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동고동락한 교인들에게 전하는 감사의 글>

▲ 60세 나이에 조기 은퇴를 하고 원로목사가 된 여수 은현교회 김정명 목사. ⓒ뉴스앤조이 유연석
감사합니다.

제가 결혼하고 은현교회 부목사로 부임한 1977년 9월, 성도들께서 연탄도 갈아주시고, 딸 기쁨이가 울면 기저귀도 갈아주시는 등 저는 호강하며 목회를 했습니다. 그러다 1979년 10월 미국에서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장난감 하나 사주지 못할 형편이었고, 생활고 때문에 어린 딸 고은이를 한국 외가로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때 고생으로 철도 들어 가난한 자의 슬픔과 고통을 깨달았고, 나중에 넉넉한 형편이 되더라도 누리거나 즐기지 않고 검소하게 살면서 베푸는 삶을 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1982년 은현교회로 다시 부임했고, 그 후 6월 항쟁이 시작됐습니다. 은현교회는 민주화 운동에 앞장섰으며, 함석헌·한완상 선생과 문익환·고영근 목사 등을 모시고 시국 강연회도 했습니다. 100일 특별 새벽 기도회·총동원 출석 주일·명사 초청 강연회 등으로 지역사회에 필요한 교회로 자리했습니다. 한편으로 교회가 부흥하여 지금 교회가 위치한 여서동으로 예배당을 이전했습니다.

그러나 땅이 경매로 넘어가 재판정에서 데모도 했고, 교통사고로 한 분은 천국에 가시고, 한 분은 평생 하반신 불구에 11명은 몇 달간 병원에 입원도 했었고, IMF 경제 위기에 교회 예배당 건축 부채가 24억까지 됐던 일 등 시련도 있었지만, 은현 가족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모든 고난을 극복했고, 이제는 하나의 추억이 됐습니다.

이제 저는 담임목사직을 사임하고 원로목사로 취임합니다. 앞으로 6개월간은 교회 일에 전혀 관여하지 않고 북한, 몽골, 인도의 굶주리고 억압받는 사람들을 섬기고, 노후 대책이 없는 은퇴 교역자들을 돌보는 등의 일을 할 예정입니다. 이후 원로목사로서 은현교회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으면 그때에 저의 몫을 감당하겠습니다.

사랑하는 은현 가족 여러분, 지금까지 저를 사랑하셨던 마음으로 교회를 사랑하고 섬겨주십시오. 이를 위해 최규식 목사님과 한마음 한뜻이 되어 예수 닮는 일에 전념하여 주십시오. 어떤 경우에도 저와 최 목사님을 비교하지 마시고, 이제는 최 목사님께 맞추어 교회 부흥에 힘쓰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동안 제가 은현 가족들에게 못할 일을 참 많이 했습니다. 무례함, 교만, 아집, 독선, 억지, 폭언, 면박 등 이루 다 표현할 수 없는 일을 저질렀습니다. 부디 용서해주시고 마음에 맺힌 것을 풀어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기도의 집에서 기도와 말씀 묵상으로, 나 자신의 종에서 주님의 종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겸손하고 온유한 예수님 닮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쉬지 않고 은현교회와 성도들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30여 년 동안 은현교회 안에서 여러분과 함께 신앙생활을 하게 해주신 우리 아버지 하나님의 은혜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자기들, 항상 행복하세요.

2009년 9월 27일 허물투성이 김정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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