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목회지 세습 때문에 교인들이 교회를 떠난다고 설교한 목사가 명성교회 장로들에게 고발당했다.

연동교회 김주용 목사는 9월 29일 예배에서 명성교회 부자 세습을 비판했다. 이날은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김태영 총회장) 104회 총회가 끝나고 맞은 첫 주일이었다. 김 목사는 "총회가 지난 4년간 우리 교단을 괴롭힌 한 대형 교회 부자 세습을 인정하기로 했다"며 "처음 총대로 참석했는데 참담하고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많은 교인이 부자 세습 문제로 상처를 입고 교회를 등진다고 했다. 김 목사는 "세상에서 얻어터지고 상처 입는 이들은 그 대형 교회 목사와 아들이 아니다. 그들로 인해 하나님이 주인 되신 교회를 보지 못하고 교회가 교회답지 못한 것을 보는 교인들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목회 세습 때문에 우리 교단은 23만 명이 교회를 떠났다. 우리와 같은 규모의 교회 7~8개가 없어졌고, 500명이 출석하는 500여 교회가 사라진 것이다. 저출산으로 교회학교 학생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청·장년부 교인들이 줄어든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법 위에 있는 힘 있는 목사, 하나님 위에 있는 대형 교회에 있다"고 했다.

명성교회 장로들은 12월 초, 김주용 목사를 허위 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명성교회 한 장로는 12월 18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목사가 예배 시간에 허위 사실을 퍼뜨려 교인들을 선동하는 설교를 했다. 장로들이 모두 모여 어떻게 대응할지 논의하다 김 목사를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교회가 교회를 무너뜨리는 일은 옳지 못하다"고 말했다.

김주용 목사는 물러서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명성교회 세습을 둘러싼 교계 분위기, 총회에 참석해서 느낀 점을 바탕으로 회개하는 마음으로 설교했다. 그쪽에서는 자신들이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는지 불편하게 여기는 것 같다. 이런 일로 굽히거나 흔들리지 않고 적극 대응할 생각이다"고 언급했다.

김주용 목사는 목회지 세습 때문에 많은 교인이 교회를 떠난다고 설교했다가 명성교회 장로들에게 고발당했다. 연동교회 설교 영상 갈무리

연동교회 담임목사가 명성교회 장로들에게 고발당한 상황에서, 예장통합 전 총회장이자 연동교회 원로목사인 이성희 목사는 12월 15일 명성교회 저녁 예배 설교를 맡았다.

이성희 목사는 명성교회 교인들에게 하나님 계명을 잘 지켜야 한다고 설교했다. 그는 "'살인하지 말라'나 '거짓 증거하지 말라'는 모두 하나의 계명이다. 사람들이 볼 때는 살인하면 엄청나게 큰 죄를 지은 줄 알고 거짓말은 예사로 한다. 하나님이 보기에는 그렇지 않다. 거짓말이나 살인이나 똑같이 취급한다. 작은 계명 하나라도 어기게 되면 죽을 만큼 잘못했다는 이야기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는 이성희 목사에게 명성교회에서 설교한 이유를 물었다. 그는 "목사가 말씀을 전하는 데 장소나 상황을 가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어디서든 부른다면 찾아가서 설교하는 게 목사의 역할이다. 다른 이유가 없다"고 했다. 명성교회 장로들이 김주용 목사를 고소한 사실을 알고 있는지 묻자, 그는 "알고 있었다"면서 "그 일과 설교를 연결 짓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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