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6월 6일 불교계 원로들과 만난데 이어 7일 오후 개신교 원로 8명을 청와대 상춘제로 초청해 쇠고기 파동 및 정국 현안을 놓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날 이 대통령의 초청을 받은 원로들은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 김선도 광림교회 원로목사, 김장환 수원중앙침례교회 원로목사(극동방송 사장), 하용조 온누리교회 담임목사, 권오성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엄신형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임명규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장, 전광표 구세군 대한본영사령관 등이다.

이 대통령은 8일에는 정진석 추기경 등 천주교 지도자들과 만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이 쇠고기 파동 등을 수습하기 위해 종교계의 의견을 경청하는 것은 지극히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만나는 지도자가 적어도 국민의 심정을 대변할 수 있어야만 해법다운 해법을 찾을 수 있고, 나름대로 국민으로부터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날 이 대통령이 만난 개신교 원로들은 한두 명을 제외하고는 대개 대통령과 사상이나 생각이 별로 다를 것 같지 않은 사람들이다. 하나님 나라의 공의와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어떤 위험도 무릅쓰고 정직하게 하나님의 뜻을 전달할 만한 선지자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지난 5월 국가조찬기도회 때 대통령은 자신이 교만했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당시 설교자인 조용기 목사가 전한 여호수아의 말씀을 “하나님이 주신 말씀으로 받아들였다“고도 말했다. 또  "계곡이 깊으면 산이 높다. 환난은 인내를, 인내가 소망을 이루는 것처럼 어떠한 도전이 온다 할지라도 하나님 말씀으로 무장하면 어려움을 극복해낼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국가조찬기도회 이후 대통령의 행보는 본인이 인정했던 교만했던 모습에서 나아지기 보다는 오히려 어떤 도전이 와도 밀고 나가는 불굴의 전사와 더 닮았다. 언제나 하나님은 자기편이라고 믿는 그 놀라운 신념 역시 조금도 변한 것 같지 않다.

따라서 국가조찬기도회 때 대통령이 만난 개신교 주요 인사들이나 이번에 청와대로 초청한 원로들이 별반 차이가 없는 것을 보면 이날 대화 이후 대통령의 행동에 과연 변화가 있을지 모를 일이다. 그리고 여담이지만 주일에 국무회의를 곧잘 소집하는 대통령이 주일을 피해 개신교 인사들을 만난 것은 조용기 목사 일행에게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덕분에 천주교 지도자들이 주일에 국정과제를 놓고 대통령의 말상대가 되는 골치 아픈 일을 떠맡았지만 말이다.

어쨌든 소위 성공한 목사, 큰 교회 목사가 아니라 거짓과 불의에 항거하고 가난하고 힘없는 자들을 위해 평생을 보낸 사람들을 기독교 원로로 대접하고 청와대로 불러줄 때가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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