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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예산 16억 원, 목사 은퇴 예우금 18억 원

희성교회 교인들, 1년 가까이 문제 제기 불구 전망은 오리무중

유연석   기사승인 2010.01.09  14:3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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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계질서에 젖은 항공기 부기장들이 기장의 잘못된 판단에 맞서 제대로 직언하지 못해서 일어나는 항공 사고가 제법 많다. 이처럼 부기장들이 기장의 권위에 눌려 제 역할을 못하는 현상을 '캡티니티스(captainitis)'라 한다. 비단 항공기만의 문제는 아니다. 교회에서도 담임 목사의 리더십에 눌려 교인들이 잘못된 판단을 하여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 희성교회(예장통합) 교인들이 "목사의 권위에 눌려 장로들이 당회에서 제대로 처리를 못 했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원로목사에게 주어진 은퇴 예우금이 상상을 초월하는 거액인데다, 공동의회나 제직회도 형식적으로 진행했다고 주장한다. 현재 희성교회는 원로목사로부터 야기된 문제가 1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퇴직금, 예우금 모두 합치니 교회 1년 예산 웃돌아

   
 
 

▲ 서울 마포구 서교동 희성교회. 원로목사 은퇴 예우금으로 야기된 문제가 1년 가까이 이어져 교회의 갈등이 심각하다. ⓒ뉴스앤조이 유연석

 
 

희성교회에서 25년간 시무한 황태주 목사는 지난해 2월 15일 은퇴하여 원로목사로 추대되었다. 정년을 약 3년 앞둔 조기 은퇴였고, 당회에서도 만장일치로 결정한 사안이었다. 그런데 목사가 은퇴하면서 받은 퇴직 예우금의 액수가 문제가 됐다.

황 목사가 은퇴하면서 받기로 한 금액은 총 18억 원으로, 교회 1년 예산인 16억 원보다 많다. 문제를 제기하는 교인들이 지난해 3월에 제작한 문건을 보면, 18억 원의 세부 내용은 이러하다.

25년간 시무한 퇴직금으로 약 1억 6,000만 원, 은퇴 후 2010년부터 2027년까지의 생활비(급여 500만 원의 70%)를 일시불로 지급해서 약 7억 5,000만 원, 황 목사가 살던 사택이 약 8억 원(2009년 3월 시세), 2009년 말까지는 현 급여를 그대로 일시불로 제공하기로 해서 약 8,000만 원 등이다.

교인들은 "18억 원이면 일반인은 평생 벌어도 만져보지 못할 액수다. 이런 거금을 성직자가 직접 요구해서 받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황 목사는 재임 기간 중에도 두 자녀의 미국 유학 자금을 포함한 교육비 전체를 교회 헌금으로 사용했고, 차량 유지비, 아파트 관리비, 심지어는 목사 부부의 해외여행 경비까지 교회 헌금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또 지난해 4월에는 황 목사가 관리해서 25년간 공개되지 않았던 교회 회계 장부가 공개됐는데, 황 목사는 노회장 재임 시절 받았던 대외 활동비(연 1,200만 원)를 노회장 퇴임 후에도 8년간 받은 것으로도 알려졌다.

제직회와 공동의회는 요식행위에 불과

황 목사가 당회의 결정만으로 돈을 받은 것은 아니다. 공동의회와 제직회를 거쳤다. 그러나 교인들은 이 절차가 형식적이었다고 말한다. 황 목사가 받을 총액에 대한 정보가 교인들에게 제대로 제공되지 않았다. 교인들은 25년간 시무한 황 목사가 은퇴를 하니 당연히 예우금을 줘야 한다고 생각해 동의하고 제청했다. 공동의회와 제직회가 끝난 약 3주 뒤에야 황 목사가 받을 금액이 18억 원이라는 게 알려졌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거액이었다.

   
 
 

▲ 황태주 원로목사가 요청한 퇴직금과 은퇴 예우금은 교회 1년 예산을 넘어서는 돈이다. 황 목사가 직접 퇴직금과 은퇴 예우금의 액수를 제시했고, 일시불로 달라고 요청했다. 위 사진은 황 목사에게 문제를 제기하는 교인들이 지난해 3월 만든 문건에 삽입된 표다.

 
 
퇴직금 1억 6,000만 원은 황 목사의 요청으로 은퇴 두 달 전인 2008년 12월에 지출됐다. 이러면 2008년도 예산에서 추가 지출되는 사항이므로 제직회 의결 후 지출해야 했으나 임의로 처리되고 지급됐다. 또 2009년 2월 15일 은퇴식 직후, 재무담당 집사와 감사 장로가 지출 결의서에 결재를 거부했음에도 재정부장이 독단적으로 생활비 일시불이 담긴 통장을 황 목사에게 건넸다. 나중에야 이 사실을 알게 된 교인들은 2009년 말까지 제공하기로 한 급여를 5월까지만 지출했다. 현재까지 황 목사가 받은 금액은 약 17억 4,000만 원이다.

