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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가족과 함께한 성탄 예배 "진상 규명, 그때 세월호에 타지 않아 살아남은 모든 사람의 의무"

"청와대 앞 '시체 팔이' 모욕하는 개신교인들…진실 하나만 보고 참고 견딘다"

박요셉 기자   기사승인 2019.12.21  12:4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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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꿈에서 경빈이는 말없이 엄마를 바라봤다. 아들은 힘들어하는 엄마를 응원하기 위해 온 걸까, 아니면 너무도 억울해서 찾아온 걸까. 5년이 지났지만, 경빈 엄마 전인숙 씨는 아들을 만나는 시간이 반가우면서 힘들다고 했다. 매번 고맙고 미안한 마음에 울며 눈을 뜬다고 말했다.

세월호 가족과 함께하는 성탄 예배가 12월 20일 안산시 단원구 416가족협의회 주차장에서 열렸다. 갑작스러운 추위에도 희생자 가족과 기독교인 130여 명이 참석했다. 매달 생명안전공원 부지에서 기도회를 준비하는 희망교회·새길교회·새맘교회·나루교회·고기교회 교인도 함께했다. 이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안내한 구원의 빛이, 세월호 참사 원인과 진상을 밝혀 달라고 머리 숙여 기도했다.

기독교인들은 예배를 시작하며 희생자 304명을 기억하는 시간을 보냈다. 민지 아빠, 지현이 언니, 은지 아빠, 웅기 엄마, 정현이 엄마, 순범이 엄마, 영석이 엄마, 진혁이 엄마, 은정이 아빠, 지혜 엄마가 각 반 대표로 나와, 단원고 1반부터 10반까지 희생 학생들을 호명했다. 서울에서 온 정승민 교사와 류정숙 씨(나루교회)가 각각 단원고 희생 교사, 일반인 희생자 이름을 불렀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304명의 이름을 하나씩 불렀다. 호명이 끝나면 참석자들은 "진실을 꼭 밝히겠다"고 응답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경빈 엄마는 온갖 비난에도 진상 규명 하나만 바라보고 매일 청와대 앞에서 피켓을 든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증언자로 나선 경빈 엄마는, 5년 전 4월 16일에 겪은 충격과 고통을 두 달 전 또다시 경험했다고 말했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는 10월 31일, 해경의 구조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고발했다. 해경은 눈앞에 헬기가 있는데도 응급치료가 시급한 경빈이를 여러 경비정을 거쳐 이송했다. 며칠 전에는, 해경이 구조 일지를 조작해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세월호가 침몰한 지 6년이 다 되어 가는 상황에, 우리는 해경과 국가가 실수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조직적으로 잘못한 작태들을 적나라하게 보고 있다. 경빈이와 세월호 승객들이 구조를 간절히 원하는데도, 마치 이들은 절대 살아 나오면 안 된다는 듯이…. 특조위 영상이 너무 충격적이어서, 5년 전보다 몇 배는 더 힘들게 다가왔다."

경빈 엄마는 억울하고 분통한 심정에 매일 청와대 앞에서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인다고 했다. 검찰이 세월호 참사 전면 재수사를 결정하고 특별조사단을 구성했지만, 엄마와 아빠들은 여전히 불안하다고 했다. 꼬리 자르기와 보여 주기로 끝나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고 했다.

이러한 세월호 가족들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채, 일부 몰지각한 개신교인은 청와대 앞에서 가족과 활동가들을 비난한다. 경빈 엄마는 잠시 머뭇거리다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청와대 분수대 옆에는 보수 기독교인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이들은 '시체 팔이', '아이들을 정치에 이용한다', '죽어 줘서 아이들에게 고마워해야 한다'는 등 온갖 욕설을 퍼붓는다. 어떤 이들은 갑자기 태도를 바꿔 하나님 믿으라고, 그래야 좋은 일이 생긴다고 말한다. 엄마들은 세월호 참사 초기 들었던 욕을 다시 먹으며, 오로지 진상 규명 하나만 보고 참고 견디고 있다."

임은정 검사는 진상 규명이 그날 세월호에 타지 않아 살아남은 자들의 의무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두 번째 증언자로 나온 임은정 검사(울산지검)는 '시체 팔이', '유족충'으로 조롱받고 외면당하면서 한결같이 분투하는 세월호 가족과 활동가를 보며 십자가에 달린 예수를 떠올린다고 말했다.

"폭력과 혐오, 조롱과 모욕, 환대받지 못하고 여전히 고통 중에 있는데도, 세월호 가족들이 또 다른 참사를 겪은 이들과 함께하는 모습에 늘 뭉클하고 죄송하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 스텔라데이지호 침몰과 진상 규명, 구의역 지하철 스크린 도어 사건 등 사회적 참사가 벌어진 곳에서 늘 함께하는 세월호 가족들 모습에 위로와 연대의 의미를, 실천의 방법을 배운다. 그리고 아픈 사람과 함께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본다."

임은정 검사는 "사도 바울은 '여러분은 주님께서 살아 계신 하나님의 영으로 가슴 판에 쓴 편지'라고 말한다. 세상의 부조리를 짊어지고 골고다에 올라 십자가에 매달려 조롱받고 고통받는 유가족, 그분들과 함께하기 위해 모인 우리는 주님께서 세상을 향해 쓴 편지다"며 "주님을 닮고자 하는 우리들은 서로 함께하며 주님이 세상을 향해 띄운 편지가 온전히 전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은 살아 있는 자들의 의무라고 했다. "이 땅에 내려온 천사들이 저 밤하늘에 별로 떠나갔다. 304명의 죽음이 억울하지 않도록 헛되지 않도록 진실을 밝히고 재발을 방지하는 것이, 그때 세월호에 탑승하지 않아 살아남은 우리 의무다. 하나님은 세월호에 있던 304명과 우리와 함께하신다. 진상 규명은 그런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고 언급했다.

세월호 추모곡 '어느 별이 되었을까', '약속해'를 들으며, 진상 규명 의지를 마음에 새겼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416합창단은 세월호 추모곡 '약속해'를 불렀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침묵하지 않고 끝까지 행동하겠다"는 노랫말이 참석자들에게 의지와 다짐을 불러일으켰다.

김희헌 목사(향린교회)는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사회는 드러나지 않는 진실을 보며 빛이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어둠에 가려진 보이지 않는 빛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자신의 존재로서 어둠을 조금씩 밀어내는 사람이 하나둘씩 등장한 것이다. 우리 사회는 그 진리의 빛을 세월호 참사 이후 진실을 찾는 사람들에게서 보았다"고 설교했다.

김 목사는 "하나님은 당신의 계획을 위해 빛이 된 사람을 필요로 한다. 하나님의 은총이 빚어낸 파장을 따라서 움직이는 빛의 입자들, 진실한 발걸음으로 하늘의 은총을 역사에 울릴 빛의 파장들, 이 작은 운동이 모이고 모여 진실을 가렸던 어둠을 마침내 몰아내고 말 것이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세월호 가족과 희생자들에게 "잊지 않겠다"고 성탄 메시지를 남겼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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