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목) 팔당 기도처 부근은 오전부터 무척이나 부산했습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를 비롯한 여러 명의 국회의원들이 방문한다는 것이었지요. 오후가 되자 취재 차량과 의원 보좌관들 그리고 당원들이 속속 도착하여 북새통을 이루었습니다. 조용하던 기도 처소 부근은 어수선해졌습니다. 기도 처소 부근에 마련한 한 하우스에서 상추 모종을 심는 행사를 가졌지요.

이명박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에 이곳에 와서 상추를 따는 포즈를 취했지요. 그리고 바로 그 자리에 이번엔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상추를 심는 포즈를 취하더군요. 묘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팔당의 유기농지에 전폭적인 지지자로 포즈를 취하다가 손바닥 뒤집듯이 입장을 바꿔 버린 이 대통령에 대해서 아직도 이 곳 농민들은 깊은 배신감이 있지요. '멋진 포즈'로 국민들을 현혹시키고 착시 현상을 만들어 가는 정치인들에 대해 불신의 감정이 생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어요.

우리의 정치가 삶의 현장에 와서 '포즈'를 취하는 정치가 아니라, 삶의 현장에 진정성을 가진 정치가 되기를 기도하면서 민주당 의원들을 맞이했습니다. 그렇게 하우스에서 부산을 떨면서 사진을 찍은 후에 기도 처소로 이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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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배태진 목사님이 기도를 마치고 내려오시는 날이었습니다. 기도회는 이훈삼 선교부장님이 인도해 주셨습니다.

이날 기도회에서 배태진 목사님은 요한계시록의 말씀을 읽으셨습니다.

"그때에 하늘에서 전쟁이 일어났습니다. 미가엘과 미가엘의 천사들은 용과 맞서서 싸웠습니다... 그래서 그 큰 용, 곧 그 옛 뱀은 땅으로 내쫓겼습니다. 그 큰 용은 악마라고도 하고, 사탄이라고도 하는데, 온 세계를 미혹하던 자입니다. 그 용의 부하들도 그와 함께 땅으로 내쫓겼습니다." (계 12:7~9)

배 목사님은 우리 시대에 벌어지고 있는 참혹한 반생명의 현상을 계시록 말씀을 통해서 보고 계셨습니다. 

"아담과 하와의 비극은 뱀의 유혹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하비콕스는 <뱀이 시키는 대로 하지 말라>라는 저서를 통해서 뱀이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 현대의 비극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시대를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아담과 하와를 미혹했던 뱀이 이명박 대통령과 이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들 속에 들어간 것이 아닐까요? 그래서 더 이전보다 교활하게 이 땅과 강, 그리고 모든 살아 있는 생명들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그 교활하고도 악한 세력들을 결국은 내쫒아 주실 겁니다. 특별히 이번 6월 지방선거를 통해서 악의 세력들을 심판해 주실 것입니다."

수난과 박해의 시기에 들려왔던 계시록의 말씀이 바로 우리 현실에서 다시 살아서 울려 왔습니다.

정말로 지금 우리 시대의 비극은 뱀이 시키는 대로 하는 데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또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 뱀은 단지 위정자들에게만 있는 것일까?....

사실은 우리들 자신들에게도 있는 것이 아닐까요? 어쩌면 오늘의 위태로운 현실을 만들고 있는 위정자들을 만들어 낸 것은 우리 자신일지도 모릅니다.

무자비한 폭력에 대해서 담대하게 맞서고 지켜야 할 것을 지키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가장 중요합니다. 그러나 진정으로 이 폭력의 현실을 이겨 내기 위해서는 우리들 속에서도 조용히 속삭이고 있는 유혹의 실체를 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별나게 살 게 뭐냐, 조용히 묻혀 사는 게 좋지 않냐?'

'힘 있게 밀어붙이는 데, 뭔가 확신이 있어서 그런 거 아니냐? 한번 밀어 줘라.'

'생명, 생명 하지 마라. 이제까지 우리가 잘 살게 된 것은 건설하고 뭔가 만들어서 되지 않았냐?'

'계란으로 바위 치기다. 더 이상 부딪히지 말고, 적당히 타협하지 그래?'

조용히 속삭이고 있는 우리 안의 뱀의 유혹 소리를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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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회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았습니다. 강물은 여전히 푸른 빛깔로 흐르고 있었지요. 그러나 자세히 바라보니 여러 갈래의 물줄기가 서로 뒤엉켜 흐르고 있었어요. 물길마다 빛깔이 다르더군요. 어떤 물길은 자연스레 두물머리를 향해 흐르기도 했지만, 또 어떤 물길은 역류하여 오르기도 했어요. 그러나 결국은 물은 하구로 흐르더군요. 부분으로 보면 물이 역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체를 보면 물은 역류할 수 없는 것이지요.

이 시대가 잠시 뱀의 유혹으로 함께 미쳐 돌아가는 것 같지만, 그래서 역류하는 것 같지만, 결국 역사를 이끄시는 하나님의 섭리는 모든 물길을 생명의 바다로 인도해 내십니다. 강물은 거부할 수 없는 몸짓으로 조용히 생명의 바다로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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