참회합니다. 또한 대부분의 한국교회가 대통령이 개신교 장로라는 형식 논리에 사로잡혀 무조건적으로 지지하여 교회의 예언자적 사명을 외면하였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한국교회의 죄책이 결코 우리 자신을 비켜나 있지 않으며 적극적으로든 소극적으로든 동참해 온 죄악을 고백합니다.

3. 영원한 아름다움, '5·18'의 부활을 기도합니다.

역사적으로 뜻깊은 여러 기념일을 포함하고 있는 2010년이야말로 한국교회와 사회가 다시 한 번 우리 자신의 현실을 진지하게 묻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정립해야 할 시기입니다. 그 이정표에 5·18 민주화 운동이 뚜렷하게 서 있습니다. 개인주의가 극대화한 사회 속에서 개인의 안일과 성공을 넘어 우리 사회 전체의 평화와 정의를 위해 분연히 헌신하는 결단의 바람이 다시 한 번 우리 사회에 거세게 일어나야 합니다. 그 바람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우리 사회의 제도, 문화, 조직 전반에 걸쳐서 확산되어 뿌리내리고 열매를 맺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고대하는 하나님나라의 현실적 모습이며 우리가 온몸으로 지키고 만들어야 할 이상입니다. 이 아름다운 꿈을 통해 우리는 5·18 민주화 운동이 선혈로 아로새긴 정의로운 삶과 불의에 대한 저항, 그리고 민주 시민으로서의 자존심과 자기 초월의 삶을 되살려야 합니다.

5·18 민주화 운동은 폭압적 권력에 쓰러진 미완의 혁명이었습니다. 5·18을 통해 즉시 군부 독재를 극복하고 민주화를 이루지도 못했고, 엄청난 살육 사건의 원인과 책임자 등 진상을 명확히 밝히지 못한 상태에서 서둘러 매듭지은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5·18 민주화 운동은 이후 우리 사회의 진보적 사회 개혁을 끊임없이 추동하는 활화산이었습니다. 5·18 민주화 운동은 시대와 지역을 넘어 모든 인간이 불의한 시대를 향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를 실현한 범례를 보여 줌으로써 단순한 과거가 아니라 보편적인 역사가 되었습니다. 역사를 기억하는 것은 단지 회고가 아니라 새로운 미래를 건설하기 위한 첫걸음입니다. 우리의 역사 속에서 예언자적 사명을 추구해 온 한국기독교장로회는 5·18 민주화 운동의 뜻에 전적으로 공감하며, 역사적인 30주년 기념을 맞아 우리 사회 모두가 그 깊은 의미를 되새겨 새로운 민주 평화의 세계를 여는 계기로 삼아야 함을 선언합니다.

2010년 5월 14일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 총무 배태진
교회와사회위원회위원장 전병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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