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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과학-반공-반동성애-반이슬람이 연결되는 이유

과신대·기사연 '반진화론에 빠진 교회' 포럼 "과학을 신앙적 확신으로 이해하려는 시도가 문제"

최승현 기자   기사승인 2020.01.29  14: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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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창조과학만큼 한국 사회와 교회의 괴리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예가 있을까.

사회에서는 창조과학을 터무니없는 '유사 과학'으로 본다. 문재인 정부가 2017년 초대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후보자로 한국창조과학회 이사를 지낸 박성진 전 포항공대 교수를 지명했을 때, 주류 과학계에서 난리가 났다. 그동안 창조과학 운동에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던 과학계는 유사 과학 신봉자가 장관이 돼서는 안 된다며 연일 비판했다.

tvN '알쓸신잡'에 패널로 출연했던 김상욱 교수(경희대)는 당시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솔직히 창조과학은 그 자체로 너무 황당한 내용이라 대부분의 과학자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생각한다. 사실 나는 창조과학자들을 사이비 과학자라기보다 그냥 바보로 간주한다. 과학자라는 단어도 아깝다"고 썼다.

사회에서는 '바보' 취급받지만 주류 개신교는 아직도 창조과학을 하나님의 창조와 섭리를 믿는 '신실함'의 징표로 여긴다. 한국창조과학회는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으며, 유력 대형 교회와 단체들이 이를 지원한다. 최근 창조과학은 반동성애, 종북 몰이와도 연결되며 개신교 근본주의 특유의 배타성을 강화하고 있다.

과학과신학의대화(과신대·우종학 대표)와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기사연·김영주 원장)은 1월 28일 서울 마포구 새물결아카데미에서, '개신교 근본주의가 반진화론과 창조과학에 빠진 이유'라는 주제로 포럼을 열었다. 기사연의 2019년 사회 인식 조사를 토대로, 왜 한국교회는 외부와 스스로를 단절하고 구분 짓는지, 이를 통해 어떻게 신앙을 강화하는지 분석했다. 60여 명이 참석해 패널들 발제에 집중했다.

"개신교인, 비신자 예상보다 더 배타적"
진화론·동성애 등 외부의 적 설정해
근본주의 정체성 강화 "청년 이탈 가속화"

2019년 기사연 조사에서는 개신교인과 비개신교인이 진화론, 공산주의, 동성애, 이슬람을 바라보는 인식 차가 확연히 드러났다. 자세한 기사 보러 가기

먼저 신익상 교수(성공회대)가 지난해 기사연이 내놓은 '주요 사회 현안에 대한 개신교인 인식 조사' 결과를 토대로 근본주의 신앙관에 대해 발표했다. 기사연은 진화론·공산주의·동성애·이슬람에 관한 반대 지수를 △개신교인이 본 개신교 △개신교인 본인 입장 △비개신교인이 본 개신교 △비개신교인 본인 입장 4가지로 나누어 분석한 바 있다.

기사연 조사에서 '진화론 반대'에 대한 응답은, 개신교인이 본 개신교(63.2%), 개신교인 본인 입장(45.9%), 비개신교인이 본 개신교(39.8%), 비개신교인 본인 입장(12.5%) 순으로 나타났다. 비개신교인의 예측보다 개신교인 본인의 반대 지수가 월등히 높다. 신익상 교수는 "비개신교인들은 '저 사람들이 저 정도로 심하게 반대하지는 않겠지'라고 생각했지만, 개신교인은 이들의 예상보다 더 배타적이었다"고 말했다.

진화론뿐 아니라 공산주의·동성애·이슬람도 개신교인의 반대 지수가 비신자가 예측한 수치보다 두드러지게 높은 경향을 보였다. 이는 개신교가 이 문제들에서 훨씬 더 보수적·방어적인 태도를 취한다는 뜻이다. 신익상 교수는 한국 개신교가 교리적 확신 약화를 배타성 강화로 만회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구원의 확신 같은 내면의 정체성을 확립하려는 게 아니라, 외부에 혐오할 대상을 세워 정체성을 확립하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나는 나다'로 규정하는 게 아니라 '너는 내가 아니다'고 규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제도 교회에 포섭되지 않은 채 개신교인으로 살아가는 이들이나, 제도 교회에 포섭되었으나 드물게 출석하는 이들은 근본주의에서 멀어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기사연 조사에서 한 달에 교회를 3회 이하 출석하는 이들은 성서무오설 긍정 41.3%, 문자주의 긍정이 38.7%였고, 교회에 나가지 않는다는 개신교인들은 성서무오설 긍정 18.1%, 문자주의 긍정 19.3%에 그쳤다. 개신교 전체 긍정 응답률이 각각 59.8%, 55%였던 것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치다.

