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홍덕 지음 / 대장간 펴냄 / 482쪽 / 1만 5,000원
<장애신학>의 저자 김홍덕 목사는 '조이'(기쁨)라는 다운증후군 장애가 있는 딸이 있다. 조이가 태어나기 전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걱정·근심·의심이 생겼지만, '장애를 가지고도 하나님께 영광을 돌릴 수 있다'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기쁨이 임해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

처음 조이가 장애가 있다는 진단을 받았을 때, 김 목사는 주를 위해 살겠다고 헌신한 종에게 장애아를 주시느냐고 하나님께 따졌다. 유산을 시켜야 하나 생각했다. 자신의 죄 때문일까 고민했다. 열심히 기도하면 하나님께서 고쳐 주실 거라는 주변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장애아를 주신 다음 고친다는 건 무슨 심술일까' 의문이 들었다.

조이를 낳았다. 평생 장애를 가지고 불행하게 살아갈 아이를 어떻게 낳을 수 있느냐는 사람들의 물음에, 장애인들이 평생 불행하게 살아가야 한다면 하나님께서 왜 장애를 허락하셨을까 궁금했다. 장애인에게는 어떤 사명이 주어졌을까 알고 싶었다. 심장이 약해 수술대에 오른 조이를 보며 하나님이 딸을 주셨다는 믿음이 흔들리기도 했다. 사람들은 생명 걸고 기도하면 나사로도 살리신 예수님이 조이를 고쳐 주실 것이라고 했지만, 김홍덕 목사는 장애를 고쳐달라고 기도하기보다는 장애도 사용하시는 하나님을 믿기로 했다.

<공동체와 성장>의 저자 장 바니에가, <아담>의 저자 헨리 나우웬이 장애인과 함께 살며 그들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를 깊게 경험한 것처럼, 김홍덕 목사도 그랬다. 걱정·근심·의심을 통과하며 장애인의 삶을 넘어 장애라는 하나님의 도구를 이해하게 됐다. 김홍덕 목사가  장애아 딸을 낳으며 들었던 의문에 대한 답은 <장애신학>으로 열매 맺었다. 

하나님과의 관계를 나타내는 메타포

'장애신학'은 성서 속 장애인 이야기나 사회 속 장애인 이야기가 아니다. 장애신학은 장애를 매개체로 해서 하나님과 그의 백성의 관계를 다룬다. 장애라는 주제로 풀어 가는 하나님나라 이야기라는 면에서 장애인신학과 다르다.

역사서에서 나타난 장애인은 이스라엘의 운명을 암시하는 메타포(은유)다. "마지막으로 블레셋의 손에 의해 삼손의 눈이 뽑혔다는 사실은 그의 사사로서의 자격 상실을 의미하며 사사시대의 종말을 암시한다. 결국은 이스라엘의 운명을 암시한다. '사람이 각기 그 소견에 옳은 데로 행하였더라'(17:6, 21:25)란 말은 또 시력과 리더십의 관계를 보여 주는 암시라고 볼 수 있다. 사람들이 각기 자기 눈으로 보는 대로 행하였다는 말은 이스라엘 리더십에 공백을 의미한다." (124쪽)

예언서에서는 장애라는 이미지를 사용해 하나님과 이스라엘 백성과의 영적인 관계를 조명한다. "장애를 받은 이스라엘은 결국 장애 나라가 되고 만다. 스가랴 14장에 경고된 심판의 날에는 하나님의 재앙으로 말미암아 이스라엘이 겪을 고통을 말한다. 즉 '그들의 살이 썩으며 그들의 눈동자가 눈구멍 속에서 썩으며 그들의 혀가 입속에서 썩을 것이요'(14:12)라고 장애 메타포를 사용하여 이스라엘의 징계를 예고한다. 말라기 1:6~2:9도 흠 있는 제사를 드리는 이스라엘의 제사장들의 영적 타락을 꾸짖으면서 얼마나 이스라엘이 총체적으로 부패했는지 탄식하고 있다. 에스겔 12:2에는 하나님의 영광이 성전을 떠나는 이유를 설명하는 데 그것은 이스라엘 백성이 영적 장애인이 되었고 이스라엘 나라가 장애 나라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173~174쪽)

치유되지 않아도 상관없어

그렇기 때문에 <장애신학>은 장애가 죄의 결과라든지, 아니면 장애가 고쳐져야만 하나님께 영광이 된다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도 옆구리에 상처와 손의 못 자국을 그대로 지닌 것처럼 천국에서조차 장애는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물론 천국이라면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장애를 장애라고 느끼지 못하는 사회일 것이다.

<장애신학>은 치유와 상관없이 장애를 통해 드러나는 하나님나라에 초점을 맞춘다. 장애인이 존재하는 이유는 비장애인이 있어야 하는 이유와 같다. 하지만 모두가 영적인 장애인이다는 식의 주장은 경계한다. 이런 주장은 장애인의 육체적 고통, 감정적 상처, 사회적 소외 등을 무시하거나 사소한 경험으로 치부하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시각이나 성서 해석에는 적극적으로 대응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야곱은 얍복강에서 천사와 싸워 이긴 결과로 장애를 얻었다. 이것은 장애에 관한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 준다. 즉 이 경우 야곱의 장애는 결코 죄에 대한 형벌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언약 갱신으로 주어진 축복의 사인이었다." (111쪽)

"하나님에 대해서 아는 것은 어느 정도 지적 능력이 필요하지만, 하나님을 아는 것은 꼭 그렇지 않다. (중략) 하나님에 대해서 아는 것은 사람의 노력이지만 하나님을 아는 것은 하나님의 활동이다. 따라서 지적장애인의 구원을 말할 때 지적 능력을 말하기보다 하나님의 신비한 계획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416쪽)

"비장애인은 장애인을 위해 무엇인가를 보여 주어야 한다는 강박 관념적 노력은 건강한 교회의 모습이 아니다. 단지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서로에게 은혜와 축복이 되어야 한다. 장애인도 비장애인의 도움을 받아야 할 때가 있고 비장애인도 장애인의 도움을 받아야 할 때가 있다." (424쪽)

김홍덕 목사는 장애가 있는 조이를 보며 하나님의 신비한 은혜를 맛보았다고 거듭 이야기한다. 하나님나라 관점으로 볼 때 장애는 더 이상 부족이나 틀림이 아니다. 그저 '다름'일 뿐이다. 

"나의 사랑하는 딸 조이 역시 사람들이 말하는 사람 구실은 할 수 없을지는 몰라도 하나님나라의 자녀 구실은 훌륭하게 하고 있다. 아니 조이는 내가 할 수 있는 평생의 일을 이미 크게 뛰어넘는 결실을 보고 있다. 조이가 아니었던들 조이장애선교회가 생기지도 않았을 것이고 - 이런 의미에서 조이는 조이장애선교회의 설립자다 - 지금 조이의 이름으로 전 세계에 장애 선교가 힘차게 전개되고 있으니 어찌 조이의 삶이 사람 구실 하지 못한다고 말할 수 있으랴. 게다가 오늘도 아빠에게 연방 함박웃음을 날리는 조이의 격려를 통해 나 또한 내가 맡은 주님의 일을 잘 감당함으로써 조이 인생에 두신 하나님의 거룩한 뜻을 이루는 셈이 되는 것이다. 조이와 나는 이렇게 해서 하나님나라를 위해 아름다운 동역을 하는 셈이다." (4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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