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첫 세월호 기도회에 기독교인 70여 명이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뉴스앤조이-이찬민 기자]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한 새해 첫 기도회가 1월 16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렸다. 한파에도 기독교인 70여 명이 모여 가족들을 위해 기도했다.

세월호 가족과 봉사자들은 폭력에 노출돼 왔다. 지난해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부정하는 극우 세력이 광장 일부를 점령하고, 번번이 가족들을 향해 욕설과 폭언을 쏟아 냈다.

이날 현장 증언자는 단원고 희생자 예은 엄마 박은희 전도사였다. 그는 "지난해 이곳은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말로 가득했다. 가족들은 여러 교회와 단체에 기도회를 열어 이곳을 지켜 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번째 기도회가 열리기 전 검찰이 특별수사단을 구성했고, 극우 세력은 광장에서 철수했다. 예은 엄마는 사람들이 마음을 모아 기도한 덕분이라고 했다.

예은 엄마는 최근 가족들을 기쁘게 한 소식이 있다고 했다. 세월호 다큐멘터리영화 '부재의 기억'이 미국 아카데미상 단편 다큐멘터리 부문 후보에 올랐다. 그는 "이를 계기로 수많은 사람이 참사 당시 '부재의 기억'에 관심을 갖고, 처참한 일을 겪은 이들을 알게 됐으면 좋겠다. 정부가 부끄러워서라도 이 문제를 조속히 해결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예은 엄마 박은희 전도사는 자유한국당이 떳떳하지 못하기 때문에 진상 규명을 방해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세월호 참사 당시 홍보수석 이정현 의원(무소속)은 KBS 세월호 보도에 개입해 1000만 원 벌금형을 받았다.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참사를 은폐하려 한 사실이 법원에서 일부 인정된 것이다.

예은 엄마는 "자유한국당은 2014년부터 지금까지 세월호 진상 규명을 방해하고 있다. 그들이 왜 진상 규명을 반대할까. 떳떳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이 추운 겨울에도 아직까지 기도회를 이어 나가고 있다. 악한 자들이 끈질기게 남아 있다면 우리는 더 끈질기게 남아 있어야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안 좋은 소식도 있다. 보수 단체가 1월 15일 세월호 가족들과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장완익 위원장을 고발했다. 세월호 가족들이 자유한국당이 추천한 김기수 위원을 반대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교회를 향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예은 엄마는 "진상 규명을 반대하는 세력을 일부 교회가 비호하고 있다. 아직도 세월호 진상 규명 반대 주장을 카톡으로 나르고, 심지어 목회자가 강단에서 비호하는 설교를 한다"고 비판했다.

예배를 주관한 성문밖교회는 2014년 4월부터 2020년까지 6년간 세월호 가족과 함께했다. 김희룡 목사는 그 시간 동안 세월호 가족의 슬픔과 사람을 동시에 보았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너무도 허망하게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세계로 사라져 버린 자식 때문에 어떤 위로도 수용할 수 없었던 세월호 가족을 옆에서 지켜봐야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들은 목동열병합발전소 75M 굴뚝에서 426일간 생명을 걸고 농성을 벌이던 파인텍 노동조합 농성장에서,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비참하게 죽어 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을 추모하는 집회에서,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 가족과 함께하는 예배에서 세월호 가족을 만날 수 있었다"고 했다.

김 목사는 "세월호 가족들이 우리 사회 약자들을 자신들의 가족으로 삼았다"며 "이들이 보여 준 헤아릴 길 없는 슬픔과 넘치는 사랑, 그것이 하나님과 기독교인의 존재 방식"이라고 말했다.

김희룡 목사는 세월호 가족들의 슬픔과 사랑이 기독교인의 존재 방식이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참석자들은 손을 잡고 세월호 추모 노래 '잊지 않을게'를 부르며 2020년에도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겠다고 다짐했다.

세월호 가족은 매달 셋째 주 목요일 저녁 7시 광화문광장에서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기도회를 연다. 다음 기도회는 2월 20일 기장생명선교연대가 주관한다.

성문밖교회 교인들은 '천 개의 바람이 되어'를 부르며 세월호 가족에게 마음을 전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이날 기도회에서는 성찬식도 진행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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