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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자를 위한 기도

[탐독의 시간] 칼 바르트 <설교자의 기도>(비아)

조윤   기사승인 2019.12.11  18:5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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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기도를 맡은 성도님이 고민이 되었는지, 기도 준비에 참고할 만한 책이 있는지 물어 온 적이 있다. 감사, 찬양, 회개, 간구의 요소를 담아 자유롭게 준비하시라고 답을 드렸다. 기도에 관한 몇몇 책을 읽었지만, 기도는 내 마음을 자유롭게 하나님께 아뢰는 것이라는 개신교 토양에서 성장한 내 생각의 뿌리는 달라지지 않았다. 책꽂이에는 앞서 비아에서 나온 <영성가의 기도>, <신학자의 기도>, IVP에서 나온 <사귐의 기도를 위한 선집>이 있지만, 대표 기도를 맡은 이에게 참고하도록 선뜻 건네기가 어려웠다.

<신학자의 기도>는 강의실이나 토론하는 자리에서 질문하고 사색하는 이들에게 '우리가 이렇게도 기도할 수 있지 않을까요?'라고 던지는 기도의 변주곡 같았고, <영성가의 기도>는 조용한 묵상의 자리에 들고 가기는 좋으나 함께 드리는 기도의 참고서로 삼기에는 낯설게 느껴질 것 같았다. <사귐의 기도를 위한 선집>은 저자가 너무 다양하고 결이 다른 기도도 많아 범위가 너무 넓었다.

칼 바르트의 <설교자의 기도>(비아)는 공적 예배의 기도를 준비하는 사람에게 사전 설명 없이 참고하시도록 권해 드려도 괜찮겠다 싶었다. 기도가 쉽고 보편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바르트는 쉽게 쓰지 않았을 것이다. 설교 주제를 짧은 문장에 녹이고자 많은 에너지를 쏟았을 것이고, 무엇보다 하나님께 드려지는 기도인 만큼 정성스럽게 다듬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함께 예배와 기도에 동참하는 성도들을 향한 따뜻한 마음이 느껴진다. (옮긴이 말에 따르면, 기도문 다수는 바젤교도소 수형자들과 함께한 예배에서 드린 기도다.)

<설교자의 기도> / 칼 바르트 지음 / 박정수 옮김 / 172쪽 / 1만 3000원

바르트는 서문에서 "온갖 영적이고 신학적인 말들의 묘미와 생명력은 그 말이 얼마나 짧냐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한 문장, 한 문장이 긴 호흡으로 이루어진 그의 신학 저술을 생각하면, 이 기도문이 과연 바르트 것인가 싶기도 하다. 아마도 이 기도문은 그에게 신학의 실천일 것이다. 그는 이 기도들을 그저 있는 그대로 설교자들이 쓰기보다,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영적 각성제가 되기를 바란다고 한다. 설교자보다 성도들의 믿음을 돕기 위한 마음이다. 칼 바르트는 위대한 신학자이기 전에, 성실하게 교회를 섬기는 설교자였고, 그전에 기도하는 그리스도인이었다.

그러니 이 기도문은 칼 바르트를 공부하려는 이들보다도, 세상에 많은 설교자가 있지만 나와 함께 기도해 줄 목사가 없다고 느끼는 외로운 성도들에게 좋겠다. 바른 신학의 토대를 놓기 위해 고민한 설교자와 함께 이 기도를 드리다 보면, 그가 인도하는 예배의 현장에 와 있는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이 기도문을 읽다 보면 한 목회자가 어떻게 말씀의 종으로서 '여기 모인 우리' 성도들을 말씀으로 섬기며 어떻게 진실하고 올바르게 기도하려 했는가가 느껴진다. 기도의 배경에 작은 모임의 성도들이 연상되지만, 그의 기도는 지역을 넘어 세계를 향하고 교회의 안팎을 위한다. 통치하는 이들과 영향력을 미치는 이들, 가르치는 자들과 판결하는 자들, 그리고 고통받고 외로이 늙어 가는 이들과 병들고 죽어 가는 자들, 세상의 높고 낮은 곳에 있는 모두를 아우르고 있다. 변방의 갈릴리가 기도하시는 주님으로 인해 세상의 중심이 된 것처럼, 기도하는 한 설교자로 인해 그가 서 있는 자리 역시 세상의 중심이 된 것 같다.

이처럼 드려진 기도 속에서 그의 기도가 자리한 공동체는 어떻게 빚어졌을까? 그의 담백한 기도처럼, 그 성도들의 모임은 크고 눈에 띄지 않아도 진실한 공동체로 세워져 갔으리라.

한 가지 사족을 붙이면, '일상에서 드리는 기도' 편의 제목은 '주일'을 염두에 둔 기도인 것을 볼 때, '연중 기도'나 '오순절 후 기도'가 더 적합하지 않았을까 싶다.

개신교인 중에 함께 예배하는 자리에서 하나님께 올려 드리는 기도가 더 정제되었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이들에게 좋은 참고서가 되겠다. 혹 함께 기도할 공동체가 없다 하더라도, 바르트와 기도를 드린다는 마음으로 소리 내어 그의 기도를 읽다 보면 바르트도, 기도서도 잊히고, 우리를 위해 중보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조윤 / 대학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교회를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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