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자라는 나무 - 집 없는 이들의 집이 되어 준 신부> / 피에르 세락 지음 / 조연희 옮김 / 가톨릭출판사 펴냄 / 140쪽 / 1만 2000원

[뉴스앤조이-강동석 기자] 인도의 가난한 자, 한센병 환자, 어린이를 위해 평생을 헌신한 피에르 세락(Pierre Ceyrac, 1914~2012) 신부가 90세 때 집필한 에세이집. 세락 신부의 회고와 사상이 적절하게 어우러진 짧은 글을 묶었다. 그는 22세 때 예수회 선교사로 인도에 파송돼 40세에 사제품을 받았으며 자선단체, 협동 농장, 병원, 고아원, 재활 센터 등을 일궜다. 1980년부터는 13년간 캄보디아와 태국 난민 캠프에서 봉사하기도 했다. 이후 인도로 돌아와 98세 일기로 생을 마칠 때까지 고아를 돌보는 일에 힘썼다. 세락 신부에게 보내는 프랑스 22대 자크 시락 대통령의 편지도 함께 실렸다. 중간중간 들어간 삽화와 사진이 짧은 글과 함께 마음을 건드린다.

"만약 누군가 여러 가지 이유로 자기 집에서 살 수 없게 되었다면, 그는 다른 곳에서 살 권리가 있다. 그리고 다른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그를 이웃으로 받아들일 의무가 있다. 제3천년기의 가장 중요한 투쟁은 인간의 자유와 존엄성을 위한 투쟁이 될 것이다. 우리 그리스도인에게 인간을 위한 투쟁은 곧 하느님을 위한 투쟁이다.

현 세계는 분열과 불평등의 구조 속에 몸살을 앓고 있다. 그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세게 인구의 20퍼센트는 거의 전부를 가지고 있고, 나머지 80퍼센트는 가진 게 거의 없는 괴물 같은 불평등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수백만 명의 우리 아이들을 죽이거나 죽게 내버려 두는 불평등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 (8장 '나눔이 없으면 모두 무너져 버릴 거야' 76~77쪽)

"나에게 가장 큰 슬픔으로 남아 있는 장례식은 캄보디아에서 있었던 장례식으로, 열 명의 젊은 캄보디아 여성의 합동 장례식이었다. 장례식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화장식에 더 가까웠다. 열 명의 캄보디아 여성은 집을 도망쳐 나와 국경을 건너자마자 지뢰를 밟고 말았다. 당시 나와 존 신부가 일하던 캠프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다. 우리가 그곳에 도착했을 때, 아홉 명은 이미 죽어 있었고, 남은 한 명은 살아 있었으나 총검으로 부상을 입은 것만큼이나 크게 다쳤다. 우리는 그녀를 국경에 있는 작은 보건소로 옮겼지만, 몇 시간 후 그녀마저 죽고 말았다. 그녀는 다섯 명의 자녀를 둔 엄마였다." (쉬어가는 글Ⅵ '세 가지 장례식', 1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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