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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 '반동성애 운동'에 퇴행하는 인권 정책

문재인 정부 '사회적 합의' 빌미로 가장 소극적…신앙생활 열심일수록 성소수자 혐오도 높아

이은혜 기자   기사승인 2019.12.09  20: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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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한국 사회 인권 정책은 국제 규범에 한참 못 미친다. 이를 아는지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는 사회적 차별 시정을 위해 법과 제도를 정비하겠다고 계획을 천명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 때는 정부 차원에서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려고 시도했고, 박근혜 정부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국정 과제로 채택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 들어서면서는 정부 정책에서 차별금지법의 '차' 자도 보이지 않게 됐다. 차별에는 반대하지만 헌법·국가인권위원회법 등에서 차별을 금지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으므로, 차별 금지를 위한 최소한의 법적 근거는 있다는 입장이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 조혜인 변호사는 "정부 차원의 차별금지법 제정 노력은 전혀 없고 퇴행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한국인권학회(조효제 회장)는 12월 7일 고려대학교에서 '인권 퇴행의 동향과 반인권의 도전'이라는 주제로 하반기 학술 대회를 개최했다. 2017년 6월 결성한 한국인권학회는 헌법학·사회학·인류학·국제정치학 등 다양한 분야의 학자·활동가가 인권학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활동하는 곳이다. 이번 학술 대회에서는 숙명여대 홍성수 교수(법학)가 사회를 맡았고, 고려대 서창록 교수(국제학), 전북대 정영선 교수(인권법), 서울대 이주영 교수(인권센터), <한국 남자> 최태섭 작가, 이진숙 충남인권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한국인권학회가 12월 7일 고려대학교에서 '인권 퇴행의 동향과 반인권의 도전'이라는 주제로 학술 대회를 개최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19대 국회 차별금지법 철회
반동성애 세력에 빌미 제공

조혜인 변호사는 한국의 인권 정책이 어떻게 후퇴했는지 발표했다. △국회의 입법 활동 △국가인권위원회 행보 △지방자치단체의 정책과 조례 제정 상황 등을 종합했다. 조 변호사는 현재 문재인 정부가 '사회적 합의'를 빌미로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러 차례 반동성애 발언을 했던 김진표 의원을 국무총리로 내정했다며 국제사회 기대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했다.

차별금지법 제정 논의가 가장 활발했던 건 19대 국회다. 당시 시민 사회단체와 별다른 교감 없이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이 개신교인들의 조직적 항의에 겁을 먹고 법안 자체를 철회했다. 안 좋은 선례를 남길 수 있기에 철회는 안 된다는 인권 단체 만류에도, 정치인들은 차별금지법 발의를 없던 일로 만들었다.

조혜인 변호사는 이때 차별금지법 발의가 철회되면서, 비슷한 법안도 줄줄이 철회됐다고 지적했다. 유승민 의원이 발의한 '인권교육지원법안'도 "동성애가 옹호되고 확산될 것"이라는 반대 의견에 사라졌고, 이종걸 의원이 발의한 '증오범죄통계법안'도 "표현의자유와 종교의자유를 억압하는 법이 될 것"이라는 억지 주장에 무릎 꿇었다.

20대 국회는 인권 관련 법안 철회가 당연한 수순이 되어 버렸다. 개신교계 반동성애 세력은, 이미 있는 법안을 일부 개정하자는 법률도 '인권'이라는 단어만 들어가면 무조건 동성애와 엮어 철회하라고 압박했다. 국가인권위원회법을 개정하려고 해도 "인권위는 동성애 옹호 기관", "인권 관련 업무 취업은 동성애자에게 우선 취직을 보장하는 법안", "인권 관련 집회 위축시킬 우려", "동성애 옹호하는 인권 교육 의무 실시"등 법 개정안과 상관없는 항의가 이어졌다.

반동성애 진영 주장이 진화하면서 인권과 관련 없는 법안에까지 불똥이 튀었다. 직장 내 성차별·성희롱의 구제 조치를 강화하자는 법안에서도, 반동성애 진영은 '성별'이라는 단어를 문제 삼았다. 성별의 뜻이 '생물학적 남과 여'로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성차별을 조사하면 동성애도 포함된다", "성차별이라는 이름으로 학교에서 동성애를 가르치게 된다"고 주장했다.

