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의교회 건축에 대한 공개 포럼이 열린 자리. (사진 제공 교회개혁실천연대)
2,100억이라는 한국 개신교 최대 비용으로 교회당을 건축하는 사랑의교회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으로 쓴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지난 22일 저녁 7시, '사랑의교회 건축,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종로5가 기독교회관에서 공개 포럼이 열렸다. 이진오 부천예인교회 전도사가 제안한 이 포럼은 주최 및 주관 단체 없이 발제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꾸려졌다.

1부는 여섯 명의 발제자가 각각 발제를 하고 질문을 받았으며, 2부는 전체 토론회로 진행되었다. 방청객은 약 120명 가량이 참여하였으며, 포럼은 예정 시간을 한 시간 넘겨 오후 10시 30분경까지 3시간 반 동안 진행되었다.

사랑의교회 측은 포럼에 참석하지 않았다. 사회자인 남오성 교회개혁실천연대 사무국장은 "공문을 보내고 전화로 초청했음에도 사랑의교회 행정 부목사는 기자 간담회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며, 참석을 거절했다. 우리가 보내 주는 자료는 받겠다고 말했다"라고 사랑의교회 측의 불참 이유를 전했다.

교회 양극화 불러올 10만 명 초대형 교회

신동식 문화와설교연구원 대표는 교회의 양극화의 골을 깊게 하는 사랑의교회의 초대형 건축은 중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교회의 모델은 미국의 초대형 교회같이 글로벌 미니스트리(세계 규모 사역) 교회가 아니라 불편하더라도 이웃을 배려하는 교회라는 것이다.

황영익 사랑의교회건축대책지역교회협의회 사무총장은 인근 교회 입장에서 건축을 바라봤다. 그는 사랑의교회 건축을 "10만 성도 초대형 교회로 성장하기 위한 마케팅 건축"이라고 비판했다. 새 교회당을 교통의 요충지에 짓고, 강남에 있는 기존 교회당을 유지하며, 체육 시설이나 결혼식 공간을 지닌 초현대식 건물을 만드는 것은 공간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건축만이 아님을 보여 준다는 것이다.

그는 서초 3동을 '교회 붕괴' 지역, 방배동은 '치명적 피해' 지역, 반포동은 '직접적 피해' 지역으로 예상했다. 사랑의교회가 지역 교회의 협력을 구했다는 말도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사랑의교회가 방문하지 않은 교회도 많고, 방문한 몇몇 교회도 어색하게 협조를 요청한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사랑의교회 건축은 토건 정신의 기독교 버전

▲ 양희송 실장. (사진 제공 교회개혁실천연대)

양희송 청어람아카데미 실장은 사회가 교회의 존재 이유를 묻는 총체적 위기 상황에서 사랑의교회가 한국교회를 뒷걸음질치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한국 사회 전체가 이견이 있더라도 무조건 밀어붙이고, 나중에 가면 다들 좋아한다는 식의 토건 마인드로 가득하다. 이 시점에 사랑의교회가 토건 정신의 기독교 버전으로 나서는 것은 결코 좋게 평가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희송 실장의 발제가 끝난 후 황병구 월간 <복음과상황> 편집위원장은 "오정현 담임목사님의 진짜 생각은 무엇일까?"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양 실장은 "차세대 여의도순복음교회를 꿈꾸는 것 같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70~ 80년대에는 가능했다. 그러나 지금 강남 한복판에서 재현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라고 전망했다.

양희송 실장은 2부 전체 토론회 시간에 "추론이지만, 미국 기독교계가 대통령을 배출하고, 릭 워렌 목사가 오바마에게 조언을 하듯이, 오정현 목사도 현실 권력에 영향을 끼치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진오 전도사는 사랑의교회 건축의 절차와 내용의 문제점을 물었다. 사랑의교회 1년 예산의 네 배에 달하는 대규모 예산을 집행함에 있어서 교회의 주인인 성도들의 의견 수렴 과정은 생략되었다. 이는 마치 회사에서 매출의 4배가 넘는 사업을 임원 몇 명이 주주들의 의사도 묻지 않고 진행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정관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모든 재산 일체를 담임목회자와 부목사, 장로로 이뤄진 당회가 관장한다는 사랑의교회 정관은 "교회의 주인된 성도들의 개별 의사를 무시하는 당회 독재"라는 것이다.

