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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 곤란한 목회자에 대한 대책 공론화해야

5만 소형 교회 목회자들 사실상 빈곤층…부교역자, 여성 목회자 사례비는 극빈자 수준

정재영   기사승인 2019.11.29  18: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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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 환경의 변화

전래 초기 우리 사회에서 개신교는 새로운 종교이자 새로운 문물의 전달자였다. 구질서를 혁파하고 새로운 나라의 기틀을 세우는 데 중요한 자원이었다. 교회는 나라의 독립을 위해 앞장섰고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를 다시 세우는 데에도 크게 역할을 했다. 당시 교회에 다닌다는 것은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의미였다. 목회자는 존경받는 어른이었다. 교회에서 가장 학식이 높으며 성경 지식이 뛰어난 사람이었고, 마을에서도 대소사에 빠지지 않는 유지와 같은 역할을 맡았다. 이러한 환경에서 교회는 날로 부흥 성장했다.

오늘날 교회의 처지는 사뭇 다르다. 이전처럼 십자가를 세우기만 하면 사람들이 몰려드는 상황은 연출되지 않는다. 교회를 세워도 3년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하고 1년에 문 닫는 교회는 수천 개에 이른다고 한다. 그래서 전국에 있는 교회 수를 정확하게 파악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교회들은 서로 경쟁하는 상황으로 내몰렸고, 다른 교회가 어찌 됐든 우리 교회가 부흥하는 것이 최우선 가치가 되었다. 어떠한 중앙집권적 권력에도 의지하지 않고 각 교회가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권한을 가진다는 종교개혁 전통은 개교회 이기주의로 변질되었다.

교회에 다닌다는 것은 더 이상 신뢰의 기준이 되지 못할뿐더러 교회 성장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교회 성장의 정체로 목회자의 생활환경도 여의치 못하다. 한국교회 다수를 차지하는 소형 교회 목회자들은 부족한 재정 때문에 정상적으로 가정을 꾸릴 정도의 사례비도 받지 못하는 형편이다. 게다가 많은 교회에서 목회자는 영적 지도자 이미지에 걸맞게 청렴한 생활을 해야 한다는 미명하에 최소한의 생계조차 유지하기 어려운 박봉의 사례비를 주는 것이 현실이다. 이렇게 어려운 경제 사정으로 노후를 대비하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한다.

교회 부흥기에는 많은 개신교인이 신학교에 진학해 목회자가 되기를 꿈꾸었고 민족 복음화를 위해 헌신했지만, 이제는 신학교마다 정원 미달을 걱정할 만큼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목회자 경제 현실이 개선될 가능성이 더 줄고 있는데도 교단이나 교회 연합 기관은 방조하다시피 하고 있는 상황이다. 목회자의 경제문제는 매우 복합적이기 때문에 개인의 노력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따라서 목회자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교계 전체에 공론화해 한국교회 공동의 책임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목회자의 경제 현실

2017년 실시한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 조사 결과를 보면, 목회자 월 소득은 평균 176만 원으로 나타나 연봉 기준으로 대기업 정규직 소득 평균인 6521만 원의 32.4%, 중소기업 정규직 3493만 원의 60.5% 수준으로 조사되었다. 국내 전체 임금 근로자 45.2%가 월 급여 200만 원 미만이라는 사실과 비교하면 목회자 소득은 전체 임금 근로자 수준만도 못한 것이다. 이 조사에서는 가족에게서 받는 소득을 포함한 기타소득에 대해서도 물어보았는데, 기타소득은 월평균 108만 원으로 월 소득과 합하면 284만 원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중소 도시에 있는 교회들과 교회 규모가 작은 경우 평균 소득이 더 적게 나타나 많은 목회자가 실제로는 생계를 유지하기조차 어려운 형편임을 보여 준다. 지역으로는 인천·경기 지역 목회자 월 소득이 평균 135만 원으로 나타나 평균을 훨씬 밑돌았으며, 중소 도시 목회자 역시 157만 원으로 다른 지역보다 훨씬 적었다. 실제로 필자가 직접 입수한 한 주요 교단 지방 대도시에 속한 한 지방회 28개 교회 담임 목회자의 월 소득은 사례비를 받지 못하는 교회 4개를 포함해 평균 155만 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같은 시의 다른 지방회는 사례비를 받지 못하는 교회 3개를 포함해 평균 130만 원이 채 안 되었다.

