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후 보도] 서울실용음악고, 교비 횡령·사기 등 '무혐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8월 말, 횡령 등 의혹이 제기됐던 서울실용음악고등학교 관계자들에 대해서 무혐의 처분을 했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아이들아, 제일 중요한 건 인성이더라.' 학교 앞에 크게 붙어 있는 현수막 문구입니다. 이 학교에 처음 입학한 날부터 그러셨죠. 제일 중요한 건 실력이 아닌 '인성'이라고. 지금 저희는 당신들께 되묻고 싶습니다. 교장·교감 선생님,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당신들을 우러러봤던 학생들에게 부끄럽지 않으십니까?"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서울 중구 서울실용음악고등학교(장학일 교장) 1층 복도에 학생들이 쓴 대자보 두 장이 게시됐다. 교장 일가의 비위 의혹을 해명해 달라고 요구하는 내용이다. 올해 8월 말, 학교 설립자인 장학일 교장과 그의 아들 장 아무개 교감의 횡령·배임 의혹이 언론을 통해 드러나면서, 학교는 발칵 뒤집혔다.

서울실용음악고는 교장 장학일 목사가 담임하는 기독교대한감리회 예수마을교회가 2006년 설립한 대안 학교다. 2012년 교육부 인가를 받았고, 지코·유승우 등 유명 가수를 배출해 실용음악 분야로 진로를 꿈꾸는 학생들이 선망하는 곳이다. 연간 교육비가 1000만 원 안팎인데도 지원율이 높다.

전체 수업 20% 차지하는 전공실습
교장 일가 운영하는 사설 학원에서
임직원들은 교장 가족들
방과 후 수업, 교재 판매도 담당

서울실용음악고등학교 교장 일가가 배임·횡령 의혹을 받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서울실용음악고는 '전공실습'이라는 필수과목 수업을 인근 사설 학원에서 진행했다. 학교가 교육부에 제출한 교과과정 단위 배당표에 따르면, 전공실습 과목이 전체 수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다. 매주 6~8시간이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도보로 3분 떨어진 '뮤직서울'이라는 사설 학원에서 전공 실습 수업을 받았다. 매년 1000만 원 안팎의 수업비를 냈지만, 전공실습 수업을 위한 추가 수강료를 매년 약 100만 원씩 학원에 따로 지불했다. 뮤직서울이 2012년부터 지금까지 수강료로 벌어들인 누적 수익은 약 10억 원이다.

돈은 많이 받았지만 수업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전공실습은 이름 그대로 학생들이 노래를 부르거나 악기를 연주하는 등 전공 관련 실기를 연마하는 수업이다. 하지만 수업을 봐주는 교사 없이 학생들은 학원 연습실에서 개인적으로 연습했다. 전공실습은 Pass/Fail 과목이어서, 성실하게 연습하지 않아도 학원만 다니면 누구나 과목을 이수할 수 있었다.

뮤직서울은 학교로부터 전공실습 외 여러 특혜도 누려 왔다. 한 과목 수업료가 수십만 원에 달하는 '방과 후 수업'을 공개 입찰 없이 위탁·운영했다. 학교 학생증과 교재, 단체복 등도 판매해 수익을 거두었다. 학생들이 낸 앨범 음원 수입도 뮤직서울이 챙겼다.

뮤직서울이 이러한 특혜를 누릴 수 있었던 이유는 내부 구성원을 보면 알 수 있다. 뮤직서울 등기에는 설립 당시 대표이사가 정 아무개 씨로 나온다. 정 씨는 장학일 교장 동생의 아내다. 대표는 2015년 장 교장 며느리로, 2016년 장 교장 사돈으로 두 차례 바뀌었다. 장학일 교장 일가족이 운영하는 사업체였던 것이다. 장 아무개 교감도 2년간 이곳에서 사내이사로 재직하면서 임금을 받았다.

장 교감, 법인 카드 무단 사용
교비로 교회 시설비·세금,
봉사자 인건비 지출

서울실용음악고가 학생들을 위해 사용해야 할 교비가 엉뚱한 곳에 쓰였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장 교감은 규정상 자신에게 책정된 업무 추진비가 없는데도, 교장의 학교 법인 카드를 사용하고 다녔다. 선술집, 호텔, 바, 키즈 카페 등 학교 업무와 관련 없어 보이는 곳에서 결제한 내역이 수두룩했다. 2014년부터 5년간 장 교감이 법인 카드로 사용한 금액은 약 4500만 원이다.

교비가 예수마을교회 운영 자금으로 쓰이기도 했다. 예수마을교회는 2014년 예배당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했다. 두 업체가 각각 음향과 조명 공사를 진행했는데, 학교가 일부 자금을 댔다. 2014년부터 2015년까지 두 업체에 들어간 교비가 약 1억 2000만 원이다.