신익상 교수는 이러한 방식이 지속된다면 개신교 미래가 어두울 것이라 예측했다. 그는 "교회가 시대정신과 교감하지 못하고 새로운 기독교 모습을 제시하지 못하면, 교회로부터 이탈하는 젊은이들이 점증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신익상 교수는 기사연 조사 결과를 분석하며, 외부의 적을 세워 놓고 정체성을 확립하려 하면 젊은이들이 계속해서 교회를 이탈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신앙적 위기 극복 위한 변증 성격
과학 발전에 따른 '문화 지체' 현상
성급히 해소하려는 것"

김현준 연구원(서교인문사회연구실)은 한국 개신교가 왜, 어떻게 창조과학에 빠졌는지를 △문화·종교적 환경 △국가·제도·교육적 환경 △이해관계(인식 관심·translation of interest)에 따른 동맹 결성 △창조과학자들의 내적 동기 관점으로 분석했다.

김현준 연구원은 "창조과학의 핵심은 신앙적 동기다. 창조과학은 기본적으로 현대사회에서 겪는 신앙적 위기에 대한 돌파구로서 변증적 성격을 지닌다. 그렇기에 과학이 뭔지 잘 알지 못해도 과학을 논하고 있다는 생각을 제공하며, 창조과학을 믿으면 '신의 영광'을 드러내고 '신의 뜻'을 잘 따르고 있다고 생각하게 한다. 신앙생활을 제대로 잘하고 있다는 내적 증거로 활용하는 것"이라고 봤다.

교인들은 창조과학이 과학적 사실인지는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고 했다. 김 연구원은 "창조과학의 변증적 성격은 평범한 개신교인의 관심인 '종교적 열정'에 부합한다. 신앙 담론이기 때문에 '신앙이 좋으려면 창조과학을 선택해야 한다'로 이어진다. 더구나 교회에는 창조과학 외에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창조과학이 발흥할 수 있었던 문화적 이유로는 과학기술 발전에 대한 경계 내지 반동을 꼽았다. 불안함을 신앙의 힘으로 극복하려는 시도가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그는 "과학에 대한 불확실성과 그에 대한 공포에서 창조과학이 확산한다. 과학은 진화론이고, 진화론은 유물론이고, 유물론은 마르크시즘이라는 논리로 이어지면서 '영적 전쟁'이 되는 것이다. 즉, 창조과학은 수용할지 말지의 문제가 아니라 전쟁의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김현준 연구원은 "과학기술이 발전할수록 반동도 뒤따른다. 사회는 과학기술에 대해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문화 지체' 현상이 발생하는데 그 간극에서 사람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창조과학은 이 불안함을 성급히 해소하려는 것이다. (새로운 기술에 대해) 깊이 이해하지 못해도 '성경에 나와 있지 않느냐'며 바로 답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사회가 근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과학보다는 기술, 연구보다 개발을 강조한 것도 창조과학 발전에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김현준 연구원은 "과학을 국가 경제발전의 도구이자 기술로서 강조해, 교양을 약화하고 비과학적 태도를 확신한 것일 수 있다. 창조과학회 회원 다수가 미국 유학파 공학·기술자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고 말했다.

김현준 연구원은 한국교회가 창조과학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네 가지 관점에서 분석했다. 그는 과학을 '신앙화'하는 시도가 오늘날 창조과학 열풍을 불러일으킨 것 같다고 봤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무엇보다 한국교회가 창조과학에 빠지게 된 제일 중요한 과학 담론으로서, 복음주의 지성 운동(기독교 세계관 운동)과의 관계를 꼽았다. 이를 '이해관계(또는 인식 관심) 동맹의 결성'이라고 표현했다. 이 과정에서 신학자 박형룡 영향을 많이 받은 보수 장로교계가 근본주의 신학과 반진화론 입장을 세웠다고 봤다.