은퇴 후에도 기념교회 목회 시도

교인들이 가장 크게 제기하는 문제는 교하희성교회 건이다. 교하희성교회는 서울 희성교회가 희년을 기념하여 경기도 파주에 약 40억 원을 들여 건축한 교회다.

2009년 1월 당회에서 은퇴를 결정한 황 목사가 "2년간 교하희성교회에서 시무하겠다"고 했다. 장로 4명은 찬성했고, 4명 장로는 반대했다. 가부 동수였기 때문에 격론이 오갔고, 쉽게 결론이 나지 않았다. 그런데 안건의 당사자인 황 목사가 투표권을 행사해 5:4로 교하희성교회 시무를 결정했다. 이 안건은 제직회나 공동의회를 거치지도 않았다.

교인들이 "본인의 거취 문제인데 당사자가 투표권을 행사하느냐"며 황 목사의 시무를 강하게 반대했다. 교인들은 황 목사가 교회를 아들 목사에게 세습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했다. 그래서 황 목사에게 "아들 목사를 부임시키지 않겠다는 확답이라도 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황 목사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3월 중순, 황 목사가 교하희성교회를 당회원 몰래 어느 무지역 노회에 가입 신청을 했다가 교인들에게 발각됐다. 원래 교하희성교회는 희성교회 이름으로 서울노회 유지재단에 증여하기로 2009년 1월 당회에서 결의했었다. 그런데도 설립자를 자신으로 변경하고는 가입을 신청한 것이다. 희성교회 장로 두 명이 직접 노회에 찾아가 교회 설립 신청서가 접수된 것을 확인했는데도, 황 목사는 "노회에 공식 문건 접수 전"이라는 내용의 글을 교회 홈페이지에 남겼다. 교인들의 강한 반대로 황 목사는 현재 교하희성교회에서 표면적으로는 물러난 상태지만, 언제든지 돌아올 여지가 있다며 교인들은 우려하고 있다.

장로들 교회 문제 해결하자고 합의했지만 바로 무산

교회 문제가 1년 가까이 장기화되자 장로들이 2009년 12월 6일에 '교회 정상화를 위한 결의문'을 만들었다. 4:4로 극명하게 나누어져 갈등하던 장로들이 처음으로 한목소리를 낸 것이다. 결의문은 △황 목사가 교회에 유감 표명을 하도록 권고한다 △시무장로 8명은 황 목사가 교하희성교회에 대하여 일체 관여하지 않도록 결의한다 △당회원 8명은 제직회에 부결되어 있는 안건을 다시 가결하도록 뜻을 함께한다 등의 내용으로, 8명의 장로 전원이 서명했다.

결의문 하단에는 '상기 건의 사항을 증명하기 위하여 노회장 및 임시 당회장의 서명을 받는다'는 문구와 노회장·임시당회장의 서명란이 있었다. 그런데 임시 당회장과 노회장이 서명을 거절했다. 이유는 후배로서 선배 목사이자 노회장 출신인 원로목사에 대한 결의문에 서명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결의문 하단의 문구를 삭제한 결의문을 다시 작성해, 장로 8명만의 서명으로 발표하자고 했지만, 황 목사를 옹호하는 장로 4명이 결의문 재작성을 거절했다. 당시 8명 전원이 서명한 결의문은 목사 측 장로인 서기 장로가 가져갔다. 일부 교인들이 서기 장로를 찾아가 결의문을 공개하라고 요구했지만, 서기 장로는 지금까지 내놓지 않고 있다.

   
 
 

▲ 교회 갈등이 장기화되자 장로들은 지난해 12월 6일 '교회 정상화를 위한 결의문'을 만들었었다. 황 목사가 교회에 유감 표명만 하면 지난 일은 다 덮고 새롭게 시작하겠다는 의미였다. 이미 지출된 돈에 대해서도 거론하지 않기로 했었다고 한다.

 
 
보다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황태주 원로목사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황 목사는 "할 말이 없다"는 말만 하였다. 서기 장로를 포함한 목사 측 장로 두 명에게도 인터뷰를 요청했다. 서기 장로는 연초에 일정을 잡아 연락하겠다고 했고, 다른 장로도 서기 장로와 함께 일정을 잡아 연락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아직 아무런 연락도 오지 않고 있다.

교인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 지금까지의 상황을 정리한 문건을 만들어 노회에 배포하는 등 여러 방안을 강구하고 있지만, 사태는 제대로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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