소형 교회는 더욱 열악하다. 한목협 조사에서 교인 수 50~100명 교회 목회자의 월 소득은 185만 원, 50명 미만인 초소형 교회의 경우에는 124만 원으로 나타났다. 교인 수 300명 이상 교회 목회자 월 소득 315만 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으며, 극빈층 수준이었다. 올해 4인 가구 기준으로 기초 생활 보장 수급비를 받는 월 소득이 138.4만 원이라는 점을 보면, 실제로 상당수의 소형 교회 목회자가 수급 대상자 수준인 극빈층에 해당한다. 필자가 책임을 맡고 있는 21세기교회연구소와 한국교회탐구센터가 공동으로 조사한 소형 교회 목회자에 대한 조사 결과에서는, 전체 응답자 중 21.4%의 목회자가 사례비를 받지 않고 있으며, 8.3%는 부정기적으로 받고 70.4%만 정기적으로 받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조사 결과로 볼 때, 연봉이 1억 원이 넘는 고액 사례비를 받는 목회자들은 최소한 교인 수 2000명이 넘는 (초)대형 교회에 국한되며,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소형 교회 목회자들은 일반 임금 근로자 수준 이하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전체 한국교회의 교인 수 규모별 비율을 정확하게 알 수는 없으나 교계에서는 대개 교인 수가 1000명이 넘는 대형 교회가 전체 7만여 개 교회 중 5% 미만인 것으로 보고 100명 미만의 소형 교회가 70% 정도 차지하리라고 추정한다. 그렇다면 대략 5만 개에 이르는 소형 교회 목회자들은 당장 생계를 걱정할 정도로 어려운 형편에 처해 있어 사실상 빈곤층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헌신 페이에 시달리는 부교역자들

부목사들의 경우, 대개 담임목사 소득의 절반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부교역자들 대부분 역시 빈곤층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이 2015년 실시한 부교역자 조사 자료에 따르면, 사례비는 담임목사 월평균 사례비는 395만 원이었는데 전임 부목사는 204만 원, 전임 전도사는 148만 원이었다. 부교역자 사례비는 교회 규모에 따라 차이가 컸다. 교회 규모에 따라서 사례비가 차이 나기도 하지만, 교회 규모가 클수록 부목사나 전임 사역자를 많이 두고 있기 때문에 이 비율 차이로 더 크게 나타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나마 여성 목회자는 남성 목회자보다 훨씬 더 적은 급여를 받고 있다. 남성 목회자 월 소득이 181만 원이었지만, 여성 목회자 월 소득은 103만 원에 불과했다. 이 조사는 담임 목회자를 대상으로 진행해 여성 목회자 사례 수가 매우 적긴 하지만, 그 격차가 거의 두 배에 이를 정도로 매우 크다. 한국 교계에서 여성 목회자가 청빙을 받아 부임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 개척을 해서 담임 목회를 하기 때문에 대체로 교회 규모가 작은 데서 비롯한 이유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부교역자 자료에 따르면, 부교역자의 경우에도 남성의 월 소득이 163만 원인데, 여성 부교역자 평균 사례비는 104만 원으로 남성 부교역자의 2/3에도 미치지 못했다. 대부분의 교회에서 여성 목회자보다는 남성 목회자를 선호하기 때문인 것으로 여겨진다. 시민단체 간사 급여도 최소한 150만 원이 넘는 것과 비교해 보면, 여성 목회자들은 사실상 극빈자 수준으로 급여를 받고 있고 그 자괴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일 것이다.