"메가처치 해법은 교회 일치뿐"

▲ 전성민 교수. (사진 제공 교회개혁실천연대)
전성민 웨스트민스터 신학대학원 교수는 사랑의교회 출신으로 발제자 중 가장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대학생 시절 사랑의교회에서 받은 제자 훈련은 내 생애 가장 큰 축복이었다"며, 사랑의교회 성도들에게 두 가지 질문을 했다.

첫째, 평신도가 동원의 대상이 아니라 주체라는 사랑의교회의 정신이 건축 결정 과정에서 얼마나 드러났는지. 둘째, 기관으로서의 교회가 이웃을 돕는 주체가 되고 성도들은 이웃에게 삶과 시간을 내어 주는 인격적 관계없이 돈으로 돕는 객체가 된 것은 아닌지. 그는 발표 중 잠시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신광은 열음터교회 목사는 교회 일치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사랑의교회 건축 문제의 근원은 메가처치(대형교회) 현상이요, 메가처치 현상의 근원은 개교회주의요, 개교회주의의 근원은 교회의 불일치다. 따라서 이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은 교회 일치뿐이다"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사랑의교회는 건축에 힘을 쏟는 대신 인근 사방 수백 미터 내에 있는 교회들과 함께 성장 경쟁을 종식할 것을 선언하고, 그들과 대화하고, 연대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풀뿌리 에큐메니컬 운동"을 시작하라고 촉구했다.

황영익 목사는 강남역 부지에 교육관을 짓고, 서초역 부지에는 복지관을 만들라고 제안했다. 이도 안 된다면 "사랑의교회가 3만 명으로 교인 수를 제한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이 용납 가능한 마지노선"이라고 선을 그었다.

사랑의교회 청년부 '한생모'(한국교회와 사회를 생각하는 모임)에 속해 있다고 밝힌 한 방청객은 "사랑의교회 청년들이 교회 안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이진오 전도사는 "저항하라. 1월에 열리는 공동의회에서 공개적으로 이의를 제기하라. 이도 안 된다면 탈출하라. 사랑의교회 더 이상 비전 없다. 그 교회 다닌다는 것이 더 이상 자랑거리가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사랑의교회 건축, 왜 문제됐나

할렐루야교회나 명성교회 같은 타 대형 교회의 600~800억 원대 건축과는 달리 사랑의교회 건축에 대해 포럼까지 열린 이유는 사랑의교회의 상징성과 대표성 때문이다. 사랑의교회는 그동안 개신교 내에서 건강한 교회의 모델 중 하나로 인식되어 왔다.

전임 목회자였던 옥한흠 목사는 세습과는 상관없이 후임자를 선택하여 금란교회와 충현교회 같은 대형 교회 목회자들과 대비되었다. 또한 옥 목사는 비교적 온건한 개혁 입장을 취하는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탄생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사랑의교회는 교육 공간의 부족과 더 큰 사역을 건축의 이유로 들었다. 사랑의교회가 건축을 위해 매입한 부지는 2,279평으로 서초역 부근 대법원 맞은편에 위치해 있다. 사랑의교회는 총건축비를 약 2,100억 원으로 토지 매입가가 1,174억 원, 공사비는 약 900억 원이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사랑의교회 성도인 한 변호사는 교회 측이 발표한 비용은 건물만을 계산한 비용이고, 음향 방송 시설, 전산 장비, 사무실 집기류 및 대출액 600억 원에서 나오는 이자를 합하면 2,500억 원까지 나올 수 있다고 관측했다. (사랑의교회 홈페이지 게시판 참조)

포럼의 실황을 담은 동영상은 다음 카페(http://cafe.daum.net/howsarang)에서 볼 수 있다.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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