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사랑의교회(담임목사 오정현) 건축에 대해 공식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던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이사장 우창록)이 '사랑의교회 건축에 대한 기윤실의 입장'이라는 제목으로 4월 12일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사랑의교회가 새 예배당 건축 계획을 발표했을 때 기윤실은 공개적인 입장 표명을 자제했다. 이러한 태도에 기윤실 내부 임원과 회원 중에서는 우려와 안타까운 목소리를 내기도 했고, 더러는 "기윤실을 탈퇴하겠다"며, 침묵을 질타하는 글을 홈페이지에 남기기도 했다.

이에 기윤실은 더는 침묵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며, 3월 25일과 30일 진행한 공동대표단 회의에서 "전체로서의 한국교회와 기독교를 생각하며 선지자적 관점과 사랑과 은혜의 관점의 균형 속에서 사랑의교회 건축 문제를 바라보고 입장을 표명하자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우선 "사랑의교회 건축 문제를 계기로 개교회의 잘잘못을 따지고 비판하는 활동보다는 전체로서의 한국교회와 기독교를 고민하면서, 교회 신뢰 회복을 위한 교회의 사회적 책임 활동을 견인하고 섬겨 나가는 것이 기윤실의 사역 방향이며 비전임을 대내외적으로 다시 한번 공표하고 확인한다"며, 이번 입장이 그동안 기윤실이 진행해 온 교회 신뢰 회복 운동의 일환임을 밝혔다.

기윤실은 사랑의교회 건축 문제는 사랑의교회 목회자와 성도들이 기도하면서 지혜를 모아 지역 사회와 한국 사회가 공감하고 신뢰할 수 있는 건축이 되도록 노력할 우선의 책임을 가진 주체임을 확인하라고 했다. 또 그동안 사랑의교회가 한국 교계와 사회로부터 신뢰와 기대를 받아왔기에 건축 문제에 있어서도 '오 리를 가자고 하면 십 리를 가라(마 5:41)' 하시던 예수님 말씀처럼 지역 사회와 한국 사회에 감동을 줄 수 있는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요청했다.

기윤실은 한국교회가 물질적 성장과 양적 성장에 매몰돼 건축을 위한 건축, 지역 사회를 섬기고 돌보는 역할과는 거리가 먼 건축에 집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라며, 교회는 건물을 넘어선 공동체이며 그리스도의 몸이고, 초대 교회의 전통을 따라 지역 공동체와 사회를 돌보는 섬김과 나눔의 공간이 돼야 한다는 정신과 철학을 훼손하지 않는 건축이 이뤄지기를 호소했다.

이어서 "세상은 한국교회와 기독교에 대해 그리 큰 기대를 하고 있지 않고, 그리 거창한 것을 요구하고 있지도 않는다. 다만 고통 받고 소외된 자들과 함께하면서 그들을 위로하고 배려하고 하나님의 사랑으로 환대하면서 기쁜 소식을 전하는 교회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을 뿐이다"며, 교회의 사회적 책임과 신뢰를 강조했다.

▲ 기윤실이 3월 회의 이후 답변하기로 한 내용은 오정현 목사 사임에 대한 건이었다. 그러나 기윤실은 오 목사 인사 문제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기윤실 홈페이지 갈무리)
그러나 이러한 기윤실의 성명이 동문서답이라는 의견이 있다. 애초 기윤실 게시판에 글을 남긴 회원들은 오정현 목사를 기윤실 이사 직과 교회신뢰회복네트워크 공동대표에서 사임시키라고 요구했다. 기윤실은 "사람에 대한 인사 문제이므로 사무처에서 임의적으로 쉽게 처리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며, "3월 중순 공동대표단 회의 이후에 정리된 내용을 발표하겠다"고 답했다. 애초에는 2월에 열리는 상임집행위원회에서 논의해서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으나 3월 공동대표단 회의에서 논의하겠다며 발표를 약 한 달 더 연기했다.

그렇게 오랜 논의를 거쳐 발표된 기윤실의 성명에 오정현 목사 거취 문제는 한마디도 언급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4일 기윤실 공동대표단(김동호, 이동원, 임성빈 대표 및 양세진 사무총장)이 오정현 목사를 만나 제시한 "지역 사회와 한국 사회가 이해하고 감동을 받을 수 있는 적극적인 조치를 병행하면서 건축을 진행하고, 건축된 공간은 사회적 섬김과 나눔의 공간으로 사용되면 좋겠다"는 의견에서 조금도 발전하지 않은 입장을 성명으로 발표한 것이다.

다음은 기윤실이 발표한 성명 전문이다.

사랑의교회 건축에 대한 기윤실의 입장
 

2009년 11월 사랑의교회는 교회 건축 계획을 발표하였습니다. 교계와 지역 사회에서 이에 대하여 우려와 비판이 있었고, 기윤실 내부 임원과 회원들 중에서도 이에 대해 우려와 안타까움을 표현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기윤실은 이에 대하여 공개적인 입장 표명을 자제하고 있었으나 많은 분들의 요청에 따라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습니다.

