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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교육 전쟁①] '조직적 항의 폭탄' 반동성애 진영 타깃 된 '청소년성문화센터'

설치부터 반발, 각종 사업 및 강사 취소…일방적 폭언에 활동가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

이은혜 기자   기사승인 2019.12.19  12:2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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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반동성애 진영의 인권 정책 개입이 도를 넘고 있습니다. 각종 인권 관련 조례를 폐지시키는 데서 멈추지 않고, 아동·청소년 성교육까지 걸고넘어집니다. '성평등' 단어가 들어가면 무조건 '동성애 조장'이라며 반대합니다. 이들의 반대는 단순한 의견 표명으로 끝나지 않고, 사회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뉴스앤조이>는 ①최근 반동성애 진영이 어떤 패턴으로 청소년성문화센터를 공격하는지 ②그들이 원하는 청소년 성교육은 무엇인지 ③청소년성문화센터의 역할과 구체적 활동,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은 어떤지 ④기독교교육 관점에서 성교육은 어떻게 하면 좋을지 짚어 보는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 기자 주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보수 개신교 반동성애 진영이 공적 영역에서 발생하는 모든 성 관련 정책까지 검열·감시하고 나섰다. 그동안 반동성애 진영 주요 강사들이 전국 교회를 돌며 강의했고, 여기에 영향을 받은 각 지역 교회 연합회와 교인들이 행동으로 앞장서고 있다. 지역사회에서 성과 조금이라도 관련 있어 보이는 정책은, 이들 입맛에 맞지 않으면 철회·폐기되는 상황이 됐다.

아동·청소년 성교육과 관련해서도 이들의 입김은 무시할 수 없는 '민원'이 됐다. 학교, 외부 기관 어디서든 '성평등' 단어를 쓰는 경우 무조건 민원 제기 대상이다. 보수 개신교인들은 성평등 단어를 모두 '양성평등'으로 바꾸라고 하거나, 아예 성교육 프로그램 자체를 폐지하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학교와 가정이 못 하는 성교육을 보완하고자 만든 '청소년성문화센터'도 반동성애 진영의 타깃이 됐다. 청소년성문화센터는 청소년 성범죄 예방 교육을 위한 기관으로, 성폭력 예방 교육 강사를 파송하는 곳이기도 하다. 반동성애 운동에 잠식된 개신교인은 "아이들을 잘못된 성교육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며, 청소년 문화센터 설립이나 사업 등에 반대 민원을 쏟아붓고 있다.

'성평등' 단어도 안 들어갔는데
"청소년성문화센터 설치 반대,
강사·내용 다 공개하라"

최근 경기도 구리시청 앞에 '성평등 반대'를 외치는 이들이 등장했다. '구리다음세대를위한학부모연합'은 11월 18일부터 22일까지 구리시청 앞에서 집회를 이어 갔다. 22일 열리는 구리시의회 본회의에 상정된 '구리시 청소년성문화센터 설치·운영 조례안' 제정을 무산시키기 위해서다.

이들이 청소년성문화센터 설치에 반대하는 것은 '성평등'이라는 단어 때문이다. 집회에서 발언한 한 학부모는, 지난 9월 구리시 다문화센터에서 초청한 성 문화 교육 강사가 '성평등 교사'라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동성애뿐 아니라 제3의, 수많은 성을 인정하는 성평등" 교사이기 때문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구리시다음세대를위한학부모연합은 11월 20일 구리시의회 앞에서 청소년성문화센터 건립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유튜브 내외방송 갈무리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성평등' 단어만 문제 삼았다. 이들은 청소년성문화센터가 여성가족부의 왜곡된 성평등 성교육을 하는 곳인데, 굳이 구리시에 설립해야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본회의 기간 매일 아침 '양성평등 YES 성평등 NO', '성 욕망 자극하는 성평등 교육 OUT' 피켓을 들고 시위했다.

