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난 영계가 좋지, 노계는 별로", "한번 풀어 본 선물이나 여러 번 풀어본 선물은 다를 수 있다", "자매들은 죽은 악어 가죽(가방)하고도 대화한다"고 발언해 논란을 빚은 총신대학교 부총장 김지찬 교수가 부적절한 대처로 빈축을 샀다.

전수조사 발표 후, 김 교수는 신학대학원 학생들에게 "내 발언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유발했는지 예/아니오로 적으라"는 내용으로 설문지를 돌렸다. 학부 수업에서는 기말 과제로 '수업 감상문'을 요구했다.

학생들은 반발했다. 문제 발언이 신대원이 아닌 학부에서 나왔는데 왜 신대원에 설문지를 돌렸는지 의도가 의심스럽고, 성적에 반영되는 기말고사 과제로 수업 감상문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논란이 일자, 주요 언론에서도 김지찬 교수를 비판했다. 총신대 성희롱·성폭력대책위원회(대책위)는 김지찬 교수에게 과제를 철회해 달라고 요구했다. 결국 감상문 작성은 없던 일이 됐다.

<뉴스앤조이>는 12월 2일 총신대에서 회의를 마치고 나오는 김지찬 교수를 만날 수 있었다. 김 교수를 따라가며 "왜 언론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서 수업 시간에는 설문지를 돌리는가", "설문지·감상문은 발언 정당성과 법적 대응 자료를 확보하려는 취지인가", "영계 발언, 페미니즘 발언, 성 인지 발언 등에 성희롱적 소지가 전혀 없다고 생각하는가", "학교가 징계 절차에 착수하면 조사에 응할 것인가" 등을 물었다. 그는 손으로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취할 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기자는 차량에 탑승하는 김지찬 교수에게 "부총장으로서 책임 있는 답변을 해야 하지 않느냐"고 재차 물었으나, 그는 "왜 이러는 거야"라고 말하며 황급히 운전석 문을 닫은 후 사이드미러도 펴지 않은 채 학교를 떠났다.

김지찬 교수는 거듭된 질문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손가락으로 입을 막으며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만 취했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반동성애 단체들, 연이어 성명
이재서 총장 사상 검증까지
이상원 교수 "나와는 관계 없다"

그런가 하면, 교계 보수·반동성애 단체에서는 전수조사 발언 공개 학생들과 학교 당국을 향해 '동성애 옹호' 프레임을 지속적으로 씌우고 있다. 자신은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반동성애 강의를 한 것뿐이라는 이상원 교수 주장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한국교회언론회는 11월 21일 "강의를 위한 과학적인 근거와 그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도 '성희롱'으로 몰아 스승의 교수권을 왜곡해서는 안 된다"는 논평을 냈다. 이상원 교수가 6대 소장을 지낸 성산생명윤리연구소도 26일 "학생의 입장을 벗어나 정당한 교수권에 대항하며, 학문적 표현을 왜곡하는 학생들의 잘못된 행태에 대해 엄중한 책임과 징계를 통해 교수들의 정당한 교권이 침해받지 않게 하라"는 성명을 냈다.

한술 더 떠, 이제는 이상원 교수를 성희롱자로 몰아 쫓아내려는 총신대 내 '친동성애 세력의 음모'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대표적 반동성애 단체 동성애·동성혼반대국민연합(동반연)과 동성애·동성혼합법화반대전국교수연합(동반교연)은 12월 2일 성명에서, 총신대 대책위가 친동성애 성향으로 구성돼 있다고 비판했다.

총신대 대책위는 논의의 공정성을 위해 외부위원으로 박찬성 변호사를 선임했다. 박 변호사는 서울대 인권센터, 포항공대 성폭력·성희롱상담실 자문위원, 고려대학교 인권센터 자문위원, 한국수력원자력 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원 등의 경력을 지닌 전문가다.

동반연과 동반교연은 "총신대가 동성애에 대한 어떤 입장 표명도 없이, 문제점을 지적하는 학생들을 대책위원회에 포함시키고, 평소 동성애를 강하게 옹호하고 있는 서울대 인권센터 출신 변호사를 대책위원에 임명했다"며 "이러한 대책위원회의 구성을 그대로 밀고 가면, 총신대를 사랑하는 대다수 국민들에 의한 강력한 저항을 맞이하게 될 것을 미리 경고한다"고 했다.

이재서 총장에 대한 사상 검증으로도 이어졌다. 이들은 "대책위원회 구성에는 반드시 이재서 총장의 의도가 담겨 있다고 보기에, 과연 이재서 총장은 동성애에 대한 어떠한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강한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겉으로는 동성애 반대를 말하지만 실상은 동성애 반대를 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내부 세력과 같은 마음임을 나타내고 있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이상원 교수는 취재에 응하지 않겠다고 했다. 총신대가 동성애 강의를 성희롱으로 몰아간다는 성명을 낸 성산생명윤리연구소나 동반연·동반교연 성명은 자신과 무관하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2일 총신대에서 만난 이상원 교수는 "이 문제에 대해서는 인터뷰하지 않겠다. 알아서 보도하시라"고만 말했다. 이 교수가 소장을 역임한 성산생명윤리연구소 성명에 대해 묻자, 그는 "나는 지금 소장이 아니다. 나와 무관하다"고 답했다. 동반연·동반교연 성명 발표도 자신과 관계없이 발표된 것이라고 했다.

총신대 학생들은 이상원 교수가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남성·여성 성기 구조를 설명하며 삽화까지 수록하는데, 자신이 강의 중 신체 구조에 관해 설명한 것이 왜 문제가 되느냐는 취지로 항변하고 있다고 전했다.

총신대 대책위, 강한 불쾌감 표출
"동성애 프레임으로 징계 막으려 하나
법과 판례를 가지고 판단할 뿐"

총신대 대책위 관계자는 당사자로 지목된 교수들이 부적절하게 대응하고 있다며 강한 불쾌감을 나타냈다. 그는 외부에서 이 문제를 동성애 프레임으로 몰아가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이런 프레임으로 결국 교수 징계를 막으려는 속셈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전수조사 발언 내용과 동성애는 상관없다. 법과 판례를 가지고 하는 것인데, 이재서 총장이나 외부위원을 거론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외부위원은 조사에만 참여할 뿐 의결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조만간 이 사건 관련 분야 최고 전문가 중 한 명을 외부위원으로 추가 위촉할 계획"이라고 이야기했다.

대책위는 11월 13일, 20일, 27일, 12월 2일 등 1주일에 한 번꼴로 회의를 열고, 재발 방지 및 징계 요구안을 논의하고 있다. △성폭력예방센터 설치 △전담 직원 채용 △피해 학생 보호 조치를 위한 교수 강의 중지 규정 개정 △교원 강의 평가 항목에 성희롱 관련 항목 추가 △승진 및 재임용 시 성폭력 예방 교육 이수 확인증 제출 △2차 피해 방지 규정 △성폭력 대응 매뉴얼 구축 등 다양한 해결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책위 관계자는 "이번 주에 발언 대상자로 지목된 교수들을 불러 조사를 할 계획이다. 일부 교수가 변호사를 대동하고 출석하려는 것으로 안다. 사안이 늘어지지 않게 조사 후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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