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강동석 기자] "주님께서 우리를 용서하실까요?" 영화 '퍼스트 리폼드 First Reformed'(2017)가 던지는 묵직한 질문이다. 관광지로 전락해 버린 퍼스트리폼드교회의 250주년 행사를 앞둔 톨러 목사(에단 호크 분)가 내건 문구다. '기후변화'라는 전 지구적 절망 앞에 인류가 감당해야 할 책임을 강조한다.

기후변화는 2019년 세계적 이슈로 부상했다. 16세 스웨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주도한 '기후 파업'이 큰 흐름을 만들었다. 올해 9월 20일~27일 '국제 기후 파업' 주간에는 150여 국가에서 400만 명 넘게 집회에 동참했다. 옥스퍼드영어사전은 'climate emergency(기후 비상사태)'를, 영국 콜린스사전은 'climate strike(기후 파업)'를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다. 콜린스사전은 이 단어가 지난해보다 100배 많이 사용됐다고 적시했다.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IPCC)가 2018년 이례적으로 제출한 '지구온난화 1.5℃에 대한 특별 보고서'에 나타난 암울한 미래는 기후변화 문제에 주목하게 만든 기폭제였다. 걷잡을 수 없는 기후변화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리라는 전망을 제시했다. 호주 국립기후보건센터 연구팀이 내놓은 보고서도 충격적이다. 2050년 육지의 1/3이 생존 한계 상황에 다다르고, 생활 터전을 잃은 기후 난민이 10억 명 이상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파란 하늘 빨간 지구>(동아시아) 저자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 원장은 기후변화에 대응할 시점이 10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2020년대가 지구에서의 생존을 결정짓는 마지막 시간이다. 시스템 자체를 바꿔야 한다. 화석연료 의존을 포기하고, 전 세계가 전시체제에 준하는 대전환을 이뤄야 희망이 있다. 기후변화는 대기오염, 폭염이나 홍수, 기상재해를 넘어선다. 경제적·정치적 문제, 국제적 분쟁으로 확산할 수 있다.

이런 경고는 최근까지도 이어졌다. 11월 23~24일 일본에서 열린 21차 한·중·일 환경장관 회의에서는, 미세먼지 개선을 비롯해 8개 우선 협력 분야를 선정해 '공동 합의문'을 채택했다. 2020~2024년 어떻게 공동으로 행동할지도 계획했다. 미세먼지 대응에 한목소리를 냈지만, 쉽지 않다. 문제에 대한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조천호 전 원장은 <프레시안>과 인터뷰하면서 "미세먼지가 뒷골목 폭력배의 위험 수준이라면, 기후변화는 핵폭탄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변화는 미적지근할지 모르지만, 그나마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상황이다. 교계에도 환경운동을 펼치는 단체가 존재한다. 세계교회협의회·가톨릭교회도 관심을 기울여 왔고, 기독교환경운동연대(기환연)와 환경문제 대처에 앞장서는 녹색 교회들이 있다. 기환연을 중심으로 몽골 사막화를 방지하기 위해 나무를 심는 '은총의 숲' 사업이 시작된 지도 10년이 됐다. 아르갈란트에 약 3만 그루의 나무가 자라고 있다고 한다.

다음 세대를 살려야 한다는 슬로건을 내세우는 교회가 적지 않다. 기후변화·환경문제야말로 다음 세대를 위한 투자일 뿐 아니라, 지금 노력을 쏟아야 하는 당면 과제다. 세계 흐름에 비하면, 한국교회가 쏟는 관심은 미미하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환경문제는 소위 '잘 팔리는' 기사가 아니다. <뉴스앤조이>도 지난 행보를 반성하게 된다.

자크 엘륄 전문가 스트라스부르대학교 호뇽 교수는 10월 29일 '환경보호'를 주제로 <뉴스앤조이>와 인터뷰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가만히 있으면 우리가 맞이할 미래는 '보편화한 카오스'다. 외쳐 봐야 변하지 않는다고 가만히 있는다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엘륄은 희망(espoir), 절망(désespoir), 소망(espérance)을 말했다. 지금 우리는 희망이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이때 소망이 피어난다. 소망은 하나님에게서 온다. 세상이 끝나기를 기다릴 수만 없기 때문에 절망 가운데 소망할 수 있는 기독교인들이 움직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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