정작 구리시장이 발의한 '구리시 청소년성문화센터 설치·운영 조례'에는 '성평등'이라는 단어가 나오지 않는다. 게다가 조례안에 담긴 성교육 정의를 보면 "남녀의 몸과 마음에 관한 차이를 올바르게 이해시키고, 성에 관한 과학적 지식을 전하여, 남녀 간 성의 특성을 알고, 이를 바탕으로 하여 건전한 인간관계 형성 및 유지를 목적으로 하는 인간 존중 정신을 기반으로 한 종합적 인격 교육"이라고 나와 있다. 시위대가 원하는 '양성평등'이다.

결국 11월 22일 열린 본회의에서 실무 담당자가 시의원들에게 여러 의혹에 대해 설명한 끝에 이 조례안은 통과될 수 있었다. 당시 상황을 기록한 의회록을 보면, 반대하는 이들이 얼마만큼 '양성'에 집착하는지 알 수 있다. 이들은 성교육·성문화 또한 '양성교육·양성문화'로 바꾸라고 주문했다. 또 구리시기독교연합회는 조례안에 있지도 않은 '성평등' 단어를 모두 '양성평등'으로 바꾸라고 압박했다.

청소년성문화센터 설치를 반대하는 이들은 강사진과 강의 내용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실무자는 "강사와 강의 자료는 정보 공개 요청하면 줄 수 있다. 구리시 청소년성문화센터가 오픈되면 강사들 동의를 받아 강의하는 내용을 녹화·녹음하겠다"고 말했다. 센터 설립은 통과됐지만, 반대 진영 입맛에 맞지 않는 강사 선정, 강의 내용은 언제든 차단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른 성적 지향 인정하면
'동성애 옹호·조장·미화'
성소수자 강사는 무조건 반대

이미 설립된 청소년성문화센터는 2014년부터 외부 공격에 시달렸다. 지금 소위 반동성애 운동가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존재감을 드러내면서부터다. '한국기독교동성애대책협의회'가 만들어지며 교계 동성애 반대 운동이 조직화하고 격해지는 2015년에는 전국 단위로 항의가 확산됐다.

반동성애 진영은 '동성애 조장'이라는 빌미로 청소년성문화센터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청소년성문화센터는 다양한 성적 지향을 가진 청소년들을 만난다. 가정에서 지지받지 못하거나 혐오 표현을 듣고 괴로워하는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문을 두드릴 수 있는 곳이 청소년성문화센터다.

어렵게 고민을 털어놓는 청소년들에게 "너는 비정상이고 이성애만 정상"이라고 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러나 이성애 외 다른 성적 지향을 인정하는 것은, 반동성애 진영에게는 곧 "동성애를 옹호·조장하는 것"을 뜻한다.

A센터는 2014년 중순부터 외부 공격에 시달렸다. 항의하는 사람들은 A센터에 전화해 자신을 학부모라고만 소개한 뒤, 센터가 "동성애자 강사를 초빙하고, 동성애를 옹호·권장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공격은 2015년에도 계속됐다. 항의자들은 센터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며 사진을 찍었다. 8월 초에는 센터장이 사퇴할 때까지 총력을 다하겠다며 기자회견도 열었다.

A센터는 지금까지도 각종 민원에 시달린다. 단체 관계자는 12월 2일 기자와 만나 "평소에는 조용하다가 갑자기 항의가 몰린다. 알아보면, 반동성애 활동을 하는 이들 사이에 내용이 공유됐더라. 좌표가 찍히면 몰려와 항의하고 시간이 지나면 또 잠잠해지는 패턴을 보인다"고 말했다.

