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목사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반정부 집회 활동이 탄력을 받고 있다. 김문수 전 지사가 1월 2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청와대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 퇴진 농성 중인 '광야 교회'가 하루 만에 활기를 되찾았다. 집시법 위반 및 특수 공무 집행 방해 혐의를 받는 전광훈 목사(사랑제일교회)가 1월 2일 영장 실질 심사를 받게 되자, 광야 교회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 반대 집회를 열었다. 전 목사가 구속될지도 모른다는 긴장감에 휩싸였다가, 법원이 영장 발부를 기각하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청와대 앞 문재인 퇴진 농성은 207일째(1월 3일 기준)를 맞이했다. 밤낮 없이 진행되는 집회 탓에 민원이 잇따라 제기됐고, 경찰은 4일부터 집회를 전면 금지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전 목사 측이 행정소송에서 일부 승소해 오전 9시부터 22시까지 조건부로 집회를 열 수 있게 됐다.

전광훈 목사 구속영장이 기각된 다음 날인 3일 오전 10시 30분경, 광야 교회는 예배 준비로 분주했다. 아침 일찍 찾아온 수십 명은 의자에 앉아 대기했다. 청와대 분수대로 향하는 도로 가장자리에는 천막과 텐트, 침구류, 물품 등이 어지럽게 쌓여 있었다. 광야 교회 안내 표지판 아래에는 종편 '채널A'와 'TV조선'을 제외한 언론의 출입을 금지한다는 문구도 보였다.

이날 기자가 만난 이들은 법원 결정에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50대 여성은 "구속을 면해서 다행이다. (전광훈) 목사님이 목숨 걸고 하는데, 집에 있으면 안 될 것 같아 오늘도 나왔다"고 했다. 의자를 나르던 70대 여성은 "기쁘다. 공산주의와 자유민주주의는 같이 갈 수 없다"고 짧게 말했다. 전광훈 목사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너알아TV' 한 관계자는 "법원 판결이 잘 나와서 다행이다"고 웃으며 이야기했다.

법원 결정을 반기면서도 경계하는 이도 있었다. 한 여성은 기자 가방에 달려 있는 노란 리본을 가리키며 당장 떼라고 했다. 그는 "큰 목사님(전광훈 목사)은 당연히 죄가 없다"면서 "여기에서 취재하려면 노란 리본부터 떼라. 여기는 세월호를 '좌빨'로 본다"고 말했다.

예배가 시작되는 오전 11시가 되니 참석자는 200명을 넘어섰다. 전광훈 목사가 단상에 오르자 참석자들은 박수를 보냈다. '할렐루야'를 외친 전 목사는 "문재인 사탄은 나를 감옥에 가두지 못한다. (나를 가두려고 한) 서울종로경찰서도 어제 깨졌다"고 언급했다.

대한민국이 공산화하지 않게 막아야 한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전 목사는 "대한민국이 공산주의와 사회주의 물을 마시려고 한다. 청와대에 있는 인간들은 다 공산주의 물을 마셨다. 국회 안에서도 사회주의 물을 마신 이들이 있는데 내쳐야 한다. 4월 15일 총선을 통해 대한민국이 사는지 죽는지 결단 날 것이다. 선거를 통해 빨간 물 마신 놈들을 다 쳐내자"고 말했다.

하나님이 자신의 구속 문제에 관여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전 목사는 "어제 감방에 다녀왔는데, 주님이 손해를 볼 것 같으니까 나를 풀어 주셨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반정부 집회를 '영적 싸움'으로 규정하면서, 기도에 그치지 말고 행동으로 밀고 나가자고 했다. 전 목사가 설교하는 동안 참석자들은 수차례 두 손을 들고 '아멘'을 외쳤다.

전광훈 목사 뒤를 이어 마이크를 잡은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구속영장 발부를 기각한 송경호 부장판사를 상찬했다. 김 전 지사는 "대한민국 법치주의가 살아 있다는 걸 보여 줬다. 영장 기각은 사필귀정이다. 양심과 희망을 보여 준 판결이었다. 하나님은 전광훈·이은재 목사님의 수난을 통해 대한민국을 축복하셨다"고 말했다.

"하나님이 전광훈 구속 사건으로
대한민국 우파 하나 되게 해
불법 모금? 말도 안 돼
헌법보다 권위 있는 게 교회 정관"

청와대 앞 농성도 계속되고 있다. 광야 교회 참석자들이 두 손 들고 기도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앞서 전광훈 목사는 영장이 기각된 2일 밤 12시경, 광야 교회로 돌아와 지지자들에게 자신의 입장을 자세히 밝혔다. 전 목사는 "재판부가 아직은 문재인 눈치를 덜 보는 것 같다. 경찰은 완전히 (문재인 밑으로) 들어갔고, 검찰은 중립 같다. (중략) 이 일을 통해 하나님의 섭리를 봤다. 하나님이 구속되는 사건을 일으켜서 대한민국의 우파가 다 하나가 됐다. 이 열기를 가지고 가면 4월 15일은 반드시 승리한다고 본다"고 했다.

기부금품법을 위반했다는 보도가 계속 나오는 것과 관련해서도 해명했다. 전 목사는 "이런 일 있을 줄 알고 교회 정관에 '헌금은 당회장 전광훈 목사에게 위임하고, 어떤 용도로 사용하든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규정을 만들었다. 헌법보다 권위 있는 게 교회에서 만든 정관이다. 세상 언론은 이것도 모르고 마음대로 쓴다. 불법 모금이라니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전 목사 옆에 있던 유튜브 채널 '신의한수' 신혜식 대표는 "수천만 원을 모았다고 문제를 제기하는데, 전광훈 목사님은 광화문 집회를 하느라 지금까지 50억 빚을 지고 있다. 겨우 수천만 원을 가지고 경찰이 피의 사실을 공포했다. 역으로 목사님이 얼마나 깨끗한지 저들이 보여 주고 있으니 황당하다. 여러분 헌금 더 많이 하라"고 요청했다.

전광훈 목사는 하나님이 동참하고 있기 때문에 누구도 막을 수 없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회개를 촉구하기도 했다. 전 목사는 "하나님은 한국교회와 대한민국을 통해 인류를 바꾸려고 한다. 하나님이 진행하니까 누구도 막을 수 없다. 우리는 반드시 이긴다. 광야 교회를 통해 예수 한국 복음 통일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광훈 목사와 함께 영장 실질 심사를 받은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변인 이은재 목사는 하나님 은혜로 석방됐다며, 앞으로 좌파처럼 조직적으로 움직이겠다고 했다. 이 목사는 "저들은 적화통일을 하려고 70년간 조직적으로 움직였고 마지막 단계에 있다. 그런데 선지자 전광훈 목사님을 보내셔서 교회가 강력하게 저항하고 있다. 저들이 움직일 때 목숨을 걸기로 한 순국결사대가 조직적으로 움직여 막아야 한다. 하나님께서 나에게 순국결사대를 조직한 것을 가장 잘한 일이라고 하셨다. 목숨과 생명을 내놓고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전광훈 목사 측은 청와대 앞 광야 교회에서 하루 세 번 예배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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