기윤실 집행부는 지난 2010년 3월 25일과 30일에 걸쳐 공동대표단 회의를 진행하였습니다. 공동대표단 안에는 사랑의교회 건축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가 존재했지만, 전체로서의 한국교회와 기독교를 생각하며 선지자적 관점과 사랑과 은혜의 관점의 균형 속에서 사랑의교회 건축 문제를 바라보자는 점에서는 마음의 일치를 보았습니다. 이를 조심스럽게 기윤실 회원과 한국교회 앞에 공개합니다.

1. 기윤실은 우선 한국교회가 물질적 성장과 양적 성장에 매몰되어 건축을 위한 건축, 지역 사회를 섬기고 돌보는 역할과는 거리가 먼 건축에 집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바입니다. 교회는 건물을 넘어선 공동체이며, 그리스도의 몸입니다. 아울러 교회는 초대 교회의 전통을 따라 지역 공동체와 사회를 돌보는 섬김과 나눔의 공간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이 정신과 철학을 훼손하지 않는 건축이 이루어지기를 한국교회 앞에 간곡히 호소하는 바입니다.

2. 2009년 11월 23일 사랑의교회가 건축 계획을 발표하면서 지역 사회와 한국교회에 많은 우려와 안타까움을 주었습니다. 이에 지난 12월 4일 기윤실 공동대표단(김동호, 이동원, 임성빈 대표 및 양세진 사무총장)은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와의 만남을 통해 "사랑의교회는 그동안 한국교회와 사회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받아 왔던 교회이니 만큼 지역 사회와 한국 사회가 이해하고 감동을 받을 수 있는 적극적인 조치를 병행하면서 건축을 진행하고, 건축된 공간은 사회적 섬김과 나눔의 공간으로 사용되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하였습니다.

3. 기윤실은 이러한 역할 이후 공개적인 입장 표명이나 대외적인 활동을 별도로 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지난 2002년 교회 개혁에 대한 적극적인 활동을 감당하기 위해 기윤실에서 독립해 나간 '교회개혁실천연대'의 활동과는 다른 방향에서 교회와 함께 협력하는 운동을 하는 것을 기윤실의 역할로 삼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지난 2007년 2월 총회에서 기윤실은 '교회 신뢰 회복 운동'을 기윤실 운동의 새로운 비전으로 발표한 뒤, 본격적으로 교회 신뢰 회복 운동을 하였습니다. 이러한 일환으로 '교회의 사회적 책임 컨퍼런스'와 '교회 신뢰 지표 개발', '교회의 사회적 책임 포럼',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여론 조사', '취약 계층 중학생들의 비전과 학습 지원을 위한 교육 봉사단 씨드스쿨', '교회 주보 재생 종이 사용하기' 등의 사역을 했습니다.

4. 기윤실은 사랑의교회 건축 문제를 계기로 개교회의 잘잘못을 따지고 비판하는 활동보다는 전체로서의 한국교회와 기독교를 고민하면서 교회 신뢰 회복을 위한 교회의 사회적 책임 활동을 견인하고 섬겨나가는 것이 기윤실의 사역 방향이며, 비전임을 대 내외적으로 다시 한번 공표하고 확인하는 바입니다.

5. 따라서 사랑의교회 건축 문제는 사랑의교회 목회자와 성도들이 기도하면서 지혜를 모아 지역사회와 한국 사회가 공감하고 신뢰할 수 있는 건축이 되도록 노력할 우선적인 책임을 가진 주체임을 확인하고자 합니다. 사랑의교회는 그동안 한국 교계와 사회로부터 신뢰와 기대를 받아왔기에 건축의 문제에 있어서도, 오 리를 가자 하면 십 리를 가라 하시던(마5:41) 예수님의 말씀에 따라 지역 사회와 한국 사회에 감동을 줄 수 있는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 주실 것을 다시 한번 정중히 요청 드리는 바입니다.

6. 아울러 이 과정에서 미력하나마 기윤실이 감당해야 할 섬김의 역할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응답해 나갈 것입니다. 세상은 한국교회와 기독교에 대해서 그리 큰 기대를 갖고 있지 않으며, 그리 거창한 것을 요구하고 있지도 않습니다. 다만, 고통 받고 소외된 자들과 함께 하면서 그들을 위로하고 배려하고 하나님의 사랑으로 환대하면서 기쁜 소식을 전하는 교회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을 뿐입니다.

기윤실은 전체로서의 한국교회와 기독교의 사회적 책임과 신뢰를 생각하면서 계속해서 섬김의 역할을 감당해 나갈 것입니다. 아울러 23년 전 창립 때의 정신을 이어받아 복음에 합당한 윤리적 삶을 실천적으로 살아가는 기독교인과 교회가 되도록 최선의 섬김을 다할 것입니다. 하나님이 주신 기윤실의 비전과 사명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기도와 격려를 요청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10년 4월 12일

이사장 우창록
공동대표 강영안 김동호 박은조 백종국 이동원 임성빈 주광순
사무총장 양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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