반동성애 운동에 앞장선 개신교인들은 청소년성문화센터가 동성애를 옹호하고 조장해 청소년을 동성애자로 만드는 성교육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B센터는 2015년 4월, 청소년을 위한 영화제를 기획했다. 여기서 15세 관람가인 한 영화가 반동성애 진영의 집중 공격 대상이 됐다. 이들은 이 영화가 "동성애를 미화하는 영화"라고 주장했다. 단순히 센터로만 항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여성가족부·교육청·시청 등 연관된 모든 공공 기관에도 계속 민원을 넣었다. 그 결과, 관련 기관에서는 영화를 내리는 게 좋다고 권고했다. 영화제는 당시 유행하던 메르스 확산을 이유로 취소됐다.

청소년성문화센터에서 부르는 강사도 공격 대상이 됐다. 일부 센터에서는 성교육 강사 양성 과정에 성소수자 당사자를 강사로 초청하기도 한다. 성소수자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해소하기 위한 강의였다. 반동성애 진영은 이것 또한 "동성애를 미화하고 조장하는 강의"라고 주장하며 강사 교체를 요구하거나 폐강 압력을 넣었다.

비온뒤무지개재단 한채윤 상임이사는 가장 빈번한 공격 대상이다. B센터는 2015년 7월, '청소년 성교육 강사 양성 과정'에 한채윤 이사를 강사로 초청했다. 반동성애 교인들은 B센터는 물론 여성가족부에 항의하고, 실제로 강연에 참석해 일방적인 논리로 질문하는 등 교육을 방해했다.

한채윤 이사는 이런 일이 청소년성문화센터뿐만 아니라 자신이 강의하는 다양한 현장에서 종종 발생하는 일이라고 했다. 지난해 충남의 한 중학교에서 성평등 교육을 하려다 동성애 반대 세력에게 집중적으로 항의를 받은 적도 있다. 강의는 아예 취소됐다. 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혐오 세력의 눈에 띄면 강의가 취소되고, 아니면 진행되는 현실 자체가 퇴행적"이라고 말했다.

'성평등' 단어만 쓰면
항의 전화 "어떤 의도냐"
정상적인 대화 불가능

최근에는 구리시청소년성문화센터 경우처럼 '성평등' 단어에 목매는 현상이 잦아졌다. C센터는 올해 상반기 교육청과 함께 진행한 사업에 '성평등' 단어를 넣었다가 집중 민원 대상이 됐다. 사업 실시 안내 포스터를 본 이들이 전화해 "왜 이 단어를 사용하느냐", "어떤 의도냐"고 따졌다. 민원인들은 전화를 걸어 동일한 내용을 반복해서 말했다. 성평등 대신 양성평등이라는 단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C센터 활동가들이 일방적으로 똑같은 내용을 말하는 민원인들에게 열심히 설명했지만 '소귀에 경 읽기'였다. 활동가들은 같은 질문에 같은 대답을 반복해야 했고, 도가 지나친 경우는 전화를 끊기도 했다. 그러면 이들은 다시 집요하게 전화를 걸어 일방적으로 통화를 끊었다며 폭언을 쏟아부었다.

센터 관계자는 업무가 불가능할 정도로 많은 민원이 들어왔다고 했다. 그는 "억양도 다양하고 계속 다른 사람이 전화하는 것은 맞는데, 모두 똑같은 논리로 이야기한다. 문제는 아무리 설명해도 대화가 안 된다는 점이다. 하고 싶은 말만 일방적으로 하고 끊거나 윽박지르는 경우가 허다했다. 전화벨만 울려도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였다"고 말했다.

민원 응대로 한동안 정상적인 업무가 불가능했고, 폭언을 들은 활동가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결국 교육청은 C센터에 양성평등으로 행사명을 변경하라고 지시했다. 논란이 된 홈페이지 공지 사항도 삭제해야 했다.

반동성애 진영은 '성평등'이라는 단어만 들어가면 '반대'부터 외친다. 사진은 지난 2017년 7월 열린 동성애동성혼개헌반대국민연합 창립 총회 모습. 뉴스앤조이 이용필

D센터에서도 올해 7월 '성평등'과 관련해 문제가 제기됐다. D센터 강사에게 교육받은 한 청소년의 부모가, 센터에서 왜곡된 페미니즘과 성평등을 가르치고 있다며 학교에 민원을 제기했다. 문제는 이 민원이 반동성애 활동가 진영에 전달되면서 '좌표'가 찍힌 것이다.

