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교인 다수의 반대로 교회에서 쫓겨난 목사가 최근 대법원 판결문을 들고 돌아와 예배당을 차지했다. 대법원이 이 목사가 제기한 담임목사 이임처리결정과 미파처리결정 무효소송에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에 대한 목사와 교인들의 해석은 서로 다르다. 이 목사는 "나는 법이 인정한 담임목사"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다수 교인은 "우리 교회엔 3년 전에 교단이 파송한 담임목사가 있다"며 이 목사의 교회 출입을 육탄저지하기 시작했다.    

3년 전 쫒겨 난 목사 컴백  vs 교인들, 인간띠로 교회 진입 저지

12월 14일 상도감리교회(담임목사 윤종웅) 1부 예배가 시작하기 전인 오전 9시, 교인 10여 명이 예배당 출입문을 봉쇄했다. 복면을 쓰고 서로의 몸을 쇠사슬로 이은 이들은 '미파 목사는 담임목사 자격 없다', '미파 목사 예배 거부' 등이 적힌 현수막과 손 팻말을 들고 출입문 앞을 지켰다. 전 담임목사인 이종대 목사(63)와 이 목사를 지지하는 교인의 예배당 진입을 막기 위해서다. 미파 목사란 감리교 내규에 따라 연회에 이임결의서가 제출된 후 3개월이 지나도록 새로운 임지로 파송요청을 하지 않은 목회자를 말한다.

9시 10분쯤 법원 판결문을 손에 들고  나타난 이 목사는 "난 나라가 허가한 사람이다"며 출입문을 열라고 했다. 이 목사와 함께 온 한 성도는 "이 더러운 인간들아, 우리 목사님 거절하면 싸잡아 뒈질 것이다"라고 소리쳤고, 출입문을 막아선 교인들은 이 목사를 향해 "네가 목사냐. 미파 목사가 왜 왔냐"고 응수했다. 예배당에 들어가려는 이 목사 일행과 막아선 교인 사이에 계속 험한 말이 오갔고 가벼운 몸싸움도 수차례 일어났다.

잠시 후 이 목사의 신고로 출두한 경찰이 도착했다. 동작경찰서 노량진 지구대장은 "교회에서 같은 신도끼리 왜 이러냐. 성경에 싸우지 말라고 나오지 않느냐"며 원만하게 해결할 것을 권유했다. 이 목사는 "나는 법원이 인정한 담임목사다. 나를 쫓아낸 사람들이 법을 지키지 않고 예배를 못하게 막고 있다"며 예배당에 들어가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 목사 일행을 막아선 교인들은 "이종대는 미파 목사다. 오려면 절차대로 파송 받고 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현기 권사(상도감리교회 관리부장)는 "우리 교회에는 3년 전에 연회가 파송한 담임목사님이 있다. 연회에서 이 목사에 대해 판단해줄 때까지 본당을 폐쇄하기로 했다. 예배할 교인들은 교육관으로 가라"며 이 목사 일행에게 예배당을 내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전달했다. 이 목사는 "담임목사인 내가 인정하는 관리부장이 아니다. 저들은 나를 내쫒은 사람들이다"고 말하며 다시 한 번 경찰에게 입구를 열어달라고 요청했다.

뒤늦게 도착한 동작경찰서 김용겸 정보관은 "상도감리교회 사건은 민사법상 판결이므로 경찰력이 쉽게 개입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공권력이 필요하면 법원에 집행관을 요청하라"고 말했다. 김 정보관은 2004년부터 상도감리교회 분쟁 사건을 수사했다. 경찰 관계자와 몇 차례 더 대화를 나눈 이 목사 일행은 예배당 출입문을 막아선 교인들과 30분가량 더 실랑이를 벌였다. 이 목사 일행은 오전 11시 무렵 예배당 앞 계단에서 간략하게 찬송과 기도를 하고 돌아갔다.

3년 전 이 목사 이임처리 무효소송, 대법원 판결했지만 해석은 각각

이 목사는 2004년에서 2005년까지 교인 다수와 극심한 갈등을 벌였다. 2005년 3월 9일 상도감리교회는 구역인사위원회를 열어 이 목사의 이임을 결의했다. 기독교대한감리회 서울남연회(감독 임영훈)는 2005년 8월 17일 이 목사의 이임처리결정을 내렸고 8월 18일에는 2005년 7월 4일 부로 이 목사는 미파 처리됐다고 통보했다. 2005년 10월에는 윤종웅 목사를 상도감리교회 담임목사로 파송했다. 이 목사는 3년 동안 미파 목사 신분으로 자신을 지지하는 일부 교인과 인근 처소에서 예배하며 미파처리와 이임처리결정에 대한 법적 소송을 진행했다.  

대법원(재판장 양창수)은 10월 23일 이 목사가 상도감리교회와 서울남연회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 대해 판결을 내렸다. 판결문의 주문을 보면 대법원은 이 목사가 서울남연회를 상대로 제기한 2005년 8월 18일 미파처리결정 무효확인청구 부분을 파기한다고 밝히며 1심 판결을 취소하고 해당 부분에 관한 소를 각하했다. 그러나 판결 이유에서 이 목사의 이임처리를 결의한 2005년 3월 9일 구역인사위원회의 결의와 서울남연회의 이임처리결정이 무효라는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이 목사는 이 내용을 근거로 상도감리교회 담임목사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 그는 4주 전부터 자신을 지지하는 80여 명의 교인과 함께 예배당을 차지하고 주일예배를 인도해왔다. 이 목사는 상도감리교회를 상대로 당회금지가처분신청을 했고 서울남연회에도 상도감리교회 담임목사직 복귀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도감리교회와 이 목사는 대법원 판결 이후 연회의 중재 아래 몇 차례 협상을 시도했다. 심현기 권사는 이 과정에서 이 목사 쪽에 새로운 예배 처소를 마련해주는 조건으로 30억 가량을 지원하는 협상안이 거론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도감리교회는 이 목사 시무 당시 무리한 교육관 건축으로 21억의 빚이 생기는 등 재정구조가 악화된 상태다.

상도감리교회는 최근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김남채 권사)를 구성해 이 목사에 맞서는 것으로 태도를 바꿨다. 이들은 연회의 미파처리결정이 무효라고 판결한 원심을 대법원이 파기했으므로 이 목사는 여전히 미파 목사 신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12월 8일에는 이 목사에게 '교인끼리 몸싸움하는 사태를 피하려고 귀하의 예배 집례를 막지 않고 구경만 했으나 더 이상 용납할 수 없으니 예배집례를 즉시 중단하라'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이 목사의 예배당 진입을 저지한 한 교인은 "상도감리교회가 그동안 사설경호원에게 쓴 돈만 수억이 넘는다. 이제는 교인들이 직접 몸으로 막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이 목사가 담임목사로 복귀하면 기존의 상도감리교회 교인 대부분은 교회를 떠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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