예수마을교회는 졸업생들을 예배 찬양 인도자로 세웠는데, 학교가 이들의 임금까지 책임졌다. 2011년부터 올해까지 이들에게 '강사비' 명목으로 약 3000만 원을 지급했다. 학교 옥상에 설치된 불법 컨테이너에 부과된 건축 이행 강제금 약 1억 원도 건물주인 교회가 아니라 학교가 부담했다.

서울실용음악고는 교내에 있어야 할 시설을 예수마을교회 산하기관으로 대체하고 사용료를 지급하기도 했다. 예수마을교회는 지역사회 취약 계층을 돕기 위해 무료로 한방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해피사랑방과 어르신들에게 무료 식사를 지원하는 중구재가노인복지센터를 운영했다. 서울실용음악고는 두 기관을 양호실과 식당으로 대용하고, 수억 원을 사용료로 지급했다. 나중에 학부모와 학생들 민원이 쌓이자, 학교는 양호실을 새로 만들고 출장 뷔페를 도입했다.

교직원, 교장·교감 고발
교육부, 9월 말 종합 감사
장 교장 "미숙한 행정 처리로
발생한 의혹, 재판에서 밝혀질 것"

교직원과 학생, 학부모들은 교장·교감 부자에게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서울실용음악고와 뮤직서울 일부 직원은 8월 말, 장 교장·교감 부자를 배임·횡령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들은 장학일 교장이 자신의 가족들이 운영하는 개인 사업체로 교비를 조직적으로 빼돌렸다고 주장했다. 단위 배당표에 있는 '전공실습' 수업은 학교 수업비에 포함되어 있는데, 학생들에게 수업료를 이중으로 부과하고, 방과 후 수업 진행과 학교 물품 판매 등을 맡겨 뮤직서울이 부당이득을 취하게 했다는 것이다.

장학일 교장이 교비를 예수마을교회 시설비와 산하 시설 기관으로 흘러가게 한 것도 배임·횡령이라고 주장했다.

장 교감도 법인 카드를 개인 용도로 사용하고 증빙서류 없이 집행을 지시했다는 이유로 고발당했다. 직원들은 장 교감이 감사를 앞두고는 약 1600건의 사용 내역에 대한 사문서 위조를 명령했다고도 주장했다.

교직원 18명은 8월 30일 공식 입장문을 발표해 "교장과 교감이 교직원들에게 서류를 꾸미고 은폐하려고 지시했던 일이 있었기에 이 사실을 밝힌다. 교직원들의 양심을 가지고 그 일에 대해 침묵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이들은 "교사들은 학생들의 교육과 수업 내용에 대해 준비할 뿐 어떠한 금전적인 내용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다. 학교 자금이 교회로 흘러간다는 것에 대해 아픈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본교 교장과 교감 선생님이 학교 예산 외의 금액을 사용한 부분에 대해 또한 여러 의혹에 대해 엄정한 경찰 조사를 통해 빠른 시일 안에 명확하게 밝혀지기를 누구보다 기대한다"고 했다.

교장 일가를 둘러싼 배임·횡령 의혹이 제기되자, 서울시교육청은 9월 23일부터 27일까지 학교를 상대로 종합 감사를 진행했다.

장 교장 일가, 의혹 부인
"잘못된 보도 내용,
일부 교직원이 곡해"

장학일 교장은 의혹을 모두 부인하고 있다. 그는 9월 27일 학교 홈페이지에 올린 입장문에서 "학교를 설립한 이후 지금까지 정직하고 투명한 운영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해 오고 있다. 개인의 사사로운 이익을 취할 생각은 추호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고 전했다.

그는 "언론의 잘못된 보도 내용과 진위 여부는 감사와 경찰에서 명백히 가려질 것이므로, 정확한 사실이 나올 때까지 조금만 기다려 주기 바란다"며 "몇몇 교직원이 각종 자료를 외부로 유출하고 문제를 곡해·확대·확산하는 것을 보면서 이것이 단순한 사건이 아님을 직감하고 있다. 꿈과 비전을 품고 학업에 매진하는 학생을 상실의 늪으로 몰아넣는 배신행위와 다름 아니다. 그리고 그 저의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고 했다.

교장은 9월 28일 종합 감사가 끝난 뒤 추가로 올린 입장문을 올렸다. 그는 "이번 교육청 종합 감사 시 감사관들의 공통된 의견은 대안 학교로서 인사·노무 등의 미숙한 행정적 처리로 인하여 여러 가지 의혹들이 발생한 만큼 이를 시정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일이라 지적했다"며 "모든 의혹과 진실은 감사 결과와 또한 앞으로 진행될 재판을 통해 명확히 밝혀질 것이다"고 했다.

<뉴스앤조이>는 구체적인 답변을 얻기 위해 장학일 교장과 장 교감에게 여러 차례 취재를 요청했지만, 이들은 응답하지 않았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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