국회의원들은 개신교 반동성애 진영의 집단 항의에 '정보 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 '성차별·성희롱 금지 및 권리 구제 등에 관한 법률안', '아동복지법 일부 개정 법률안' 등을 철회했다.

지방자치단체 정책과 조례에서도 개신교 반동성애 진영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차별금지법이 동성애를 옹호·조장·확산하기에 반대한다는 논리라면, 학생 인권조례 등은 성교육과 연결됐다. 이들은 학생 인권조례의 차별 금지 사유에서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뿐만 아니라 임신·출산도 삭제하라고 요구했다. 2014년 서울시민 인권헌장은 폐기되고, 같은 해 성북구청장은 서울시 주민 참여 예산으로 선정된 '청소년 무지개와 함께 지원 센터 사업' 예산을 불용했다. 2015년 10월에는 대전광역시 성평등 기본 조례가 한국교회동성애대책위원회 등의 항의로 '양성평등 기본 조례'로 개정됐다.

조혜인 변호사는 2020년 총선 전까지 국회나 정부의 상황이 바뀔 가능성이 없는 현실에 비관적이라고 했다. 그는 시민·사회단체들이 조금 더 각을 세우고 정부에 모든 이의 보편적 권리로서 평등 문제를 이야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남 학생 인권조례'도 지역 교계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혀 제정되지 못했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개신교 신앙인이기 때문에
성소수자 혐오도 높은 게 현실"

이화여대 김혜령 교수는 한국적혐오현상의도덕적계보학연구단(연구단)이 실시한 '한국 사회의 사회적 차별과 혐오에 대한 시민 의식 조사'에 기초해 개신교의 혐오 현상을 분석했다. 김 교수는 한국 개신교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혐오를 혐오인지 모른다는 데 있다고 했다. "사회는 개신교를 혐오 집단이라고 하는데, 당사자들은 혐오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오히려 사랑이라고 한다. 혐오를 사랑이라고 하는 게 얼마나 웃긴가"라고 말했다.

연구단은 주민등록 인구 현황에 근거해 무작위로 1000명을 추출해 조사를 진행했다. 응답자 중 개신교인은 327명이었다. 조사 결과를 보면, 개신교의 성소수자 혐오는 현재 한국교회 모습과 연관이 있었다. 개신교는 타 종교보다 종교 모임 참석을 권장하고(주일성수), 기독교 도덕의 영향력 확대를 꿈꾸며, 예배를 통해 신앙관을 형성하는 이가 월등히 많다.

개신교인은 비개신교인에 비해 교회의 도덕적 가르침이 사회 문화와 제도에 영향을 미쳐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예배 강단에서 반동성애 설교가 나오고 이에 노출된 빈도가 높을수록,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도가 높게 나왔다. 김혜령 교수는 "종교 생활을 열심히 하면 할수록, 신앙이 있기 때문에 성소수자 혐오가 더 강한 경향을 보였다"고 말했다.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도는 불교·가톨릭 등 타 종교에 비교할 때 개신교인들이 월등히 높았다. 하지만 연령·학력·성별로 분류해 봤을 때는 나타나는 양상이 달랐다. 기본적으로 모든 종교에서 연령은 높을수록, 학력은 낮을수록 성소수자 혐오도가 높았다.

불교와 가톨릭 등 다른 종교는 남성이 여성에 비해 성소수자 혐오 인식이 높게 나타났지만, 개신교는 반대였다. 개신교에서는 남성보다 여성이 더 성소수자를 혐오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비온뒤무지개재단 한채윤 상임이사는 "교단 총회에서 성소수자 인권을 침해하는 법을 만드는 사람들 99%가 남자다. 교회 강단에서 설교하는 사람도 대부분 남자다. 그런데 개신교인 중 남성보다 여성이 성소수자를 더 혐오한다고 결과가 나왔다. 혐오를 조장하고 교육하는 건 남성이고, 결과적으로 혐오를 표현하는 건 여성이다. 이는 개신교가 성소수자 혐오를 의도적으로 조직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이 부분에 세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했다.

인권활동가들은 정치인·공무원들이 동성애 반대 의견을 단순한 민원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혐오 세력을 상대하는 것이라고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산인권센터 박진 상임활동가는 "정치인·공무원들이 정무적 판단을 하는 동안 소수자는 보이지 않는 영역으로 내쫓기고 있다. 이제 중재할 시기는 지났다. 국제 인권 규범을 수행하라고 압박하고, 동시에 적극 싸워서 긍정적 사례를 만들어 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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