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백석(예장백석·장종현 총회장)이 킹제임스성경 우월주의를 주장하는 사랑침례교회 정동수 목사를 이단으로 규정한 적 없다고 발표했다.

예장백석은 11월 29일, 장종현 총회장과 김진범 서기 명의로 정동수 목사에게 공문을 보냈다. "제42회 총회는 이단대책위원회의 귀하에 대한 이단성 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았으므로 이단으로 결정한 바 없다. 이단대책위원회가 10월 18일 보낸 답변서는 본 교단 공식 입장이 아닌 신중치 못한 결정으로 수정 지시했다. 본 총회 이단대책위원회의 신중치 못한 결정으로 귀하와 섬기시는 교회 성도들에게 심려를 끼치게 된 점 진심으로 유감의 뜻을 전한다"는 내용이다.

예장백석은 9월 2일부터 4일까지 강원도 평창에서 42회 총회를 개최했다. 이단대책위원회(이대위·김정만 위원장)는 한동대학교 교목 김대옥 목사와 사랑침례교회 정동수 목사를 이단으로 규정한다는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대위는 정동수 목사 설교를 분석한 결과 △믿음의 본질보다 킹제임스성경 숭배 △킹제임스성경 절대화·우상화 △한국교회 대부분이 사용하는 개역개정 모독 △기성 교회에 대한 대립각 세우기 등으로 한국교회 교인들을 미혹하고 있다며 그를 이단으로 지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평소대로라면 이대위 보고를 받은 총대들이 이를 받아들일지 말지 표결에 부친다. 그동안 예장백석 총대들은 이대위 보고를 별다른 이의 없이 통과시켜 왔다. 2018년 임보라 목사 이단 지정 때도 이대위 보고를 논의 없이 그대로 받았다.

하지만 42회 총회는 이대위뿐 아니라 다른 위원회 보고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41회기 총회에서 교단 내부 싸움에 직면한 예장백석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설립자 장종현 목사를 총회장으로 추대하면서 모든 헌의안을 장종현 총회장 체제에 위임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대위 보고서는 효력이 있었다. 이대위 김정만 위원장은 당시 김대옥 목사와 정동수 목사 이단 지정에 대해 취재한 <뉴스앤조이> 기자에게 "이대위 보고 시간은 따로 없었지만 총회에서 결의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예장백석은 총회장과 서기 명의로 "사랑침례교회 정동수 목사를 이단으로 결정한 바 없다"는 내용의 공문을 11월 29일 발송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예장백석 총회 공식 입장은 석 달 만에 바뀌었다. 정동수 목사가 이단 규정에 강하게 항의했고, 결국 예장백석이 이를 받아들인 모양새다. 정 목사와 이대위는 지난 9월 27일 이후 공식 문서를 몇 차례 주고받았다. 예장백석이 최종적으로 정 목사에게 보낸 공문에 언급된 '10월 18일 보낸 답변서'도 이에 해당한다.

이대위는 이 답변서에서 어떤 경위로 정동수 목사를 조사하게 됐는지 설명했다. 이대위는 정동수 목사가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김종준 총회장)에서 이단 조사 시 잘못된 점을 회개하고 수정하겠다고 했으나, 예장백석 이대위가 결론을 내릴 때까지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대위는 "3년 동안 정동수 씨가 약속을 따라 회개하지 않을 뿐 아니라 한국교회와 교단들을 기만하고 우롱하듯이 거짓으로 회개하고 수정했다는 행동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 그뿐 아니라 교단에 질의서를 보내는 것은 총회를 기만하는 행위라며, 모든 교단이 연대해 다뤄야 할 만큼 중대한 사안으로 인식한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답변을 받은 정동수 목사 측은 10월 24일 재차 "정동수 목사에 대한 귀 총회의 이단 결의에 대해 사과하고 즉각 취소하지 않을 시 정동수 목사와 사랑침례교회는 모든 법적 조치 및 기타 가능한 여러 방안(방송, 언론, 유튜브 등)을 강구할 것이며 이에 따른 정동수 목사 개인과 사랑침례교회 성도들의 정신적, 물질적 피해 등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귀 교단에 있음을 분명히 밝혀 두는 바이다"라는 내용이 담긴 항의서를 이대위에 보냈다.