교계 반동성애에 운동에 앞장서는 이들은 △생물학적 성별은 남과 여만 존재한다 △성평등 대신 양성평등 단어를 써야 한다 △성교육 기관이 젠더 이데올로기로 청소년을 세뇌한다 △동성애 조장하는 성교육을 그만둬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게시물을 생산·유포했다.

이들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7월 17일 D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반동성애 집단은 센터에 들어가 막무가내로 사진을 찍었다. 그동안 어떤 교육을 해 왔는지 모두 공개하라며 센터 활동가들과 대치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항의자들이 센터로 찾아온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당시 센터에 있었던 한 활동가는 "말도 안 되는 걸로 문제 삼을 수 있으니 센터 안에 있던 것들을 황급히 정리해야 했다. 그들은 차분한 대화를 위해 온 사람들이 아니었다. 자신들이 말하는 것만 옳다고 목소리 높이고, 센터에서 하는 교육이 왜곡되고 상스러운 것이니 당장 중단하라고 외쳤다. 전혀 말이 통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E센터는 얼마 전 로고를 문제 삼는 항의 전화로 몸살을 앓았다. E센터 로고에는 남과 여를 뜻하는 기호 외에 두 기호를 합쳐 놓은 기호가 있다. 개소한 지 수년이 지난 곳이었는데, 올해 갑자기 특정 기간에만 항의 전화가 쏟아졌다. 전화하는 이들은 이것이 제3의 성을 뜻하는 것 아니냐며 "동성애를 옹호하고 남녀 외 다른 성을 인정하는 것"이라는 말만 반복했다.

'좌표' 찍고 항의 폭탄
"동성애에 대한 생각 다르다고
다수 힘으로 제압하자는 건 폭력"
청소년성문화센터, 해결책 모색 중

반동성애 진영의 활동은 일정한 패턴으로 이어진다. '좌표'가 찍히면 온갖 음해성 정보가 채팅방이나 소셜미디어에 떠돌게 되고, 이를 보게 된 사람들이 집중적으로 달려들어 항의 폭탄을 퍼붓는다. 오프라인에서 기자회견을 열면 반동성애에 열심인 언론들이 기사도 내 준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막고 각종 인권조례를 폐기시킨 방법과 똑같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박승렬 소장은 이 같은 행동이 '폭력'이라고 말했다. "동성애에 동의하고 안 하고를 떠나서, 기독교인인 것을 떠나서, 민주 시민으로서 기본이 안 돼 있다. 생각이 다르다고 다수의 힘으로 제압해 버리는 건 폭력이다. 이런 언어·물리적 폭력은 우리 사회에서 없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소장은 "역으로 그들이 당할 때는 '왜 기독교를 탄압하느냐'고 반발하지 않겠나. 역지사지, 공존의 지혜를 배워야 한다. 정부가 이 문제에 좀 더 엄중하게 대처하면 좋겠다. 단순한 민원·의견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폭력 앞에 굴복하는 행위"라고 했다.

반동성애 진영의 공격이 계속되면 청소년 성교육 현장을 지키는 활동가들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점점 거세지는 공격에, 지난 10월에는 경험담을 공유하고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전국의 청소년성문화센터 활동가들이 모여 회의도 열었다.

한국청소년성문화센터협의회 김미경 대외협력분과장은 12월 1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기독교인들은 성경에 아담과 이브만 있다는 이유로 성소수자를 질병화하고 치료 가능한 것처럼 얘기하는데, 이런 시각은 명백히 잘못됐다. 앞으로도 인권과 평등을 기본으로 하는 포괄적 성교육을 진행하기 위해 내·외부 차원의 대응 방안을 구체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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