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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생사 확인하지 못한 채 '침몰 1000일' 맞은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 가족들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성탄 예배…"내년 심해 수색 예산 0원, 가족들은 포기하지 않는다"

박요셉 기자   기사승인 2019.12.25  20:3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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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선원 가족들은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원인을 밝혀야 다른 해상 참사를 막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우리는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다. 그저 특별한 상황에 놓였을 뿐이다. 우리도 여러분과 똑같이 가족들과 함께 밥 한 끼 먹고 주말이 되면 늦잠도 자고 그렇게 소박한 삶을 사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재난 참사 피해자가 되어 여러분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서게 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스텔라데이지호가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끝까지 관심을 기울여 달라. 스텔라데이지호 한 척만의 문제가 아니다. 똑같은 개조 노후 선박을 타고 있는 1000여 명의 선원들과 그 가족들이 있다. 꼭 배에 타지 않더라도 안전하지 않은 사회에서는 누구나 재난 참사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고, 끝까지 우리에게 힘을 주셨으면 좋겠다."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아기 예수 탄생을 기념하는 기쁜 날이지만,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 가족들에게는 형제, 아들과 연락이 끊긴 지 1000일이 되는 날이다. 올해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성탄절 연합 예배는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 가족들과 함께하기로 했다. 12월 25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예배에는 작은 교회와 단체, 가족 단위로 온 기독교인 7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저마다 손등에 주황색 십자가를 그리며 가족들과 함께할 것을 다짐했다.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 가족은 최근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12월 10일, 국회에서 통과된 내년 예산안에 심해 수색 예산이 빠졌기 때문이다. 가족들은 지난 1년간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외교부 직원들과 의원들을 설득해 왔다. 이러한 노력 끝에 국회 외교통일위원회가 예산 100억 원을 책정했지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전액 삭감했다. 여야당 간사들은 긍정적이었는데, 기획재정부가 이런 선례를 남길 수 없다며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린아이들도 부모님을 따라 성탄 연합 예배에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스텔라데이지호가족대책위원회 허경주 공동대표는 예배에서 실종 선원 가족들 심정을 전했다. 그는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다. 2차 심해 수색이 재개되면 우리 형제와 아들들이 왜 돌아오지 못하는지 원인을 밝힐 수 있을 줄 알았는데, 1차 수색에서 발견된 유해가 누구인지 모르지만 바로 수습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우리는 여전히 침몰 원인을 알지 못한 채 길거리에서 서명을 받으며 이렇게 1000일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허 대표는 스텔라데이지호와 같은 개조 노후 선박이 지금도 운항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스텔라데이지호는 세월호와 똑같다. 일본에서 유조선으로 쓰다가 폐선하려던 배를, 국내 선사가 싼값에 사들여서 화물선으로 개조했다. 이미 여기저기 물이 새고 구멍 난 엉터리 배였다"며 "우리나라에서는 스텔라데이지호처럼 유조선을 개조한 노후 선박 20여 척이 운행 중이다"고 지적했다.

"동생은 아무것도 모르고 배에 올라탔다가 갑작스럽게 돌아오지 못하게 됐다. 선사는 어떻게든 이익을 남기려고 배의 안전은 뒷전으로 미룬다. 낡은 배를 마구 굴리다가 침몰하면 보험금 받고 끝이라는 식이다. 이렇게 눈앞의 이익을 좇는 데 급한 선사 때문에 우리나라에는 스텔라데이지호와 같은 배가 지금도 20여 척이 남아 있다.

이런 배에 탄 선원들에게서 많은 제보를 받고 있다. 자꾸 배가 갈라지고 물이 치솟는다며 겁이 난다고 한다. 이들은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싸워서 자신들이 안전한 배에서 일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부탁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실종 선원 가족들을 위해 함께 기도했다. 이들은 "2차 심해 수색 과정과 그로 인한 결과 등으로 만들어진 대책을 통해, 또 다른 문제와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걸 우리 정부와 정치권이 하루속히 깨닫게 하소서. 우리가 실종자 가족들이 겪는 외로움과 경제적 어려움에 함께할 수 있도록 지혜를 주소서"라고 한목소리로 간구했다.

허경주 대표 앞에 스텔라데이지호 모형과 십자가가 놓여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세월호 가족과 시민들로 구성된 416합창단이 실종 선원 가족을 응원하기 위해 노래를 불렀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배덕만 목사(백향나무교회·기독연구원느헤미야)는 '기다리는 사람들아, 힘을 내어라'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세상은 이 비극에 대해 철저하게 무관심하고 완벽하게 무지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가. 세상의 냉대와 무관심의 두꺼운 벽은 꿈쩍도 하지 않는 것 같다. 육체적·정서적 고통보다 이런 세상의 무관심이 더 고통스럽고 잔인하다"고 말했다.

배 목사는 하나님께서 일할 것을 소망하며 끝까지 싸우자고 했다. 바로 앞에 앉아 있는 실종 선원 가족들을 보며, 이들에게 확신을 심어 주고 싶은 듯 소리쳤다.

"하나님은 무책임하고 비겁하게 행동하는 정부와 배의 주인들, 그리고 무관심 속에 침묵하는 대다수 국민을 흔들어 깨우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실종자를 찾아 대서양으로 떠나도록 그들의 엉덩이를 걷어찰 것이다. 우리가 못한 일을 하나님께서 이루어 주실 것이다.

우리가 외친 소리를 하나님은 천둥으로 바꿔 세상을 깨우고, 우리의 몸짓을 들어 하나님은 폭풍으로 바꿔 정부와 선주의 영혼과 심정과 존재를 뒤흔들 것이다. 형제여, 자매여. 겁먹거나 낙담하지 말자. 우리 함께 외치자. 믿음과 사랑으로 연대한다. 끝까지 실종자 가족들 곁을 지키자. 하나님이 우리의 절망과 분노를, 희망과 감사의 노래로 바꾸실 것이다."

실종 선원 가족과 기독교인들은 성찬을 나누며 연대를 약속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주황은 스텔라데이지호 구명벌 색을 의미한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실종 선원 가족들은 2차 심해 수색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서명을 받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심해 수색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실종 선원 가족들에게 남은 방법은 정부 예비비를 사용하는 것이다. 올해 2월 1차 심해 수색도 정부 예비비로 진행했다. 허경주 대표는 "외교부와 처음부터 다시 논의해야 한다. 정부 관계자들은 그리 우호적인 입장은 아니지만, 가족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여론이 모이고 사람들의 목소리가 커지면 정부 태도도 바뀔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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