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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실용음악고, 개학 보름 앞두고 '공간 부족' 비상

70평 4층짜리 건물에서 180명 실습·수업…학부모·교사 "설립자가 무리하게 정원 늘려"

최승현 기자   기사승인 2020.02.13  17:5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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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설립자 일가 비위 의혹으로 종합 감사를 받고 기관 경고 및 관련자 중징계 처분을 받은 서울실용음악고등학교(송지범 교장)가, 2020학년도 1학기 개학을 보름 앞두고 수업 공간 부족으로 비상이 걸렸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11월 27일 △설립자 장학일 교장(예수마을교회 담임목사) 해임 △아들 장 아무개 교감 정직 △2억 4228만 원 보전 등의 종합 감사 결과를 통보했다. 특히 장 목사와 과거 친인척 관계였던 이가 운영하는 '뮤직서울' 건물 공간을 교육 및 레슨 공간으로 사용한 점이 주요 문제 중 하나로 지적됐다. 뮤직서울은 공개 입찰 없이 서울실용음악고와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 위탁 계약을 맺었고, 학생들에게 전공 실습 수업료를 받았다.

서울시교육청은 서울실용음악고가 "대안 학교의 교사校舍는 대안 학교 설립·경영자의 소유여야 한다"는 '대안 학교의 설립·운영에 관한 규정'을 위반했다며 "학교 인근 예수마을교회나 뮤직서울의 교사·교지(건물)를 매입해 부족한 교실 및 연습실을 확보하거나, 학교 시설물 내에서 운영이 가능하도록 학급 수를 축소 운영하라"고 했다.

이에 서울실용음악고 이사회(이관희 이사장)는 2월 3일 "지금까지 학생들의 수업권 보장 및 질 높은 음악 교육을 위해 교회 건물과 뮤직서울 건물을 학생 수업실로 제공하였으나, 교육청 감사 지적 사항과 자문, 내부 고발자에 의한 고발 및 뮤직서울 폐업 등에 따라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바, 2020년 3월 2일부터 모든 수업과 연습은 학교 내에서 진행하기 바란다"고 학교운영위원회에 통보했다.

서울실용음악고가 교육청 감사로 '뮤직서울' 공간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면서, 2020학년도부터 본관 건물에서만 수업을 진행해야 한다. 180여 명이 한꺼번에 수업과 연습, 실습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 학부모들과 학교 사이에 의견 충돌이 일어나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연습실·수업실 사라진 상황
신임 교장 "학교 건물에서 이론 수업
실습은 '방과 후 학교'로 운영"
학부모 및 일부 교사 "절대 안 돼"

문제는 이렇게 할 경우, 현재와 같은 형태로 학사 일정을 진행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데 있다. 교육청 감사에 적발되기 전까지 수업과 개인 레슨 등을 진행했던 뮤직서울 건물에는 연습실 22곳, 합주실 3곳, 미디 교육 공간 1곳 등이 있었다. 뮤지컬 수업 등 넓은 공간이 필요하면 100m 떨어져 있는 예수마을교회 본당 공간을 사용했다. 3년간 이수해야 하는 전체 204시수 중 실습에 해당하는 60여 시수 대부분을 외부에서 진행한 것이다.

서울실용음악고 본관은 지하 1층에서 지상 4층까지 구성돼 있고, 콘서트홀과 교실 등으로 사용하는 1~3층 면적은 각 235.79㎡(약 70평)에 불과하다. 2020년 2월 현재 서울실용음악고 1~3학년 전교생은 약 180명(총 9학급)이다. 이 정도 규모가 본관 내에서만 실습을 비롯한 수업을 진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장학일 교장 해임 이후 올해 새롭게 취임한 송지범 교장은 2월 3일 학부모 간담회를 열고 새로운 커리큘럼을 내놓았다. 뮤직서울 공간은 수업 공간으로 사용하지 않고, 교육청 및 이사회와 협의를 거쳐 예수마을교회 예배당에서 뮤지컬 수업 등만 제한적으로 하되, 나머지 수업은 모두 학교 건물에서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송 교장은 정해진 수업 시간(204시수)을 채우기 위해 이론 위주로 커리큘럼을 짜겠다고 밝혔다. 예를 들면, 오전 9시부터 1학년은 교실에 모여 수업을 받고, 그동안 2학년과 3학년은 학교 외 건물에서 '실습 및 레슨'을 할 수 있는 방과 후 수업을 진행한다. 1학년들 수업이 끝나는 오후에 2학년과 3학년이 학교 건물로 들어와 수업을 받게 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레슨 및 실습을 '위탁 방과 후 학교' 개념으로 운영해, 학교 교사들 지도·감독하에 시간강사를 선정하고, 이들과 일대일 레슨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방과 후 학교는 꼭 교내 건물에서 할 필요가 없으므로, 뮤직서울 등 기존 사용 공간을 대관료(혹은 방과 후 수업료) 명목으로 지불하고 사용하면 될 것이라고 했다.

