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지지자가 영상을 찍는 조미선 집사에게 손가락질하며 달려들고 있다. 사진 제공 조미선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청와대 앞 분수대광장이 비방·욕설·폭행이 난무하는 '폭력의 장'으로 변질되고 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와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를 따르는 일부 극우 세력은, 자신과 생각이 다른 이들을 비난하는 것도 모자라 다른 사람을 위협하고 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며 수년간 봉사 활동을 해 온 조미선 집사는 8월 2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 퇴진 시위를 벌이는 한기총 집회 참가자들에게 폭행을 당했다. 주변에 있던 사복 경찰들은 극성스러운 일부 집회 참가자를 제지하지 못했다.

조 집사는 11월 27일에도 봉변을 당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농성을 시작한 후로 분수대광장은 더 어수선해진 상황이었다. 한기총 집회 참가자들에 더해 자유한국당 지지자들까지 몰려들었다. 이날도 교인 수십 명이 농성장 부근에서 찬송가를 부르며 황 대표를 응원했다.

이날 분수대 광장 또 다른 곳에서는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학생들이 황교안 대표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쿠데타 음모 의혹을 받는 황 대표의 구속을 촉구하면서 '맞장 농성'을 선포했다. 조 집사는 학생들이 진행하는 기자회견을 휴대폰으로 촬영했다. 한 발짝 떨어져 기자회견을 지켜보던 중장년 남성들이 학생들에게 욕하기 시작했다.

"시끄러워, XXX아", "미친놈들아", "조국의 기생충들아". 조 집사는 육두문자를 날리는 이들을 영상으로 찍었다. 그러자 그들은 "왜 찍냐"면서 조 집사에게 달려들었다. 주위에 있던 경찰이 제지했지만 동시에 덤비는 이들을 막지 못했다. 가격을 당한 조 집사가 핸드폰을 바닥에 떨어뜨리자, 또 다른 누군가 다가와 조 집사의 멱살을 잡아챘다.

조미선 집사는 2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순식간에 달려들어 내 목을 조였다. 잡고 뒤흔들어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졌다. 머리를 그대로 땅바닥에 처박았다"고 말했다. 충격을 받은 조 집사는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고 했다.

조 집사는 세월호를 의미하는 노란 점퍼를 입어서 표적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나 말고도 주위에 영상을 찍는 사람들이 있었는데도 나만 공격했다. 내가 세월호 유가족이 착용한 것과 비슷한 노란색 점퍼를 입어서 아마 나를 해코지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미선 집사는 8월 2일에도 봉변을 당했다. 한기총 집회 참가자들이 조 집사에게 거칠게 항의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마침 청와대 분수대광장 앞에서 시위하고 있던 최헌국 목사가 폭행 장면을 목격했다. 최 목사는 곧장 달려가 제지했다. 폭행에 가담한 이들을 현행범으로 체포해 달라고 경찰에 요청했다. 최 목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조 집사님이 멱살을 잡히는 걸 보자마자 달려갔다. 경찰들에게 저들을 안 잡으면 폭행과 관련한 책임을 묻겠다고 항의했다"고 말했다.

최헌국 목사는 조미선 집사와 병원에 다녀온 후 종로경찰서로 같이 가서 조사를 받았다. 최 목사는 "조 집사에게 최소 2~3명이 접근해 폭력을 행사했는데 붙잡힌 가해자는 1명뿐이었다. 경찰이 의지를 가지고 수사해야 한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조미선 씨의 머플러를 잡아당긴 사람은 한기총 소속은 아니고, 황교안 대표 지지자였다"고 이야기했다. 조미선 집사는 "보통 시위하는 사람들은 서로에게 물리적으로 접근하지 않는데, 전광훈 집회 참가자나 황교안 지지자들은 (폭력 행사를) 전혀 개의치 않아 한다. 법에 따라 처벌받게 하겠다"고 말했다.

촛불 혁명으로 정권이 바뀌었지만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은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 대중의 관심도 멀어지는 상황이다. 최헌국 목사는 "세월호 가족과 지지자들이 봉변을 당하는 게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심지어 시위하는 유가족들 근처에서 희생된 아이들을 조롱하는 1인 시위자도 있다. 세월호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관심을 거두지 말고, 지금도 아파하는 세월호 가족과 함께해 달라"고 요청했다.

청와대 앞 분수대광장에서는 세월호 희생자를 비하하는 1인 시위도 열리고 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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