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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다양성 조례'도 동성애·이슬람 조장?…"이미 다양한 사회, 인정하고 함께 살자는 것"

조례 없어도 2012년부터 문화 다양성 사업 시행…지자체 조례안은 "다양성 인정하자는 선언"

박요셉 기자   기사승인 2019.12.19  18:3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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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인권조례를 향한 반동성애 진영의 무분별한 반대가 '문화 다양성 조례'에까지 번지고 있다. 올해 부천·청주·대전 등 지자체 3곳이 문화 다양성 조례를 제정하려다, 보수 개신교인들에게 민원 폭탄과 집단 항의를 받아 무산됐다.

반동성애 진영과 지역 교계는 문화 다양성 조례가 동성애를 조장하고 이슬람을 확산시킨다고 주장한다. 조례안이 통과되면 향후 지자체가 시행하는 정책과 사업으로 동성애·이슬람 문화가 대거 유입될 것이라는 논리다.

반동성애 진영 주장과 달리, 문화 다양성 조례는 동성애나 이슬람 등 특정 사상이나 종교를 위한 법이 아니다. 개인의 삶의 질을 향상하고 사회 통합을 도모하며 새로운 문화 창조에 이바지하는 것이 목적이다.

한국은 2010년 유네스코와 '문화적 표현의 다양성 보호와 증진에 관한 협약'을 체결했다. 문화 다양성을 증진·보호하기 위한 정책을 펼치고 4년마다 유네스코에 보고서를 제출할 의무가 있다. 2014년에는 '문화 다양성의 보호와 증진에 관한 법률(문화다양성법)'을 제정했다. 전국 광역·기초 지자체들도 이 법에 기초해 조례를 만들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경기·충북·전남·광주·부산·제주 등 14곳이 문화 다양성 조례를 제정했다.

인권조례를 향한 반동성애 진영의 무분별한 반대가 '문화 다양성 조례'에까지 번지고 있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중앙 부처와 지자체
이전부터 문화 다양성 정책 시행
장애인, 북한 이탈 주민, 아동 등
여러 주체가 사업 참여

반동성애 진영의 착각 중 하나는, 지자체가 조례를 만들어야 문화 다양성 정책과 교육을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문화 다양성 사업은 조례와 상관없이 이미 2012년부터 중앙 부처와 지자체가 시행해 오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12년부터 문화 다양성 정책 일환으로 '무지개다리 사업'을 추진했다. 선주민과 이주민, 장애인과 비장애인, 청년 세대와 노인 세대, 여성과 남성 등 여러 주체 간 교류를 확대하고 네트워크를 구축해 문화 다양성을 확산하는 데 목표를 둔다. 지금까지 27개 지자체가 사업에 참여했다.

김해문화재단은 11월 2일, 김해문화의전당에서 무지개다리 사업으로 '문화 다양성 창작시 음악 축제'를 열었다. 시각장애인과 북한 이탈 주민을 위한 행사였다. 이들이 창작시를 만들면 지역 문화 예술인들이 곡을 입하고, 어린이부터 노인 등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된 합창단이 노래를 불렀다. 김해문화재단은 소수 계층에게 문화 표현 기회를 제공하고, 주민들이 이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행사를 준비했다고 했다. 시각장애인과 북한 이탈 주민들도 약 7개월간 시를 창작하면서 새로운 재능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했다.

구로문화재단은 2013년부터 매년 '구로채운九老彩雲 - 사이의 공동체를 이어 내는 문화 자주성'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대표 프로그램 중 하나인 '다양성 네트워크_얼개'는, 주민들을 연결하고 서로 차이를 인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중국 동포 사회 중장기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다가치 포럼', 다문화 교육 교안 개발을 연구하는 '각색 모임', 구로채운 활동 이야기를 시나리오와 영상으로 풀어내는 '뀀'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서울시 구로구는 자치구 중 처음으로 문화 다양성 조례를 제정했다. '문화 다양성 주간' 행사 모습이다. 사진 제공 구로문화재단
문화 다양성 사업은 상호 이해와 존중을 목표로 한다. 충북문화재단이 장애 아동, 도시 이주민, 노인, 청년 간 만남을 주선하기 위해 기획한 인형 만들기 '만남'의 모습이다. 사진 제공 충북문화재단

조례 제정을 추진하다 개신교계 반대로 무산된 청주시도 무지개다리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올해 4월 초등학생 800여 명을 대상으로 '학교 안 다양성 사업'을 진행했다. 다음세대재단에서 제작한 '올리볼리' 동화를 보고, 놀이와 창작 활동을 통해 이해·소통·협력·공감 능력을 기르는 프로그램이다.

청주문화재단이 발간한 <2019 문화 다양성 무지개다리 사업 결과 자료집>에는 무지개다리 사업에 대한 여러 후기가 담겼다. 조 아무개 교장(ㅅ초등학교)은 "다문화 사회가 되어 가고 있는 형태, 다수가 이해하는 소수 프로그램은 '문화 다양성'이라고 하는, 아이들에게는 생소한 주제를 예술로 쉽게 알려 주는 뜻깊은 수업이었다"고 썼다.