학부모들은 학교 계획에 반대하고 있다. 학생들 수업권이 침해되고, 실습과 연습이 중요한 실용음악고를 일반 학교로 만드는 처사라고 주장한다. 이승준 학교운영위원장은 "송 교장 계획은 서울실용음악고를 '일반고'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평상시에는 일반 교과 수업을 받고 방과 후 수업 시간에 레슨을 받으라는 식이면, 누가 이 학교에 오려고 하겠는가. 이럴 거면 일반 고등학교 다니면서 방과 후 음악학원에 가는 게 낫지 않겠는가. 이 학교 커리큘럼이 좋아서 진학한 재학생들과 신입생들을 무시하는 처사다. 학습권을 침해하는 이번 계획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일부 교사도 송지범 교장이 제시한 새 커리큘럼을 반대하고 있다. 서울실용음악고 한 교사는 2월 11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학교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커리큘럼을 신임 교장이 왜 강행하려는 것인지 모르겠다. 커리큘럼을 기대하고 들어온 학생들은 수업권도 보장받지 못하는 셈 아니냐"고 했다.

그는 교사들 계약 문제도 있다고 우려했다. "교사들은 계약 갱신 기대 심리가 있는데, 음악 선생들을 다 방과 후 교사로 돌린다는 것 아닌가. (만일 이런 이유로 계약을 해지한다면) 부당 해고로 소송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학부모와 학생들은 서울실용음악고를 설립한 예수마을교회 장학일 목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애초 공간 대책 없이 정원만 늘려 이 사태가 빚어졌다면서, 책임지고 교육 공간을 확보하라는 것이다. 올해부터는 '뮤직서울' 이름이 붙은 공간은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 서울실용음악고 홈페이지 갈무리

설립자 장학일 목사에게 화살 쏠려
위법인 줄 알면서도 외부 공간 사용
공간 확보 안 하고 정원은 계속 늘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화살은 교육 공간 증설 없이 정원을 늘린 설립자 장학일 목사를 향하고 있다. 서울실용음악고는 최근 몇 년간 학생 정원을 늘려 왔다. 2016년 149명, 2017년 168명, 2018년 190명, 2019년 209명까지 올라갔다. 한 교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설립자 부자가 정원을 210명으로 늘릴 때 선생들은 다 반대했다. 지금도 공간이 없는데, 욕심을 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승준 학운위원장도 "정원을 210명으로 늘릴 때부터 수업 공간과 연습실 부족 문제가 대두됐다. 교육청이 이런 식의 공간 확보는 적법하지 않다고 지적했는데도 밀어붙였다. 학부모들은 (공간 사용에 법적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9월 교육청 감사 때에서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미 2012년부터 서울실용음악고에 외부 공간을 교육 공간으로 쓰지 말라고 했다. 2012년 사립 대안학교 운영 실태 점검 후, 시정 사항 조치 결과를 보고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당시 서울실용음악고는 2013년 2월까지 시정 후 보고하겠다고 했으나, 2019년 9월 감사가 진행될 때까지도 바꾸지 않았다.

서울실용음악고는 2016년 5월, 예수마을교회 예배당 2~4층을 공연 수업실과 전공 실습실로 사용하겠다는 내용으로 시설 확충 변경 신청을 했다. 교육청은 예수마을교회 예배당 소유자와 학교 설립·경영자가 상이하다며 이를 반려했다. 예수마을교회는 교인들 총유 재산으로, 등기는 기독교대한감리회 유지재단 명의로 돼 있는 상태다.

