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news_top

교회 내 갈등,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해야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주체적으로 갈등 다룰 수 있는 위원회 필요해

반은기   기사승인 2020.02.13  14:25:53

아래의 URL을 길게 누르면 복사하실수 있습니다.

ad42

어느 목사님께서 교인들 지갑에서 적은 금액의 돈이 사라지고 있다고 하셨다. 주일에 올 때마다 불평하는 교인들이 있어서 어떻게 할지 논의한 적이 있다. 목사님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겠다고 하셨다. 규모가 아주 작은 교회였다. 목사님은 범인을 알게 되면 무슨 말부터 시작해야 하느냐고 하셨다. 피해 금액을 어떻게 되돌려 줄 수 있을지 등 난처한 상황을 말씀해 주셨다.

교인들 입장도 마찬가지였다. 교인들은 서로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신뢰가 깨진 것이다. 그 교회는 교인들 간에 결속력이 뛰어났다. 그러다가 이렇게 신뢰가 깨지면 쉽게 교회를 떠나게 된다. 목사님께 교회 내 도난과 관련해 이야기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목사님은 도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면 무책임한 목사로 보일까 봐 걱정하셨다. 그렇지만 기도하면서 대화로 해결해 보시겠다고 하셨다.

도난 사건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질 무렵, 목사님은 환한 모습으로 말씀해 주셨다. 교인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문제가 실질적으로 해결되었다는 것이다. 대화하기까지 용기가 필요했지만, 시도해 보니 해결되었다고 하셨다.

위 사례는 도난과 관련한 갈등 상황이다. 나는 위 사례뿐 아니라, 다양한 갈등을 접한다. 교회 내 교인들 간의 사소한 갈등, 교인과 목회자의 갈등, 교회와 지역사회의 갈등이 있고, 교인들이 교회 밖에서 겪고 있는 갈등도 있다. 갈등 정도를 떠나 갈등을 겪는 모든 사람은 고통스럽고 힘들다. 갈등을 바라보는 주변인들도 동일하다.

회복적 서클을 만든 도미니크 바터(Dominic Barter)는 "공동체 내에 쓰레기가 있으면 어떻게 하지?"라고 물어보면, "사람들은 치우면 되지"라고 말한다고 했다. 이때 "쓰레기를 누가 치우지?"라고 물으면, "누군가는 치우겠지"라고 대답하지 "내가 치울게"라는 사람은 드물다고 했다. 이 문제를 논의하는 사이에 쓰레기는 쌓이고, 공간은 점점 더러워진다고 했다.

내 삶에 비추어 보아도 마찬가지다. 내가 평화와 갈등을 다루는 일을 하고 있다고 말하면 "좋은 일 하시네요. 필요한 일이네요"라는 답을 듣는다. 평화와 갈등의 영역은 누군가 해결해 주기를 바라는 문제이다. 가만있으면 누군가 해결해 주는 영역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모두가 할 수 있고, 함께할 수 있는 일이다. 나는 공동체 내에 갈등이 있다면, 그 갈등이 모두의 문제라는 사실을 상기하고 함께 해결할 수 있도록 초대하는 역할을 맡을 뿐이다.

교회 내 갈등 해결 주체는 누구인가? 도난과 관련한 갈등을 살펴보면, 교회 문제는 목사에게 보고된다. 목사는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능력이 없는 목사가 된다. 목사만의 문제가 아닌데도 목사가 교회 리더라는 이유만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할 주체가 된다. 갈등 관계 속에서 누군가의 말에 더 귀를 기울이지 못한다면 공정하지 못한 목사가 된다. 목사가 갈등의 주체가 되면, 갈등은 더 이상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에 빠진다.

교회 내 갈등이 생기면 목회자에게 보고되는 시스템 외에 무엇이 더 필요할까? 교회 내 갈등을 어떻게 다룰 수 있을까? 갈등이 생기면, 피하거나 누군가 해결해 주었으면 한다. 그렇게 해결될 수도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목사와 갈등을 의논할 것이며, 갈등이 해결되지 않았을 때 목회자 탓을 할 것인가. 교회 구성원 모두가 주체적으로 갈등을 다룰 수는 없을까?

갈등은 공동체가 함께 해결하고 다루어야 하는 문제이다. 누군가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에서 일어나는 문제이다.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는 갈등을 피할 수 없다. 갈등은 언제나 생길 수 있다. 피할 수 없다면 어떻게 다룰지 고민해야 한다.

"그러므로 예물을 제단에 드리려다가 거기서 네 형제에게 원망 들을 만한 일이 있는 것이 생각나거든 예물을 제단 앞에 두고 먼저 가서 형제와 화목하고 그 후에 와서 예물을 드리라(마 5:23-24)."

성서에서도 예물을 드리기 전에 형제와 화목해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교회 내에서 누군가와의 갈등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가? 화해하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어린 시절부터 익숙하게 배운 각자의 방식이 있다. 방법을 몰라서 못 하는 게 아니다. 교회 내 화해에 대한 시스템이 부재하기 때문에 못 하는 것이다.

교회 내에 갈등을 다루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 절실하다.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식은 굉장히 다양하다. 모범 사례 하나를 소개한다. J교회는 개척교회로, 30여 명이 모였다. 교회 내 갈등도 없어 보였고, 교회 밖 갈등도 많지 않았다. 그러나 목사님께서 갈등에 대한 교육을 받으면서, 교회 내에 '평화화해위원회'를 구성하고 싶다고 도움을 요청하셨다.

평화화해위원회는 교회 내에 '재정부' 같은 부서처럼 하나의 기구처럼 만들어졌다. 평화화해위원회는 교회 내 갈등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갈등을 전문가가 아닌 교인들이 일상생활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왔다. 실질적으로 갈등을 다루지 않더라도 교회에서 갈등이 생기면 누구나 대화할 수 있도록 기구를 설치하는 것부터가 평화화해위원회의 시작이 아닐까.

J교회 평화화해위원회가 갈등을 다루는 사례는 몇 개월 동안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교회 내 갈등이 생겼을 때 건강하게 대화하고, 어떻게 해결할지 함께 지혜를 모을 수 있는 기구를 설치했다는 사실이 고무적이다. 교회 내 갈등이 생겼을 때 우왕좌왕하거나 얼어붙거나 피하지 않게 하는 안전한 장치가 있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교회 내에서 누군가와 갈등을 겪는다면, 혹은 교인이 어떤 갈등을 겪고 있다면 건강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누군가가 책임을 지는 방식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 교회라면 평화화해위원회부터 구성해 보자.

평화화해위원회는 어떻게 시작할 수 있을까? 위원회는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교회 내 갈등을 어떻게 다루는지 현실을 진단하는 일부터 시작한다. 교인들이 어떤 방식으로 갈등을 다루기 원하는지 대화를 나누자. 갈등이 없다고 느끼는 교회도 갈등을 미연에 방지하는 차원에서, 갈등을 겪는 교회는 당면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싶은지 의견을 모아야 한다. 갈등을 해결했던 교회는 어떤 방식으로 갈등을 다루는 게 적합한지, 다른 방식은 없는지 찾아보아야 한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이미 알려 주셨다. 예물을 드리기 전에 형제와 화해하라고 부탁하셨다. 예배하기 전에 우리 이웃과 어떻게 화해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화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반은기 / 비폭력평화물결, 평화교회연구소에서 활동하고 있다. 평화와갈등전환학을 공부하고, 대화로 갈등을 다루기 위한 '회복적 서클'과 '서클 타임' 등을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ad47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동영상 기사

default_news_bottom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