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유연하면서도 단호했다. 심 대표는 지역구인 경기도 고양시 목회자들이, 정의당이 2020년 1호 법안으로 내세운 게 차별금지법이라는 사실을 우려하자 직접 대화에 나섰다. 반동성애 교인들이 몰려와 토론을 방해했지만, 심 대표는 꿋꿋이 차별금지법에 대한 오해를 불식하기 위해 노력했다.

기사를 쓴 다음 날, 태극기 집회에 참여하는 개신교인들이 모여 정보를 공유하는 한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이상한 메시지를 보게 됐다. 당시 토론회에 참석한 사람으로 보이는 이가 올린 글인 듯했다. 메시지에는 "심상정 대표가 '동성애를 죄라고 설교하면 처벌받는다'고 말했다"고 나와 있었다.

"심상정 의원은 염안섭 원장님, 김지연 대표님 발제를 듣고도 동성애와 차별금지법이 상관없다는 초등적인 답변을 하였고, 차별금지법에 성적 지향을 삭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내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며 대답을 회피했습니다. 그런데 '설교 중 동성애가 죄라고 했을 때 처벌받겠는가 안 받겠는가'에 대한 질문에 심상정 의원은 '처벌받겠죠'라고 답하는 순간, 듣는 사람 모두 답답…."

채팅방에 올라온 개인 의견이니 잘못 들었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메시지가 성소수자에 대해 왜곡된 주장을 일삼았던 교계 언론에도 그대로 실렸다. <기독일보>는 1월 21일 자 "심상정 대표 '차별금지법' 발언에 교계 일제히 비판" 기사에서 "심 의원은 20일 고양시기독교총연합회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목사들이 차별금지법을 어기는 설교를 할 때 처벌받는가 안 받는가'라는 한 참석자의 질문에 '처벌받겠죠'라고 답했다"고 썼다.

<크리스천투데이>는 한발 더 나아가, 심상정 대표가 설교 내용이 차별금지법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한 것처럼 서술했다. 이들은 1월 22일 올린 '[사설] 심상정 대표, 차별금지법 가면 벗겨 줘서 고맙다'에서 "설교 내용이 차별금지법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선언은 그야말로 엄청난 것이다. (중략) 이 발언이, 차별금지법의 궁극적 지향점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것으로 보였다면 기우일까? 지금은 국민들, 특히 기독교인들의 여론을 의식해 어중간한 안을 내놨지만, 동성애 비판에 대해 재갈을 물리고 기독교계를 탄압하려 하는 '다음 단계'가 이미 기획돼 있는 것은 아닌가"라고 음모론을 제기했다.

심상정 대표는 고양 지역 목사들과의 토론회에서 차별금지법을 어기면 처벌받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일부 보수 개신교인들은 이를 "동성애에 반대하는 설교를 하면 처벌받는다"는 식으로 왜곡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그날 현장을 취재할 때 녹음했던 파일을 다시 꺼냈다. 당시 상황을 복기하니, 심상정 대표가 답한 질문 워딩 자체가 틀렸다. 사회자는 토론 말미, 청중에게 마지막으로 심 대표에게 발언하고 싶은 사람이 있는지 물었다. 발언권을 얻은 한 참석자는 다짜고짜 심 대표에게 질문했다. 아래에 녹취를 그대로 푼다.

질문자 / 차별금지법을 어기면 처벌받습니까, 안 받습니까. 차별금지법을 어기면 처벌받습니까, 안 받습니까.
사회자 / 기독교가 무엇을 요구하는지 그렇게 말씀하세요. (참석자들이 답변을 듣고 싶다고 항의하자) 목사님, 다시 말씀하세요.
질문자 / 차별금지법을 어기면 처벌받습니까, 안 받습니까.
심상정 / 처벌받겠죠.

심상정 대표는 '차별금지법으로 설교를 처벌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한 것이 아니다. 법을 어기는 사람은 누구나 처벌받는다.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대기업 회장도 법을 어기면 처벌받아야 한다. 목사라고 예외가 아니다. 법을 어기면 처벌을 받느냐는 단순한 질문에는 '처벌받는다'는 상식적인 대답이 나올 수밖에 없다. 질문자와 일부 참석자는 자신들이 듣고 싶은 대로 들었던 것 같다. 심 대표 답변에 객석은 시끄러워졌고, 질문자는 흥분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질문자 / (처벌)받죠?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데 내가 성소수자가 잘못됐다고 강단에서 얘기할 때, 그리고 거기 이단도 들어가는데 이단을 이단이라고 했을 때 처벌받는다고 말씀하셨으므로 우리는 처벌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심상정 / (발의도 안 된) 법령을 가지고 얘기하기 어려운데, 여기 법령을 하나 드리고 가겠다. 우리가 발의한 건 아니지만 2013년 법안에는 어떻게 되었느냐면 교육기관, 공공 기관에서 그런 발언을 할 때 처벌받는다고 했지만, 종교 기관은 없습니다.

심 대표가 종교 기관은 차별금지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말했는데도 청중들은 "아닙니다", "(처벌)받습니다"라고 아우성쳤다. 이들에게 답은 이미 정해져 있는 듯했다.

오히려 심상정 대표는 토론회에서, 신앙을 이유로 동성애를 비판하는 것은 차별금지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분명히 말했다. 그는 앞서 김영길 목사(바른군인권연구소)가 차별금지법 때문에 목사들이 불이익을 당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차별금지법을 자꾸 막연하게 예단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법은 '성적 지향'뿐 아니라 '종교' 때문에 차별하는 것도 금지되어 있습니다. 사회적 약자들이 여러 이유로 차별받고 있기 때문에 차별금지법을 만들려고 하는 거고, 그중에 성소수자 문제도 끼어 있는 겁니다. (중략)

목사님들이 사목 활동할 때 종교의자유가 침해받는다? 이럴 수는 있습니다. 법이 아직 제정되지 않았지만, 동성애를 비판하는 건 차별금지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다만, 어떤 한 사람, 성소수자 개인을 모욕하고 인격적으로 폄훼하는 건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기독교가 동성애를 반대하고 좋지 않다고 말하는 그 자체에 대해서는, 우리가 사상의자유가 있고 신앙의자유가 있기 때문에 어떤 신앙과 신념을 가졌다고 누구도 거기에 법적으로 문제 삼을 수 없다고 봅니다."

내가 만약 차별금지법이 교회 강단을 봉쇄하고 종교의자유와 표현의자유를 제한하는 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심 대표의 이 답변이 무척 반가웠을 것 같다. 하지만 반동성애 진영이나 보수 교계 매체는 심상정 대표의 '처벌' 발언을 근거로 차별금지법을 공격하기 바쁘다.

더군다나 20대 국회에서는 차별금지법이 발의조차 안 됐다. 우려하는 방향도 잘못됐지만 반대하는 대상도 부재한 상황이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말만 들으면서 침소봉대하지 말고, 제대로 대화하는 법부터 배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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