현재 서울실용음악고가 위법성을 피하면서 원활한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송지범 교장 안대로 실습을 '방과 후 수업'으로 돌리거나 아예 뮤직서울 건물 소유를 서울실용음악고로 바꿔야 한다. 뮤직서울 건물은 예수마을교회 소유다. 장학일 목사는 지난해 대대적인 교육청 종합 감사로 학교가 매스컴을 탄 마당인 데다가, 비난의 화살이 자신에게 쏠리고 있는 상황에서 섣불리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우선 교육청 감사 지적 사항을 이행하는 게 급선무라고 판단한 것이다.

학부모들은 일단 개학이 급한 만큼 한시적으로라도 기존처럼 뮤직서울 공간을 쓸 수 있게 해 달라고 교육청에 요구하고 있다. 이승준 학운위원장 등 학부모 대표 15명은 2월 11일 서울시교육청을 찾아가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탄원서에 "갖은 불법을 저지르며 학교를 운영해 온 설립자가, 교육청 지적(공간 정리)에 대해 학생들을 볼모로 삼고, 지금 와서 원칙 운운하며 적반하장격 태도를 보이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현직 서울실용음악고 교사 17명도 2월 11일 교육청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설립자는 학생들의 수업 공간을 마련해야 하는 지극히 당연한 책임이 있음에도 그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 설립자의 최우선 책임은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이다. 감사 지적 사항(수업 공간 확보)에 대해 대승적인 결정이 필요하나, 이를 방만히 여기고 있으며 어떤 행동도 취하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서울실용음악고 측은 교육청 감사 사항을 이행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입장이다. 감사 결과 뮤직서울 공간을 쓰지 못하게 됐는데, 이를 무시한다면 나중에 더 큰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학교 관계자들은 학부모와 교사들이 설립자 측이 떼돈 벌기 위해 학교를 운영하는 것처럼 봐서는 안 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학교 측 "행정적 미흡함 있었지만
설립자가 돈 벌려고 사기 친 것 아냐
교육 공간 당장 해결 어려워"

대책을 세워야 하는 학교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교육청에서 지적받은 사항을 이행하지 않으면 범법이 되는데, 학부모·교사들이 사실상 이를 무시하라고 요구한다는 것이다. 송지범 교장은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교육청 감사 지적 사항은 수행할 수밖에 없다. 법과 원칙에 맞게 해야 하는데, 학부모들은 이전에 쓰던 뮤직서울 공간을 불법적으로 쓰게 해 달라는 거 아닌가. 교육청에서 예외적으로 허용해 준다고 쳐도 (나중에 문제가 발생하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교장이 다 져야 한다. 만약 교육청이 (유예) 조치를 내려 줄 것이라면 정확히 (문제없다는 확약을) 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새롭게 내놓은 커리큘럼도 문제없다고 말했다. 송 교장은 "기존 뮤직서울 건물에서 62시수를 진행했는데, 이제 그렇게는 못하니 학교 건물 안에서 전부 다 해야 한다. 공간이 없다. (연습할) 공간이 필요하다는 건 알고 있으니 위탁 방과 후 개념을 내놓은 것이다. 학교에서 컨트롤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본다. 교사들도 다 고용 승계해서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공간 부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은, 학교가 나서서 교육용 기본 시설을 확충하는 것이다. 그러나 학교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송지범 교장은 "뮤직서울 건물을 증여받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기존 임대인이 들어가 있고, 관계가 복잡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학부모와 교사들이 장학일 목사를 사기꾼·횡령범으로 몰아가는 상황이라, 대화와 타협이 더 어렵다고 했다. 학교 관계자들은 지난날 공간 문제에 대한 대책 없이 정원을 늘려 온 것은 행정적인 미흡함이지, 절대 장학일 목사가 돈 욕심을 내서 그런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학교 정원도 150명 이내로 점진적으로 줄일 계획이라고 했다.

이관희 이사장도 학부모와의 협의를 거쳐 새 공간 매입을 검토할 수는 있다면서도, 뮤직서울 건물 증여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이 평일에도 예수마을교회 공간을 써서, 교회가 행사를 열지 못할 때도 있었다. 교인들도 일정 부분 감내해 왔는데, 죄다 불법이라고 하니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뮤직서울 공간 일부를 전세 낸 사람도 있어서 건물을 마음대로 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도 학교에 심각한 비리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우리가 행정적으로 불투명하고 미흡한 부분이 있었던 것은 맞다. 그러나 설립자가 떼돈 벌려고 그런 것도 아닌데, 학부모들은 마치 그를 돈 욕심이 있는 사람으로 매도한다. 교회도 그런 인식을 불편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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