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2020학년도 정시 입시에서 대학 7개 신학과가 미달을 기록했다. <뉴스앤조이>가 진학사·유웨이어플라이와 각 대학 홈페이지 등을 통해 주요 교단 산하 대학교 신학과 20개의 2020학년도 정시 입시 경쟁률을 살펴본 결과, 평균 경쟁률은 1.5:1로 나머지 대학들도 겨우 인원을 채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경쟁률은 전국 4년제 대학 205개의 2020학년도 정시 입시 경쟁률 4.6:1과 비교할 때 1/3 수준이다. 정시 모집은 가·나·다군에 1곳씩 총 3군데 지원할 수 있기 때문에, 입시 경쟁률이 3:1 미만인 대학은 정원 미달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분류한다.

조사 대상은 주요 교단 산하 신학과가 설치된 총신대·칼빈대·대신대·광신대·장신대·서울장신대·한일장신대·호남신대·감신대·목원대·협성·서울신대·성결대·고신대·안양대·침신대·한세대·한신대·연세대·아신대 총 20개다. 경쟁률은 일반 전형을 기준으로 계산했으며, 일반 전형이 없는 곳은 최다 인원 모집 전형 기준으로 계산했다. 인원을 고르게 쪼개 모집한 학교는 각 전형 경쟁률을 모두 합산했다.

정시 미달을 기록한 곳은 침신대·아신대·협성대·호남신대·칼빈대·한일장신대·광신대로, 모두 지방 소재 신학대학교였다. 가장 심각한 곳은 기독교한국침례회(기침·윤재철 총회장) 교단 내 유일한 신학교 침례신학대학교(김선배 총장)다. 침신대 신학과는 2017~2020년 4년 연속 미달을 기록했다. 경쟁률도 2017년부터 0.79:1 → 0.48:1 → 0.35:1 →0.19:1로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침신대는 92명을 모집한 올해 수시에서도 61명만 지원해 경쟁률 0.66:1을 기록하면서, 올해 정시·수시에서 모두 신학과 인원을 채우지 못했다.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 산하 신학교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감리교신학대학교(오성주 총장직무대행) 신학과는 2017~2019년 모두 정시 모집 미달을 기록했다. 52명을 모집한 올해는 56명이 지원해 가까스로 미달을 면했으나, 전형 전체를 합치면 59명 모집에 58명밖에 지원하지 않았다. 수시에서는 정원 120명에 179명이 지원해 경쟁률 1.49:1을 기록했다.

협성대학교(유성준 총장직무대행) 신학과 역시 지난 4년간 모두 정시 모집 미달을 기록했다. 2017년 0.93:1, 2018년은 0.91:1을 기록했으나 2019년에는 0.59대 1로 떨어졌고, 올해는 여기서 더 떨어져 0.41:1을 기록했다. 목원대학교(권혁대 총장) 신학과는 지난해 0.86:1로 미달을 기록했고, 올해는 21명 모집에 24명이 지원해 정원을 겨우 넘겼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김태영 총회장) 산하 신학교 장로회신학대학교(임성빈 총장) 신학과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2.36:1 → 3.68:1 → 2.38:1로 2~3:1 수준을 유지해 오다가, 올해 1.93:1로 떨어졌다. 예장통합 산하 지방 신학교 신학과들은 2.08:1을 기록한 서울장신대를 제외하고는, 호남신대·한일장신대 모두 미달을 기록했다. 영남신대와 부산장신대, 대전신대는 경쟁률을 공개하지 않았다.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김종준 총회장) 총신대학교 신학과는 올해 정시 모집 경쟁률에서 2.79:1(34명 모집에 95명 지원)로 예년 수준을 유지했다. 총신대 신학과는 수시에서도 24명 모집에 158명이 지원해 6.58:1을 기록했다. 예장합동 지방 신학교들은 대신대만 1.69:1을 기록했을 뿐, 칼빈대(0.8:1)·광신대(0.83:1) 모두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초교파 대학 아세아연합신대 신학과는 최근 4년간 정시에서 0.86:1 → 1.13:1 → 0.11:1 → 0.44:1의 경쟁률을 기록해 학과 존속에 어려움이 닥친 상황이다. 다른 초교파 신학과인 연세대학교 신학과는 19명 모집에 49명 지원으로 2.58:1을 기록했다.

정시 경쟁률 하락 요인은 다양하다. 대부분 학교가 수시에서 더 많은 인원을 모집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정시 경쟁률이 낮고, 학령 인구 감축과 기독교 인구 감소, 기독교 신뢰도 하락 등이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교인은 줄고 교회와 목회자 수는 늘어나는 공급 과잉 상태도 한몫한다. <뉴스앤조이>가 지난해 10월 주요 교단 7개 교세 통계 15년 치를 취합한 결과, 교인은 정점 기준 16.2%에 해당하는 128만 명이 줄어들었고, 목사는 15년간 55% 늘어났다.

저출생, 교인 이탈 현상, 목회자 공급 과잉 등으로 신학과 경쟁력이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학생 수를 줄여야 하는 각 대학들은 신학과 정원 감축을 고려하고 있다.

신학과 경쟁력이 갈수록 약화하면서, 각 대학은 신학과 정원 감축을 검토하고 있다. A대학 관계자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우리뿐 아니라 모든 신학대 경쟁률이 줄어드는 추세다. 기독교인 학생 인구가 줄어드는 이유도 있다. 전반적으로 신학과 정원 감축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단 신학교 B대학교 총장은 "신입생 중도 탈락률이 낮아서 겨우 버티고는 있지만 정말 심각하다. 정원 감축을 하려면 제일 먼저 신학과부터 절반 이상 줄여야 할 상황이다. 그러지 않으면 학교 운영 자체가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원 감축 계획까지 다 세워 놨지만 교단 목회자들의 압박 때문에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학교도 있었다. 최근 연달아 신학과 입시 미달을 기록하고 있는 C대학 입학처 관계자는 "우리 대학은 구조를 개혁하려는 의지가 없는 게 아니다. 시행이 힘들다. 학교 동문이 많아야 다른 학교 출신과의 정치 싸움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교단에서 허락해 주지 않는다. 신입생 충원이 대학 평가의 중요한 지표이지만, (교단 관계자들이) 정원 조정 자체를 못하게 막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아직은 상대적으로 경쟁률을 유지하고 있는 D대학교 입시 담당 교수는 정원 감축 외 다른 대안을 내놨다. 그는 "과거 대학 신학과에 진학한 학생들은 80~90% 이상이 신대원으로 올라가 목회자가 되었지만, 요즘은 40%에 그치고 있다. 신학과에 들어와서도 다양한 진로를 개척해 나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줘야 한다. 현재 정원 감축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 그보다는 다양한 트랙을 만들어 목회 외에도 여러 길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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