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MS 정명석 총재가 항소심에서 10년 징역을 선고받았다.(뉴스앤조이 자료사진)

서울고등법원 형사9부(고의영 부장판사)는 2월 10일 오전 10시 기독교복음선교회(일명 JMS) 총재 정명석에게 여성 4명을 강간치상·강간·강제 추행한 혐의로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지난해 8월 1심 형량 6년보다 4년이나 늘었다. 재판부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여신도 1명 강제추행 혐의에 대해서도 유죄를 인정했다. 정명석의 보석 신청은 기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을 특수 지위에 있는 종교지도자로 믿는 회원을 상대로 성 접촉을 한 점, 피해자들이 비교적 어린 나이였던 점, 해외에 거주하면서 잘못을 저질렀던 점을 볼 때 피고인이 고령인 것을 고려하더라도 1심보다 중한 형을 내려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선고 공판은 애초 2월 5일에 열릴 예정이었으나 공판이 열리기 하루 전, JMS 쪽에서 피해자와 합의 막바지에 이르렀다며 선고기일 연기신청서를 냈다. 당시 재판에 참관한 피해자 쪽 법률사무소 직원이 "피해자가 합의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고, 판사는 '단 한번'이라는 조건으로 선고기일을 연기했다. 연기 기간 중 피해자들은 법원에 "합의할 의사가 없고, 만약에 합의서가 도착한다면 피해자가 죽은 것이나 납치된 것이라고 생각하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했다. 

"정명석 진술과 행적이 모순이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과 피고인의 진술이 일치하는 부분 없이 첨예하게 대립했기에 신체 접촉 행위가 있었나를 판단의 기준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접촉 행위가 있었다면 피고인 정명석의 진술이 허위, 접촉 행위가 없었다면 피해자의 진술이 허위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판사는 정명석의 진술이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정명석이 2008년 2월 한국에 송환된 직후 검찰 조사에서 한 진술, 재판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한 진술이 달라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정명석 쪽은 중국에서 했던 거짓 진술을 그대로 말한 것이고 중국 공안의 협박이 두려웠다고 했다. 하지만 검찰 조사 때, 변호사가 대동한 상태에서도 같은 진술을 했고 조서 내용을 확인한 후 정정 내용을 손으로 다시 써서 기술했던 것을 볼 때, 자유롭게 진술 할 수 있는 분위기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또 재판부는 정명석이 홍콩에서 불법체류로 잡혔다가 보석으로 풀려난 후 중국에 밀항한 게 아니라 납치되었다고 말한 것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납치되었다는 기간에 피고인 설교 내용이 외부로 전달되는 등 외부와 연락이 닿았던 점이 분명하고, 중국에 있었던 산장에서 각 나라의 신도들이 모여 여러 행사를 연 것을 볼 때 납치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피고인이 홍콩에서 불법체류로 이민국에 송환되고 보석으로 풀린 후, 중국으로 밀항하고 1년 넘게 도피 생활을 한 것은 떳떳한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피해자가 반 JMS 단체인 엑소더스와 사전 협의해서 정명석을 모함하려 한다는 건에 대해서도 혐의 없다고 일축했다. 당시 엑소더스가 꽤 알려진 단체여서 피해자가 사후에 도움을 청하는 것은 납득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 피해자가 젊은 여성이고 피해 사안이 성폭행인 것을 감안할 때, 피해자가 외부에 알리면서까지 피고인을 고소했다고 생각하기 어렵고 사전 모의 증거도 없다고 덧붙였다. 

"피해자는 항거불능 상태였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피고인의 행위를 거부할 수 없는 항거불능 상태였다는 것도 인정했다. 피고인 정명석이 선교회 내부에서 목사 이상의 지도자적 위치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던 것을 인정하고, 신의 뜻과 섭리를 받아 설명하는 사람이라고 믿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피고인의 행위를 종교행위라고 생각해 혼돈과 경악 상태에서 거부하지 못한 것을 인정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1심에서 고소인 A에 대한 준강제추행에서 무죄를 선고했으나 2심 때는 유죄를 선고했다. 1심 때는 피해자가 정명석이 다른 여신도에게 하는 성적인 행위를 인식하고도 진료유사행위로 오인한 나머지 성추행을 용인한 것이지 반항이 곤란한 상황은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2심에서는 주위에 있는 사람 때문에 피해자가 정신적 혼란이 가중된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에 대하여는 준강제추행을 선고, B와 C에 대해서는 준강간·강제추행·준강제추행을 1심과 같이 유지하고. 고소인 D에 대해서는 강간치상을 선고했다. 고소인 E는 1심 때 했던 공소기각을 유지했다. E는 합의서를 제출한 이상 1심 때 내린 공소기각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E가 검찰에서 성적 접촉이 있다고 진술했으나 후에 JMS와 합의한 후 진술을 번복했다는 점, 제출한 수기가 워드로 작성되었는데 손으로 썼다고 한 점 등을 볼 때 후에 한 진술은 피고인을 위해 한 행동으로 보여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스케치] 법정 풍경

선고는 오전 10시에 열렸으나 수많은 JMS 신도들 200여 명이 한 두 시간 전부터 재판정에 입장하기 위해 긴 줄을 지어 서 있었다. 법정 직원이 "이렇게 비상식적인 태도를 취하니까 이러저러한 소리를 듣는 게 아닌가" 하며 나무라기도 했다.

판사가 판결문을 읽는 동안 신도들은 한숨을 내쉬거나 눈물을 짓기도 했다. 반면, 피해자와 엑소더스 쪽은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무죄를 주장하는 변호사 앞에서 아픈 기억을 떠올리며 진술했고, 합의하자는 일방적 요구에 시달렸던 피해자들은 10년 형이 선고된 것에 대해 '산고를 꽉 채웠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검사가 내린 구형을 꽉 채운 10년 형이 내려졌다는 말이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아직 완전히 방심할 때는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JMS 측이 상고할 경우 대법원 판결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법원 재판은 사건 관련 기록만으로 판결을 선고하는 '법률심'이기에, 피해자들이 법정에서 더 이상 힘든 진술을 계속하지 않아도 된다.

한편, 모든 재판 과정을 지켜 본 청원경찰 중 한 명은 "최소한 사형이나 무기징역은 돼야 하는 거 아니야"라고 말하기도 했다. 청원경찰 중에는 가수 코요테 멤버 김종민 씨가 포함되어 있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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