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해고 노동자 김용희 고공 농성 투쟁 승리를 위한 기도회'가 12월 12일 강남역 8번 출구 앞에서 열렸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뉴스앤조이-구권효 편집국장] 김용희 씨가 올라가 있는 강남역 사거리 CCTV 타워 주변은 번쩍번쩍한 네온사인과 쉴 새 없이 달리는 자동차 헤드라이트로 저녁에도 깜깜해지지 않았다. 주의를 기울여 보지 않으면 뒤쪽에 있는 거대 전광판에 나오는 현란한 광고에 눈을 빼앗기기 일쑤다. 김용희 씨는 이따금 작은 휴대폰 불빛으로 아직 거기 있음을 알렸다.

영등포산업선교회가 주관한 '삼성 해고 노동자 김용희 고공 농성 투쟁 승리를 위한 기도회'는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진 12월 12일 열렸다. 기독교인 15명이 김용희 씨와 강남역 8번 출구 앞 농성장에 있는 이재용 씨(공교롭게도 그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과 동명이인이다)를 위해 모였다. 15개월 된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온 아빠는 아이 얼굴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담요를 꽁꽁 싸맸다.

"김용희 동지! 우리가 왔습니다.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 힘내세요!" 참가자들이 외치자 김용희 씨는 휴대폰 불빛을 비추며 손을 흔들었다. 김 씨 고공 농성은 이날로 186일째였다. 그는 기도회 중간에 통화로 자신의 사정을 다시 알렸다.

"제가 어렸을 때 지붕 위에 있는 닭들을 보았습니다. 왜 마당을 놔두고 지붕 위에 위험하게 올라갔을까. 이제 알 것 같습니다. 개들이 닭을 잡아먹으려고 하기 때문에, 괴롭히기 때문에, 살기 위해서 지붕 위에 올라간 것이었습니다. '왜 땅을 놔두고 저 위험한 첨탑 위에 올라갔을까', '왜 저런 극한투쟁을 할까' 이해 못 하시는 분 많을 겁니다. 저는 얘기할 수 있습니다. 삼성이라는 개들한테 물려 죽지 않기 위해서, 살기 위해서 올라왔다고 말입니다."

기도회가 진행된 12월 12일은 삼성 해고 노동자 김용희 씨가 CCTV 철탑에 올라 고공 농성을 시작한 지 186일째 되는 날이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참석자들은 휴대폰 불빛을 비추며 김용희 씨와 교감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최성은 목사(영등포산업선교회)는 예수님이 가다라 지방에서 귀신 들린 사람을 고친 이야기로 말씀을 전했다. 귀신은 사람 몸에서 빠져나와 돼지 떼에 들어갔고, 돼지 떼는 모두 바다에 빠져 죽었다. 사람들은 예수님을 찾아와 떠나 달라고 부탁했다.

"삼성이라는 거대한 재벌이 지금까지 행한 노조 탄압과 인권유린, 한 사람의 삶을 짓밟은 어두움이, 그 불의함이 결국에는 쓰러지리라는, 그런 날이 오리라는 믿음을 쌓아 가며 이 자리에 우리는 모였습니다. 이 역사의 자리에 함께 있으면서도, 지나치면서도, 욕망에 눈이 가리워 동지들의 외침을 듣지 못하고, 도리어 거대한 삼성을 바라보고, 이윤을 바라보고, 욕망의 자리로 바삐 움직인다면, 우리는 오늘 이 자리에서 주님이 더 놀라운 일을 행한다 하더라도 예수를 찾아가 '우리의 욕망을 위해 우리를 떠나 달라'고 부탁할지도 모릅니다. 한 사람의 존엄이 밝혀질 이 자리가 돼지 떼라는 이윤에, 경제적인 가치에 쓰러져 가는 것을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가 오늘 바라는 하나님의 나라는, 그리고 함께 꿈꾸는 하나님나라는, 돼지만 좇고 바라보는 이들에게는 2000마리도 넘는 돼지의 몰살 사건, 엄청난 손실의 사건이지만, 우리에게는 존귀한 한 사람의 회복과 자유, 그리고 정의가 회복되는 사건입니다."

김용희 씨를 향해 다시 한번 휴대폰 라이트를 비추며 손을 흔들면서 기도회는 끝났다. 참가자들은 그가 200일이 되기 전 내려올 수 있기를 기도하고 있다. 매주 화·목요일 '삼성해고노동자김용희고공농성개신교대책위원회'에 소속한 교회·단체들이 저녁 7시 30분 강남역 8번 출구 앞에서 기도회를 연다. 21일 토요일 오후 3시에는 이 자리에서 대중 집회가 진행되며, 23일 오전 11시에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와 대책위가 함께 기자회견을 연다.

"삼성은 해고 노동자 문제 해결하고, 노동조합 인정하라!"

기도회가 끝나고 나서도 김용희 씨는 외쳤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그의 육성은 금세 주변 소음에 묻혔다. 강남역을 오가는 사람들은 신경 쓰지 않고 바쁘게 걸었다. 언 손을 비비며 기도회 집기를 치우는 참가자들이 이따금 '투쟁'이라고 외치며 김 씨에게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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