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부모가 비기독교인이거나 가나안 성도면, 자녀가 가나안 성도가 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21세기교회연구소(정재영 소장)와 한국교회탐구센터(송인규 소장)가 12월 6일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공동 주최한 '기독 청소년들의 신앙과 교회 인식 조사 세미나'에서, 정재영 교수가 설문 결과를 발표했다.

21세기교회연구소와 한국교회탐구센터는 해마다 한국교회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평신도 수평 이동 이유소형 교회 목회자 현실가나안 성도 신앙 상태 등 다양한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올해는 기독 청소년을 주제로 삼았다. 교회에 출석하는 500명과 신앙이 있지만 교회에 출석하지 않은 가나안 청소년 200명을 구분해 따로 설문을 진행했다.

정재영 교수는 "교회학교가 감소를 넘어 해체로 치닫고 있다. 그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규모도 커지고 있다"며 "청소년 관점에서 교회와 중고등부를 평가해 교회학교 운영에 필요한 기초 자료를 제공하고자 한다. 교회학교가 없어서 어른 예배에 참석하는 경우와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 경우도 파악했다"고 말했다.

기독 청소년들의 신앙 인식 수준을 파악할 수 있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교회에 출석하는 기독 청소년들은 절반 이상이 부모가 기독교인이라고 답했다(59.2%). 부모 모두 교회를 출석하는 비율은 49.2%, 거꾸로 부모가 모두 기독교인이지만 교회에 나가지 않는 비율은 3.4%로 나타났다. 부모가 모두 비기독교인 경우는 14.8%였다.

교회에 처음 나온 시기는 대부분 중고등학교 이전부터였다. 모태신앙이 50.8%, 초등학교 이전이 19.4%, 초등학교 때부터가 20%다. 중고등학교 때부터 교회에 처음 출석한 청소년 비율은 10%도 안 됐다.

교회를 처음 출석한 계기는 '부모님을 따라'가 69.2%로 가장 높게 나왔다. 다음으로 많이 나온 응답이 '친구 선/후배 전도'였지만(14%), 1위와 큰 격차를 보였다.

신앙생활 이유는 불분명한 경우(습관적으로, 부모님이 원해서 등)가 40%로 가장 많았다. 신앙적 동기(구원과 영생을 위해, 하나님을 믿기 때문에, 진리이기 때문에 등)는 29%에 그쳤다.

대다수 기독 청소년은 신앙이 자신의 인격과 가치관 형성에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했다(80.6%). 신앙이 직업이나 진학에 영향을 준다는 응답은 각각 56.2%, 52.2%로 절반 수준이었다.

성인이 된 이후에도 교회를 계속 다니겠느냐는 질문에는, 10명 중 4명이 계속 다닐 생각이 없거나 확신이 없다고 응답했다.

 
 

학생 예배 만족도는 '매우 만족'과 '약간 만족'이 각각 23.4%, 27.8%로 나왔다. 만족한 이유를 묻자 '예배 분위기가 활기차다'가 34.6%로 가장 많았고, '설교가 은혜가 된다'가 24.5%, '예배 시간이 적당하다'가 23.9%, '예배 찬양이 뜨겁다'가 10.6%로 나타났다.

불만족 이유로는 '설교가 지루하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51.4%). 이외에 '예배 분위기가 딱딱하다(20%)', '예배 시간이 너무 길다(8.6%)', '찬양이 뜨겁지 않다(2.9%)' 등이 있다.

학생 예배 참석자들 중 공과 공부에 참석하는 비율은 2/3로 나타났다. 그중 공과 공부를 만족하는 이는 48.3%에 그쳤다.

교회학교가 부재해 어른 예배에 참석하는 청소년들은 학생 예배 참석자보다 만족도가 오히려 높게 나왔다(60.2%). 어른 예배에 만족하는 이유로는 '설교가 은혜가 된다'가 35%, '어른들과 예배하면 배울 점이 많다'가 30%, '예배 찬양이 뜨겁다'는 비율이 8.8%였다.

어른 예배에 참석하는 청소년 49.6%가 학생 예배가 필요하다고 응답했고, 공과 공부에 대해서도 48.2%가 필요를 느꼈다.

기독 청소년들은 신앙생활에서 담당 목회자나 교회학교 교사가 아닌 부모에게 가장 영향을 받는다고 응답했다. 어머니가 신앙생활에 가장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이 32.4%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목회자(16%), 아버지(15%) 순이었다. 교회학교 교사의 영향력은 6.2%로 낮게 나왔다.