정동수 목사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극우적 행보로 구독자 수십만을 보유한 사랑침례교회 유튜브 채널에 장종현 총회장 비리 의혹과 관련한 영상도 게시했다. 11월 26일경 유튜브 채널에는 '장로교 백석학원 산하(장종현 목사 교단 총회장) 백석대학교, 예술대학교 등 비리 혐의로 교육부 감사'라는 제목으로 영상이 올라갔다. 장종현 총회장이 총장으로 있는 백석대학교와 장 총회장 부인 윤 아무개 씨가 총장으로 있는 백석예술대학교가 교육부 감사를 받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영상 게시 후 3일 만에, 예장백석은 정동수 목사를 이단으로 지정한 적 없다는 공문을 사랑침례교회에 보냈다. 사랑침례교회는 이를 교회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장종현 총회장에 대한 유튜브 영상은 삭제됐다.

예장백석 측은 정동수 목사가 올린 영상 때문에 공문을 보낸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김종명 사무총장은 12월 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당시 이대위가 정동수 목사에게 이단성이 있다고 보고서를 작성한 것은 맞지만, 42회 총회에서 이를 채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단으로 규정된 것은 아니다. 이를 바로잡는 공문을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유튜브 영상에 대해서는 "우리 쪽에서 삭제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라고 했다.

총회 한 관계자도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동수 목사를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 봤더니 (이대위가) 소환하지도 않고 소명할 기회도 주지 않았다고 하더라. 좀 억울한 부분이 있었겠다 싶었다. 원래 우리가 막 이단 지정하고 그러는 교단이 아닌데 이번에 좀 과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대위 김정만 위원장은 이대위 보고서는 보고서대로 유효하고, 총회 결의는 하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보고서만 작성하고 총회 결의는 통과된 게 아닌데 기자들이 마음대로 총회에서 결의했다고 써서 일이 이렇게 됐다"고 말했다. 두 달 전 김대옥·정동수 목사 이단 지정 건으로 통화했을 때는 "통과된 거나 마찬가지"라고 답하지 않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아니다. 그런 적 없다"고만 답했다.

그는 "이제 이단 지정 같은 거 안 하려고 한다. <뉴스앤조이>도 자꾸 동성애 옹호해서, 이단 옹호 언론으로 지정할지 말지 연구하려고 했는데 그것도 안 하기로 했다"고 언급했다.

정동수 목사 이단 조사 보고서가 유효하다면 다음 총회에서 다룰 것인지 묻자, 총회 관계자들은 모두 말을 아꼈다.

사랑침례교회 정동수 목사는 영어판 킹제임스성경과 이를 번역한 흠정역에 오류가 가장 적다고 주장해 왔다. 사랑침례교회 동영상 갈무리

정동수 목사를 이단으로 결의한 게 아니라면, 당시 똑같은 상황에서 이단으로 규정된 김대옥 목사도 이단 규정된 것이 아니다. 김정만 위원장은 "김대옥 목사도 이대위에서는 이단이라고 보고서를 작성했지만 총회에서는 통과되지 않았으니 같다고 본다"고 했다. 김종명 사무총장은 "솔직히 나는 김대옥 목사가 누군지 잘 모른다. 같은 상황이면 똑같이 적용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김대옥 목사는 예장백석의 이 같은 행보에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예장백석에서 관련 내용으로 연락받은 바가 전혀 없다. 이단 규정할 때도 당사자에게 고지 없이 이단 만들더니, 문제 제기하는 사람만 이단 아니라고 확인해 준 것 아닌가. 과정이나 절차도 당혹스럽고 황당하지만, 강력하게 문제 제기하면 결정을 번복한다는 게 더 이해가 안 간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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