김현준 연구원은 "기독교 세계관의 일반적 전략은 '상대화'다. 진화과학도 결론적으로 '종교'라면서 신앙으로 환원한다. 과학 고유의 논리 체계를 무시하고 종교와 동일한 시스템을 갖춘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복음주의 지성 운동은 기독교라는 방법론을 모든 영역에 적용하려 시도하는데, 이는 결국 '기독교적 과학은 창조과학 외에 없다'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 지식을 종교처럼 선택과 결단의 문제로 인식시켜 논쟁을 종식한다는 뜻이다.

김현준 연구원은 창조과학 운동이 진화론 반대에서 그치지 않고 공산주의, 동성애 문제와 이어지는 점도 비판했다. "사실은 묶일 수 없는 세트인데 진화론을 수행하는 사람들은 전부 공산주의자, 동성애 옹호자라는 차별과 혐오의 담론으로 연결된다"고 말했다. 그는 진화론과 공산주의, 동성애에 부정적인 창조과학자들 입장도 다수 소개했다. "공산주의가 정치적 실체로서는 비록 약화되었지만 (중략) 몸체는 진화론과 하나로 결합되어 과학적 무신론이라는 괴물로 태어난 것"이라고 쓴 국내 학자 글을 인용하면서, 이들이 대중의 공포에 영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동성애·포르노·인종차별·낙태·안락사 등이 있는 '진화'라는 탑이 '창조'라는 탑을 공격하는 그림이 담긴 한국창조과학회 대전지부 포스터도 보여 줬다. 그는 "창조과학은 종교적 열정, 세속 사회 문제 등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자 종합적으로 설득력 있게 설명해 주는 체계로 작동한다"고 말했다.

근본주의·배타성 극복하려면
"남을지 떠날지, 두 개 선택지로는 안 돼"
"변증신학은 끝, 기독교 스스로
건강히 걸어가는 모습 보여 줘야"

패널들은 한국교회의 배타성을 약화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답만을 고집하지 말고, 외부의 시선을 신경 쓰지 말고, 자신의 역할을 잘 감당해야 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발제 이후 최경환 사무국장(과신대) 진행으로 발제자 두 명과 김상덕 연구실장(기사연)이 패널 토론을 했다. 앞으로 한국교회가 근본주의와 배타성을 약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좋을지 논의했다.

김상덕 연구원은 동질/이탈 두 개의 선택지만으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기독교가 '보편적 진리'(universal truth)를 포기하면 끝날 것이라고 강박적으로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근본주의 정체성은 '내 그룹에 와서 나와 같은 사람이 될 것인가 아니면 떠날 것인가'를 묻지만, 사실 신앙과 신학에 대해서는 여러 입장이 있을 수 있다. 유연하게 생각할 수 있는 문제다. 과신대처럼 과학과 신앙에 대해 고민하는 여러 시도가 젊은 세대를 붙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선택지가 마련되어야 하고 입체적으로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익상 교수는 "과거 근본주의는 한국 개신교의 유일한 담론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예전과 달라졌다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 교인들의 지적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이제 변증신학의 시대는 끝났다고 생각한다. 기독교를 옹호하려는 의도로 종교와 과학 간 대화를 할 필요는 없다. 기독교가 세상 앞에서 얼마나 당당히 자기 길을 걸어갈 수 있는지 보여 주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현준 연구원은 창조과학자들이나 보수 개신교계 지식인들이 공포를 이용해 이익을 얻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반 대중 기독교인은 근본주의가 뭔지 잘 모를 수 있고 별로 관심이 없을 수 있다. 그들은 '구원', '하나님 사랑의 증거'라는 이유면 뭐든 수용한다. 기복신앙도 교리화할 때 문제이지 평신도가 믿고 살아가는 방식은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지식인들이 이런 사람들을 대상으로 혐오 담론이나 공포 마케팅을 벌여 이익을 얻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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