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news_top

교회 재정 감사, 이렇게 해야 사고 막을 수 있다

교회재정건강성운동, 이론·실습 워크숍 "하나님이 맡겨 주신 돈, 자긍심과 책임감 가져야"

최승현 기자   기사승인 2019.12.03  09:54:12

아래의 URL을 길게 누르면 복사하실수 있습니다.

ad42
교회재정건강성운동이 주최한 '재정 감사 워크숍'이 11월 30일 서울역 삼경교육센터에서 열렸다. 최호윤 회계사는 "감사에서 중요한 것은 교회가 세운 절차에 따라 재정이 집행되고 있는가"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1. A교회 재정부는 교회 비품용 컴퓨터를 한 대 구매했다. 증빙하기 위해 업체로부터 받은 견적서와 통장 이체 확인증을 첨부해 지출 결의서에 함께 첨부했다.

2. B교회는 1년간 수고한 교회학교 교사들에게 상품권을 선물로 줬다. 회계 담당자는 상품권 40만 원어치를 사고 영수증을 교회에 제출했다.

3. C교회에서는 여름 성경 학교 행사용 물품을 구매하기 위해 대형 마트에서 100만 원을 썼다. 포인트를 적립하겠냐는 말에, 담당 교사는 자기 휴대폰 번호를 입력했다.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위 사례는 언뜻 보면 지나치기 쉽지만, 모두 최호윤 회계사(교회재정건강성운동 실행위원장)가 실제로 감사하며 지적했던 내용들이다.

A교회는 견적서와 이체 확인증만 존재하는 게 문제다. 최호윤 회계사는 "반드시 세금계산서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견적서는 말 그대로 견적을 낸 문서일 뿐이고, 이체 확인증은 말 그대로 돈을 보냈을 뿐이지 컴퓨터 구입 대금이 맞는지 명확히 확인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신용카드 결제가 아닌 이상, 세금계산서를 작성하지 않으면 법인세 탈세 등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B교회 사례도 언뜻 보기에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최호윤 회계사는 "상품권을 구입한 것은 확인할 수 있지만, 누구에게 지급했는지는 불분명하다. 수령자 확인이나 최소한 누구에게 지급했다는 기록까지 정확히 남겨야 한다"고 말했다. 지급 기록이 없으면 상품권 행방을 파악하기 힘들어진다.

C교회 경우는 비교적 쉽다. 교회 재정을 사용하면서 현금 영수증이나 포인트 적립 등을 교회가 아닌 개인 명의로 공제·적립하는 것은 문제다.

교회재정건강성운동은 11월 30일 서울역 삼경교육센터에서 '교회 재정 감사 워크숍'을 열고, 재정 감사 이론과 교회 결산 보고서 및 지출 결의서를 토대로 문제를 실제로 살펴보며 실습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각 교회에서 재정 감사 업무를 맡고 있는 교인 20여 명이 모였다. 교회 재정은 어떻게 감사해야 하는지, 실제 재정 집행 과정에서 무심코 놓칠 수 있는 문제들은 무엇인지 고민했다.

재정 감사는 '청지기' 사명
"재정 절차 정확히 세우는 것 우선"
감사 선발은 '당회' 아닌 '공동의회'가
"독립성 보장하고, 교인에게 보고해야"

최호윤 회계사는 '청지기'임을 잊지 말자고 했다. 재정 감사자들이 하나님의 재정을 관리한다는 자긍심과 책임감을 지녀야 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이날 강의를 맡은 최호윤 회계사는 "한국교회가 비판받는 이유는, 결국 청지기인 우리가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결산 보고 며칠 앞두고, 두 시간 감사하고 나서 밥 먹고 끝내는 것은 청지기의 자세가 아니다"며 교회의 부실한 감사 실태를 지적했다.

감사는 교회 재정이 공동체 존재 목적에 따른 역할 감당에 쓰였는지, 약속된 절차에 따라 집행되었는지, 모든 활동이 누락 없이 보고되었는지, 정확히 기록되었는지 등을 살펴본다. 최호윤 회계사는 감사가 재정 관리자를 비난하고 흠집을 잡아내려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감사의 목적은 재정 담당자들이 일으킬 수 있는 부정이나 오류를 미리 방지하자는 것이다. 경찰이 전혀 단속하지 않는 구간에서는 교통법규 위반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그러나 경찰이 가끔 단속하는 구간이면, 사람들이 실제 단속 여부와 상관없이 법규를 준수한다. 누군가 감시하는 사람이 있다면, 의도적 부정을 막을 수 있고 오류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재정 감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회가 규정한 절차에 따라 돈이 집행되고 있는가'라고 이야기했다. 최 회계사는 교회가 정확한 감사 규정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감사는 교회 재정이 원칙과 어긋나게 집행되는지 보는 것이므로, 원칙이 없으면 감사할 수 없다. 지출 절차는 기본이고, 선교비·구제비·장학금·건축비 등 여러 지정 헌금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규정해야 한다. 누구에게 선교비를 집행할 것인지 규정이 없으면, 입김이 센 사람 마음대로 쓰게 된다"고 지적했다.

최호윤 회계사는, 가급적 회계가 시작하는 시기에 감사를 임명해 재정위원들과 함께 활동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감사 담당자 선임은 꼭 공동의회 등 교인 총회에서 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간혹 당회가 감사를 선임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감사 결과를 당회와 상의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교회 규모가 큰 경우 당회가 감사 후보를 추천할 수는 있다. 그러나 결정은 교인 총회가 해야 한다. 그래야 감사들이 당회가 아니라 교인들에게 내역을 보고하게 된다"고 조언했다.