 
 

교회에 출석하지 않은 가나안 청소년 중 부모도 가나안 성도라고 응답한 비율은 31.5%였다. 교회에 출석하는 청소년과 비교하면 10배 되는 수치다. 부모가 모두 교회에 출석한다는 응답은 9%, 부모가 모두 비기독교인인 경우는 31.5%였다.

교회를 떠난 이유를 물었더니, 가장 많은 청소년이 '교회에 가야겠다는 마음이 생기지 않아서'라고 응답했다(30%). 다음으로 '공부 때문에'가 26.5%, '개인적 이유'가 19%로 나왔다. '목회자나 교사에게 불만이 많아서', '교회 친구들에게 불만이 많아서'는 각각 4.5%로 낮은 응답률을 보였다.

그렇다고 이들이 교회에 잘 적응하지 못하거나 소극적으로 활동한 건 아니다. 가나안 청소년 중 84.5%가 교회를 떠나기 전 적극 활동에 참여했다고 응답했다. 이들 중 절반이 중학생 때 교회를 떠났다고 했다.

교회를 떠났지만 절반 가까이 신앙을 유지하고 있었다. 신앙이 약해졌다고 응답한 비율은 35.5%에 그쳤다. 신앙을 계속 유지하길 원하는지 묻자, 2/3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신앙을 유지하기 원하는 이유로는 '굳이 신앙을 벌릴 필요가 없어서', '마음의 평화를 얻고 싶어서', '기독교가 진리이고 하나님의 살아 계심을 믿으니까' 등의 대답이 나왔다. 거꾸로 버리기를 원하는 이유에는 '종교가 불필요해서', '기독교가 의미를 주지 못해서', '목회자, 다른 기독교인에게 실망이 커서' 등이 있었다.

정재영 교수 "가족 종교화 우려
확장성·환대 줄어들어"
신기원 목사, 소명 교육 강조
"가정에서 신앙 교육 이뤄져야"

정재영 교수는 이번 설문 결과, 기독 청소년들의 출석 여부가 부모의 신앙 상태와 교회 출석 여부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부모가 교회에 나가지 않거나 기독교인이 아닌 경우, 청소년들이 신앙적으로 취약할 수 있으니 지역 교회의 특별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한국교회가 '가족 종교'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정 교수는 "모태신앙을 포함해 초등학교 이전 교회에 출석하는 비율이 70%로 나왔다. 이는 중고등학생 때 교회에 출석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의미다. 특히 대부분 교회 출석 계기가 부모를 따라왔다는 것은 비기독교인 가정 청소년이 교회에 출석하는 사례가 매우 적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자칫 기독교가 가족 종교, 끼리끼리의 종교가 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정재영 교수는 "기독교가 끼리끼리 예배하면 확장성이 사라진다. 비기독교인 가정이 교회에 올 가능성이 줄어들고, 나와도 환대받지 못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 이번에 만난 한 청소년은 아파서 학교에 못 가면 부모가 혼내지 않는데, 예배에 빠지면 그렇게 혼낸다고 하더라. 성인이 되면 교회에 더 이상 안 가겠다고 한 친구도 있었다. 중고등학생 때까지 청소년을 붙잡을 수 있겠지만, 성인이 되면 그것마저 어렵다. 가족 종교의 한계다"고 했다.

십수 년간 기독 대안 학교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사역한 신기원 목사(밀알두레학교)는 '기독 청소년들의 삶과 신앙'을 주제로 발표했다. 신 목사는 신앙이 학생들의 진학과 직업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건, 이러한 주제의 설교나 성경 공부를 경험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교회학교가 인격과 가치관 형성뿐 아니라 학생들에게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문제와 신앙을 연결하는 소명 교육을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신 목사는 기독 청소년의 교회 이탈 이유 중 하나로, 부모들이 가정에서 신앙을 가르치지 않고 교회학교에 떠맡기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중고생들의 탈교회 시점을 보면, 초등에서 중등으로, 중등에서 고등으로, 고등에서 청년으로 가는 일명 '마디'에서 탈교회가 이뤄진다. 신앙이 마디에서 더 건강하게 성장해야 하는데 거꾸로다. 교회뿐 아니라 가정에서도 신앙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어른 예배 만족도가 높은 것을 참고해, 세대 간 통합 예배도 도전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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