기윤실의 부교역자 조사 자료를 보면 한국교회 부교역자들 사역 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 가늠해 볼 수 있다. 전임 목사 절반 정도인 54.8%만 사택 제공을 받고 있고, 전월세 비용을 일부 지원받는 경우가 20%였다. 17.1%는 아무 혜택이 없다고 응답했다. 그나마 전임 전도사는 절반에 가까운 43.6%가 주거 관련 혜택이 전혀 없다고 답했다. 주거 외에 교통비나 통신비 등을 제공받는다고 20% 안팎으로 응답했으나, 전혀 없다고 한 경우도 43.9%가 되어 생활비나 사역비 지원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또한 부교역자의 최소한의 근무 여건을 보장하는 4대 보험에 모두 가입한 비율은 3.2%에 불과했고, 국민연금 비용 지원은 2.8%, 소속 교단의 목회자 연금 비용 지원은 13.9%였다. 그리고 4대 보험 중 어느 것도 제공받지 못하는 비율이 73.6%로 전체의 3/4에 해당했다. 일일 평균 근무 시간은 10.8시간이었는데, 전임 목사는 11.6시간, 전임 전도사는 11시간으로 조사되었다. 12~16시간이라는 응답도 16.8% 나와, 일반 근로자 수준 이상으로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열악한 근무 여건에다가 대부분 산재보험에도 가입되어 있지 않아 사고가 나거나 급작스럽게 사망한 경우에도 보험 제도를 통해 보상받을 방법이 없다. 대부분의 담임 목회자도 마찬가지다. 교역자들이 최소한의 안전망 없이 사역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사역 관련 계약서를 작성하는 경우도 거의 없기 때문에, 부교역자들은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불안한 심정으로 사역지로 내몰리고 있다. 그래서 사회에서 '열정 페이'가 문제가 되듯이 교계에서는 '헌신 페이'가 이슈가 되고 있다. 교회 내 모든 일을 헌신과 봉사의 마음으로 하라고 사실상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교역자들의 근무 여건에 대해서도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런 상황에서도 교계는 목회자들의 경제적 형편을 개선하는 일에 손을 놓고 있다. 교회마다 교인 수가 줄고 헌금도 줄어드는 상황에서 교회도 교단도 어찌할 바 모르고 있다. 어떤 이는 지금은 신학교 지원자도 줄고 있고 앞으로 목회자 배출이 줄 것이니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 통계에서는 여전히 교회 수 증가보다 목회자 수 증가가 앞서고 있어 최소한 한 세대 정도는 이러한 상황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게다가 시장 상황에 맡겨서 저절로 수급이 맞춰지도록 방치하는 것은 공동체 정신에도 크게 어긋난다.

한국교회에서는 목회자들에게 영성이 중요한 덕목이라는 점이 강조되어, 스스로 가족을 부양하기 어렵거나 생계를 유지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에서도 목회자가 자신의 경제문제를 언급하는 일은 매우 적절치 않게 여겨진다. 목회자라도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준의 경제적 여건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것은 소수 목회자에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한국교회 안에 절반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는 다수 목회자가 처한 현실이다.

이 문제는 개인 능력으로 해결될 수준이 아니라 한국교회의 구조적 문제이므로 모든 교회와 그리스도인이 협력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각 교단이 앞장서 대책 마련에 힘써야 한다. 일부 교단이 마련하고 있는 기본 생활 보장 제도를 전 교단에서 시행해야 하며, 제도만 갖추었을 뿐 시행하지 못하는 교단도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목회자 사례비를 표준화 또는 평준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겠지만, 그 전에 각 교회가 의무 헌금을 내는 방식을 통해서라도 벼랑으로 내몰리는 목회자의 경제 현실에 대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목회자 경제문제에 대한 또 하나의 접근 방법은 공적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다. 교단 차원에서 재정을 확보하는 일도 만만치 않거니와 교단 재정을 다양한 교회 사역을 위해 사용해야 하는데, 그중 상당 분량을 목회자 생계를 위해 쓴다고 하면 그만큼 교회 사역이 약화될 수밖에 없는 현실적 문제가 발생한다. 사실상 많은 목회자가 빈곤층에 해당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정부에서 저소득층 국민들을 위해 시행하는 국민 기초 생활 보장 제도를 활용하는 게 좋은 방법일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종교인 세금 납부도 전향적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다. 공적 제도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소득 신고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목회자의 경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교회에 대한 인식이 확립되어야 한다. 개교회도 공동체이지만, 전체 한국교회가 하나의 공교회로서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이제 한국교회는 목회자의 경제적 형편을 시급히 해결할 과제로 여기고 해결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우리 사회 양극화와 빈곤 문제를 위해 노력하듯이 한국교회 양극화와 목회자 빈곤 문제를 위해서도 모든 교회가 협력해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

정재영 / 사회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종교사회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21세기교회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강요된 청빈>·<교회 안 나가는 그리스도인>·<함께 살아나는 마을과 교회>·<한국교회의 미래 10년>·<소그룹의 사회학> 등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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