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 이은혜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김종준 총회장) 현직 노회장이 교회 청년들을 지속적으로 성추행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ㄱ노회장 ㅍ교회 최 아무개 목사는, 문제가 불거지자 지난해 12월 초 교인들 앞에서 교회를 사임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까지 최 목사에게 강제로 추행당했다고 주장하는 이는 5명이다. <뉴스앤조이>는 1월 19일, 그중 3명을 만나 어떤 상황에서 추행이 일어났는지 구체적으로 들을 수 있었다. 모두 비슷한 상황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했다.

ㅍ교회는 출석 교인 80~90명 규모의 작은 교회지만, 청년부 예배가 따로 있을 정도로 청년들 활동이 활발했다. 피해자 A·B·C는 모두 20년 이상 ㅍ교회를 다니며 열심히 봉사하는 사람들이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소속 ㅍ교회는 담임목사의 성추행으로 교인들이 갈등을 겪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세 명이 증언한 내용을 종합하면, 최 목사가 피해자들을 대하는 방법은 유사했다. 심방이라며 피해자들 학교·일터 근처로 찾아왔고, 근처 백화점 등에 같이 가 선물을 사 줬다. 차로 이동하는 동안에는 항상 피해자들을 조수석에 태워 억지로 손을 잡았다.

피해자들 증언에 따르면, 최 목사는 청년들에게 자신을 '아빠'라고 부르게 했다. A는 "'아빠니까 안아 달라'고 하고, '아빠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라'고도 했다. 잠깐도 아니고 오랫동안 손을 잡고 안 놓아 주는 건 다반사고, 급기야 '볼에 뽀뽀해 달라'고 요구하는 일도 있었다. 뽀뽀해 달라고 한 이후로는 내가 더 이상 일대일로 만날 수 없을 것 같아서 피했다"고 말했다.

B 역시 "최 목사는 항상 자신을 아빠로 여기라고 했다"고 말했다. "차를 타고 이동할 때는 항상 깍지를 끼고 놓아 주지 않았다. 안을 때는 너무 몸을 밀착해서 거북했다. 어느 날에는 볼에 뽀뽀해 달라고 하더라. 내가 거부하니까 얼굴을 붙잡고 억지로 입을 맞췄다"고 했다.

이들은 여러 요인 때문에 최 목사에게 싫은 내색을 하기 힘들었다고 했다. "거부감이 들어도 목사님이기 때문에 '하지 마시라'고 단호하게 말할 수 없었다. 별거 아닌데 날 이상한 사람 취급할 것 같았다", "평소 담임목사님 말에 순종적이고 별다른 말 없이 교회 사역에 열심인 사람들이 주로 이 같은 일을 겪었다. 모두가 믿는 목사라서 혹시라도 내가 불쾌함을 표해 사실이 밝혀지면 교인·가족들이 알게 될까 두려웠다"고 입을 모았다.

자신에게만 일어난 일인 줄 알고 조용히 문제를 삭이려던 피해자들은, 우연한 기회로 이런 일을 당한 사람이 더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피해자 중 한 명이 교회를 옮기려 하자 또 다른 피해자가 사정을 물었고, 둘 다 최 목사에게 비슷한 일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교회 믿고 교인들 앞에 나선 피해자들
"돌아온 건 2차 피해"
피해자들 부모에게 "교회 떠나라"

다행히 교회에서 피해자들을 도와주는 사람이 있었다. 자초지종을 들은 청년부 담당 교육목사는 피해 청년들이 교회 내부에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도왔다. 피해자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들어 주고, 교회 내에서 문제를 풀어 나갈 경우 어떤 절차를 밟는 게 좋을지 설명해 줬다. 교단 관계자들을 만날 때도 동행해 피해자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되지 않게 했다.

피해자들은 우선 당회에 이 사실을 알렸다. ㅍ교회는 규모가 작아, 당회가 최 목사와 D 장로로 구성돼 있었다. 피해자들과 부모, 교육목사는 지난해 11월 20일, D 장로와 만나 △최 목사의 공개 및 개인적 사과 △즉각 사임 △피해자들 심리 치료 비용 지원을 요청했다.

피해를 본 청년들은 교인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피해 사실을 직접 알려야만 했다.

피해자들은 D 장로를 믿고 요구 사항을 전달했고 최 목사가 즉각 사임할 것이라 생각했다. 11월 23일 토요일 오전만 해도, 최 목사가 어떤 사과문을 발표해야 할지 D 장로와 의견도 주고받았다. 하지만 다음 날 주일예배 때 D 장로는 일방적으로 이 사안의 결정을 일주일 연기한다고 발표했고, 최 목사는 교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피해자들은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주일예배가 끝난 뒤 광고시간, 피해자들은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미리 준비한 유인물을 교인들에게 나눠 주었다. 유인물에는 최 목사의 성추행 사실이 기록돼 있었다. C는 기자에게 "직접 나서지 않으면 아무도 우리 입장을 대신해 주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피해자들은 유인물을 배포하고 난 뒤, 예배당 앞쪽으로 나가 교인들 앞에 섰다.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설명하고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명확하게 밝히기 위해서였다. 그러자 교인들에게서 폭언이 쏟아졌다. 예배당 곳곳에서 "교회 안에서 이게 뭐하는 짓이냐", "너네가 뭔데 이런 걸 돌리느냐"는 소리가 들렸다. 한 권사는 "내가 교회 대표인데 누가 이런 행동을 허락했느냐"고도 소리쳤다.

당시 교인들 반응에 상처받은 피해자 한 명은 ㅍ교회를 떠났다. 평소 이들이 봉사하는 모습을 보고 "기특한 청년들"이라고 했던 교회 어른들이 한순간에 등을 돌리고 피해자인 자신을 비난하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일부 교인은 피해자들 부모에게까지 "차라리 교회를 떠나라"며 거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C는 "교회 갈 때마다 2차 피해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피해자들, 노회에 고소장 제출
최 목사, 사실 인정 및 사임 발표
교회는 둘로 쪼개져

교회 안에서는 사건을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한 피해자들은 노회 문을 두드렸다. 이들은 11월 25일, 최 목사를 면직해 달라는 고소장을 작성해 노회에 제출했다. 최 목사가 현직 노회장이라 쉽지 않으리라고는 예상했지만, 그게 교단법에 따른 절차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 목사는 그다음 주일인 12월 1일, 돌연 사임을 발표했다. 그는 예배가 끝난 뒤 교회를 떠나겠다고 선언했다. 최 목사는 "성도들을 대상으로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했고, 당사자들이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여러 차례 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저의 절제하지 못하는 마음으로 인해 여러 명의 성도에게 상처를 안겼다"고 사과했다.

최 목사는 사임을 발표한 이후 교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뉴스앤조이>는 1월 22일, 강제 추행에 가까운 행위를 반복한 이유를 묻기 위해 최 목사에게 전화·문자메시지 등으로 연락했으나 그는 응답하지 않았다.

가해자로 지목된 당사자가 사실을 인정하고 사임 의사까지 밝혔으니 사건은 일단락된 것 아닐까. 하지만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최 목사는 ㅍ교회 담임목사로 있다. ㅍ교회는 최 목사를 지지하는 교인과 반대하는 교인으로 나뉘어 갈등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최 목사의 사임도 받아들여지지 않고 ㅍ교회가 더욱 혼란해진 이유는 노회의 대처와 연관돼 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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