서 아무개 교사(ㄱ초등학교)는 "미술 수업을 통해 아이들이 즐겁게 다름을 이해하고 서로 협력하여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특히 수업 시간마다, 발표자는 '소수'이고 듣는 학생은 '다수'이기 때문에 다수는 소수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말로 아이들에게 주제에 대해 상기시켜 주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고 썼다.

무지개다리 사업을 주관하는 문화체육관광부뿐 아니라 중앙 부처도 문화 다양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교육부는 '세계 시민 교육 확산 사업'으로 교원과 공무원, 학생 등을 대상으로 세계시민 교육을 하고, 관련 교육 자료와 출판물을 제작·보급한다. 장애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제공하기 위해 매년 '전국 장애 공감 사진 및 홍보 영상 공모전'을 연다. 법무부는 공무원·경찰을 대상으로 이민정책 전문성을 함양하고 다문화 수용성을 제고하기 위해 '이민정책 이해 과정'을 교육하고 있다.

이처럼 문화 다양성 정책은 조례 유무와 상관없이 지자체가 시행할 수 있다. 그럼에도 지자체가 조례를 만드는 건, 문화 다양성을 지역사회 필수 가치로 적용하겠다는 의미다.

충북 청주와 대전이 반동성애 진영의 공격을 받을 때, 김해시는 문화 다양성 조례안을 가결했다. 반대가 없었던 건 아니다. 김해시의회는 9월 20일 본회의에서 조례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일부 의원은 동성애를 이유로 반대 의견을 표시했다. 방청석에서도 발의 의원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조례안은 전자 투표 끝에 통과됐다(찬성 12명, 반대 6명).

조례안을 발의한 박은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당시 본회의에서 "김해시는 6년째 무지개다리 사업에 참여해 오고 있다. 이를 계속 지켜보면서 우리 지역에 거주하는 사할린 동포, 새터민, 장애인, 노인, 청소년, 아동 전체를 아우르는 조례가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고 강조했다.

박은희 의원은 12월 16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조례가 이슬람을 옹호하지 않느냐', '동성애를 조장하지 않느냐' 그렇게 주장하는데, 그런 편협한 내용이 아니다. 내용은 이미 제정된 문화다양성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조례는 우리 지역사회가 서로 소통하고 화합하기 위해 다양성이라는 가치를 기본 원칙으로 세우겠다는 것을 함의한다"고 말했다.

서울시 구로구는 자치구 중에서 가장 먼저 문화 다양성 조례를 만든 곳이다(2017년 11월 제정). 조례안을 대표 발의한 당시 이호대 구의원(더불어민주당)은 12월 18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구로는 서울에서 중국 동포가 가장 많이 거주하는 곳이다. 이러한 지역 특색을 바탕으로 서로 존중하고 차별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자는 취지로 조례를 발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20~30년 안에는 인구 구성이 더 다양해질 것이다. 구로구만 해도 어떤 동은 절반이 중국 동포다. 문화 다양성 사업은 선주민과 이주민 간에 갈등을 예방하고 서로 어울러 사는 사회를 목표한다"고 설명했다.

이호대 의원은 "상위법이 있긴 하지만 조례가 있다면 지자체 입장에서는 정책을 펼치는 데 도움이 된다. 문화 다양성 사업을 시행한 지 8년이 됐지만, 여전히 개념이나 성격을 확립하지 못한 곳이 많다. 조례는 이러한 지자체에 지역 상황에 맞는 정책을 실현하는 데 명확한 근거와 동기를 마련해 준다"고 언급했다.

아이들은 문화 다양성 사업을 통해 장애를 이해하기도 한다. 사진 제공 청주문화재단

"문화 다양성 사업,
특정 이념 위한 정책 아냐
어떻게 차이 극복하고
서로 존중할지에서 시작"

중앙 부처와 지자체 사례를 살펴보면, 문화 다양성 사업을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쉽지 않다. 장애인, 북한 이탈 주민, 이주민, 아동 등 다양한 주체가 사업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 다양성 사업은 국적·민족·인종·종교·언어·지역·성별·세대 등 여러 주체 간 발생할 수 있는 차이와 갈등을 이해와 존중으로 바꾸는 일이다. 동성애나 이슬람을 조장하는 정책이라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전국 지자체에서 문화 다양성을 주제로 강의하는 이완 대표(아시아인원연대) 역시 12월 18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문화 다양성 정책을 한마디로 똑 잘라서 말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이나 집단마다 어디든지 차이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만약 그 차이로 인해 공존이 어렵다면, 이를 어떻게 극복하고 서로 존중할 것인가. 여기서 문화 다양성 정책이 시작한다"고 했다.

그는 무지개다리 사업의 '다리'가 문화 다양성 사업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은 급속도로 다변화하는데, 혐오와 차별이 새로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문화 다양성 사업은, 반대자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다양성을 '조장'하는 게 아니다. 이미 다양한 사회를 그대로 인정하고 함께 살자는 의미다. 서로 다른 주체 간에 '다리'를 놓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완 대표는 "문화 다양성 조례를 사업이나 정책으로만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역 안에서 발생하는 모든 활동과 사업에, 타인의 정체성을 존중하고 함께 살자는 원칙을 적용하는 일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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