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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정부 집회의 표적 된 대형 교회 목사들

집회 참석 안 하면 주사파·종북 매도…"외연 확장 어려우니 이데올로기로 공격"

이용필 기자   기사승인 2019.12.24  19: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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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교회 목사들이 '문재인 퇴진 집회' 참가자들의 새로운 타깃이 됐다. 이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집회에 나오지 않는 대형 목사들을 규탄하고 있다. 김문수 전 지사(사진 맨 오른쪽)와 참가자들이 12월 16일 국회 본청 앞에서 시위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최근 들어 문재인 대통령 퇴진 집회에 대형 교회 목사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참가자들은 집회에 참여하지 않거나 조금이라도 다른 의견을 내비치는 목사들을 주사파, 사회주의자, 종북 좌파로 매도한다. 집회에 나오기 어렵다면, 헌금을 청와대 앞 '광야 교회'에 내 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사랑제일교회)가 이끄는 문재인 대통령 퇴진 집회에 대형 교회 목사들이 처음으로 거론된 건 11월 2일 4차 집회에서였다. 전 목사는 연단에서 "대형 교회 목사들이 적극 지지하고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김삼환·이영훈·오정현 목사 등 초대형 교회 목사들 이름을 언급하자, 집회 참석자들은 환호했다.

전광훈 목사 주장과 달리 대형 교회들은 문재인 퇴진 집회와 선을 긋고 있다. 해당 교회 측은, 전 목사 주장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집회에 참석한 적도 없고, 오히려 극단적인 발언·행동은 자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영훈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는 12월 19일 '국민 미션 포럼 – 초갈등 사회 한국교회가 푼다'에서 "서로의 다음과 다양성을 인정하고, 관용·이해·포용으로 하나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처럼 반목과 대결 구도로 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는 "진보·보수 할 것 없이 진영 논리를 '신앙화'해서는 안 된다. 정치적·사회적 문제는 합리적 대화로 풀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교회가 진영 논리에 빠져 편 가르기를 해서도 안 된다고 했다. 

누구나 공감할 만한 발언이었지만, 전광훈 목사 측은 발끈했다. 한기총 대변인 이은재 목사는 12월 20일 '소강석 목사는 왜 주사파인가'라는 제목으로 입장문을 발표했다. 한기총과 전광훈 목사의 싸움은 진영 논리가 아니라 '기독교 대 공산주의' 싸움인데, 소 목사가 호도하고 있다고 했다.

이 목사는 "공산주의와 자유민주주의가 싸우는 게 갈등인가. 어떻게 공산주의와 민주주의가 함께할 수 있나. 갈등이 아니다. 결코 함께할 수 없는 이념을 갈등이라고 표현한다면 소강석 목사 생각에 심각한 좌편향적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광훈 목사가 하는 일은 애국 운동 또는 국민 혁명이지 갈등 조장이 아니라고 했다. 이은재 목사는 "공산주의를 물리치고, 이 땅의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한국교회를 해체하려는 주사파들의 공격에서 한국교회를 보호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애국주의와 기독교 진리 수호 운동을 한국 사회 갈등으로 보는 것 자체가 심각한 문제라고 언급했다.

대형 교회 목사를 규탄하는 발언은 21일 11차 퇴진 집회에서도 나왔다. 심하보 목사(은평제일교회)는 집회에 나오지 않는 목사·교인을 모두 '공범자'로 규정했다. 심 목사는 "기도만 하겠다는 자들을 끌어내라. 이제 더 이상 속지 말고 여러분의 신앙을 지키라"고 말했다. 집회를 생중계하던 유튜브 '너알아TV'에는 이영훈·소강석 목사뿐만 아니라 김병삼(만나교회)·김학중(꿈의교회)·이찬수(분당우리교회) 목사를 '좌파'라고 비난하는 댓글이 올라왔다. 각종 소셜미디어에는 전광훈 목사와 함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대형 교회 목사들을 성토하는 글이 수시로 올라오고 있다.

무차별적 공격에
입장 꺼리는 대형 교회 목사들
"해명하는 순간 더 큰 비난"
개인적 참여는 상관없다?
"방관하면 더 큰 문제 생길 것"

어느 날 갑자기 비난의 대상이 된 여의도순복음교회나 새에덴교회 등 대형 교회들은 말을 아꼈다. 해명하는 순간 더 큰 비난이 돌아온다며 차라리 대응하지 않겠다고 했다. 전광훈 집회 참가자들로부터 '종북 좌파', '사회주의자'라는 비난을 받는 소강석 목사는 12월 2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집회에 나가고 싶은 사람은 나가면 된다. 그건 개인의 자유다. 자유민주주의 사회 아닌가. 내가 '종북 주사파'라고 별 이야기를 다 하는데… 이 문제로 더 이상 싸우고 싶지 않다"고 짧게 말했다.

만나교회는 이미 내부에서 이런 이야기가 오간 것으로 확인됐다. 교회 관계자는 2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장로·집사 몇몇이 시국 문제와 관련해 김병삼 목사가 행동을 취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어 온 적 있다고 했다. 김병삼 목사는 "개인적으로 나가는 건 아무 상관없다. 다만 교회에는 다양한 생각을 가진 분이 많은데, 대표가 일방적으로 치우친 곳에 나가면 다른 곳에 계신 분은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담임목사는 신중해야 한다. 국가가 분열돼 있으니 옳고 그름에 앞서 기도할 때이다"고 답했고, 교인들이 김 목사 말을 이해했다고 전했다.

이영훈 목사와 소강석 목사는 합리적인 대화로 사회적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퇴진 집회 참가자들은 두 목사를 '좌파'로 규정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전광훈 목사와 문재인 집회 참가자들은 왜 대형 교회를 타깃 삼는 걸까. 정재영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는 "더는 외연을 확장하기 어려우니 대형 교회를 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기득권층에 가깝고 보수 성향을 띠는 대형 교회는 이념 문제에 취약하다. 이념을 가지고 공격하면 대형 교회 목사도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본인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종북이고 좌파라고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그들은 좌파가 뭔지, 우파가 뭔지에 대한 개념도 없다. 마음에 안 들면 이념을 덧씌워 적으로 치부해 버린다. 전혀 설득력이 없는 주장인데 일부가 동조하기도 한다. 이런 현상은 한순간에 끝나지 않을 것 같다. 내년 선거 때까지 이념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교인들이 개인적으로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집회에 참여하는 건 상관없다는 대형 교회 목사들 입장도 문제가 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백종국 이사장은 "개인의 자유라는 이유로 교인들의 집회 참여를 방관하면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했다.

백 이사장은 "(광화문 집회는) 가짜 뉴스를 만들어 상대방을 공격하고, 냉전이 끝난 지가 언제인데 상대방을 빨갱이 종북으로 매도하고 있다. 정치·윤리적으로 보든, 기독교 신앙적으로든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 거짓에 기초한 캠페인에 교인이 참여하게 하는 건 부적절하다. 오히려 나가지 말라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광훈 목사를 방관하는 한국교회를 비판하기도 했다. 백종국 이사장은 "개혁 교회나 단체가 조금만 사회참여적 발언을 하면 조사를 하던 교단들이 전광훈 말에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아주 이상한 일이다. 신성모독 발언을 하고, 복음의 본질을 헤치고, 전도의 문을 가로막는데도 가만히 있다"고 지적했다.

기윤실 백종국 이사장은, 목사는 교인들이 가짜 뉴스가 넘치는 광화문 집회에 나가지 않도록 권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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