최 회계사는 "지난 몇 년간 감사 결과가 어땠는지 살펴보고 올해 기록과 비교해 보기만 해도, 교회 재정 전반을 파악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된다. 문제가 있다면, 개선돼 왔는지를 살펴보며 감사 계획을 짜는 게 좋다"고 언급했다.

구제비 전달하고 영수증 어렵다면
지급 기록이라도 정확히 남겨야
"승인자·지출자·기록자 명확히 구분"

현실적으로 교회 모든 재정 내역을 전수조사하기는 힘들다. 최호윤 회계사는 "이럴 경우 표본조사를 통해 재정 집행 절차가 잘 작동하는지 살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고 말했다. 예산이나 전년 결산 대비 눈에 띄게 증감한 항목이 있는지, 계산은 정확하게 했는지, 증빙은 명확히 남아 있는지 등을 표본조사한 후, 문제가 있는 내역은 면밀히 조사하는 게 좋다고 했다.

특히 교회의 선교·구제 사업 특성상 증빙 처리가 어려운 경우 '내부 증빙'이라도 꼭 보완해야 한다고 했다. 최호윤 회계사는 "연말에 어르신들을 돕는다고 현금을 드리는 경우가 있다. 그분들에게 영수증 써 달라거나 주민 번호를 알려 달라고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럴 경우 교회 장부에 누구에게 얼마를 지급했다고 기록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무제한 비과세 통로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는 '목회 활동비'도 마찬가지다. 최호윤 회계사는 "목회 활동비도 영수증을 챙길 수 없는 경우가 분명히 있다. 심방비나 문병비 등을 지출하면서 영수증 달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교회 장부에 지출 내역을 기록하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것이 청지기의 자세이며, 하나님과 목사, 하나님과 교회의 올바른 관계다. 증빙이 없더라도 내부 기록을 꼭 남겨야 한다"고 충고했다.

최호윤 회계사는 참석자들에게 교회 정관, 회계 단위별 결산서, 통장 원장, 지출 결의서, 주요 계약서 등 준비 자료를 잘 모아 비교하라고도 했다. 이를 토대로 교회 재정이 어느 분야에 편중돼 있는지, 매년 추이는 어떤지도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승인·집행·기록 담당자가 분리되고 각각 기록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세 기능을 서로 구분하면 재정 문제가 상당 부분 해결된다. 만일 돈을 관리하는 사람이 지출도 하고 기록도 한다면, 나쁜 마음을 먹을 수 있다. 이월 금액만 맞추려다가 재정 사고 나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말했다.

최호윤 회계사는 주기적으로 장부와 통장을 대조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목회 활동비 등 증빙이 어려운 재정 집행은 교회 장부에 지급 기록을 꼭 남기는 것이 올바른 자세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강의가 끝난 뒤, 참가자들은 최호윤 회계사가 샘플로 나눠 준 교회 예결산 자료를 직접 분석하며 실습했다. 약 50분간 자료를 검토한 이들은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다. 한 참석자는 "이 교회는 11월 예산 대비 이미 초과 집행된 내역이 있다. 왜 예산을 벌써 초과했는지 살펴야 한다"고 했다. 다른 참석자는 "재정의 62% 정도가 목회비와 관리비로 쓰이고 있다. 이 교회의 목회 방침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두 부분에 너무 재정이 쏠렸다는 것은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들은 재정 감사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도 토로했다. 한 참석자는 "교회에서는 실천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감사 내용을 지적하면 재정 담당자들은 '작은 부분을 지적하지 말고 교회 전체의 재정 투명성 등 큰 부분이나 얘기하라'고 반발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다른 참석자는 "제직회 등 감사 결과 발표 날짜를 정해 놓고 맞춰서 감사한다. 감사할 물량에 비해 시간이 부족하니까 다른 건 보지 못하고 숫자만 맞는지 보게 된다. 피감 부서는 너무 오래 감사받는 게 싫다고 한다. 마음 같아서는 일주일이고 열흘이고 하고 싶은데 빨리 끝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했다.

한 참석자는 이날 워크숍이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우리 교회는 재정부 내 증빙 점검 담당자가 따로 있다. 그러다 보니 재정 감사인들은 증빙 내역을 잘 보지 않았다. 오늘 설명을 듣고 보니 증빙 내역도 자세히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참석자들 질문과 소감을 들은 최호윤 회계사는 "하나님의 돈을 대신 맡아 사용한다는 자긍심과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재정을 감사하며 하나님께 사용받았음을 감사感謝할 부분도 찾아 달라"고 제언했다.

아래는 최호윤 회계사가 소개한 주요 감사 지적 사항이다. 최호윤 회계사는 각 교회가 재정 집행과 감사에 이런 부분을 잘 참고하면 좋다고 말했다.

△통장 잔고와 장부의 주기적인 대조 절차가 없는 경우
△상품권 등을 수입에서 누락한 경우
△목회 활동비 사용 용도를 기록하지 않은 경우
△교회 물품 구입 시 개인 명의 포인트를 적립한 경우
△내부 영수증 작성 오류(지급 사실관계 설명이 없거나 자금 수령·전달자 확인이 없는 경우)
△견적서, 거래 명세표만 첨부한 경우
△송금 영수증만 첨부한 경우
△선물 용도로 쌀·상품권 등을 구입하고 영수증만 첨부한 경우(누구에게 지급했는지 기록이 없는 경우)

ad47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동영상 기사

default_news_bottom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