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집회가 매주 열리고 있다. 전광훈 목사가 주도하는 집회에서는 막말이 쏟아지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가 공동 주관하는 '문재인 퇴진' 집회가 11월 16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또 열렸다. 이번 집회도 역시 조롱과 욕설, 허위 정보가 뒤섞인 '아무 말 대잔치'였다. 집회를 이끄는 전광훈 목사(사랑제일교회)뿐만 아니라 무대에 서는 연사들도 하나같이 막말을 내뱉었다. 집회에 참여한 수만 명은 군가를 부르며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었다.

본행사 전부터 청년·여성·지역 대표들이 무대에 올랐다. 이들은 "동성애 때문에 부모들이 아이를 낳지 않고 있다"며 동성애를 옹호하는 문재인과 전교조는 해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광주에서 '섹스 파티'(퀴어 문화 축제 – 기자 주)가 열렸다. 동성애를 허용하면 수간, 근친상간, 소아 성애도 인정할 수밖에 없다"며, 이를 막아야 한다고 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연장하지 않는 문재인은 북한으로 가라", "주한 미군을 철수시켜 대한민국을 김정은에게 갖다 바치는 게 최종 목표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발언이 끝날 때마다 참가자들은 "주여"라고 외치며 탄식했다.

본행사를 알리는 예배가 시작됐다. 주최 측은 이날도 헌금을 거뒀다. 집회 실무를 맡고 있는 조나단 목사는 "파란 조끼를 입으신 분들께 헌금해 달라. 헌금을 드려야 하늘의 응답이 임한다"고 말했다.

목사들은 5분 간격으로 돌아가며 문재인 정부를 규탄했다. 심하보 목사(은평제일교회)는 "이 사람(문재인)은 윤리와 도덕관도 없다. 패스트트랙 넘어갈 때 차별금지법이 같이 통과되면 누구도 이 땅에 살 수 없다. 이거 통과되면 교회가 바로 설 수 없다. 바른 사람으로 살아갈 수 없다"고 했다.

코미디언 출신 신소걸 목사(순복음우리교회)는 "지소미아는 이 민족이 핵폭탄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한·미·일 공동 군사 정보 시스템인데, 문재앙이 이걸 폐기한다고 한다. 이래서 되겠는가. 나라 망가지기 전에 문재인을 끌어내려야 한다. 문재앙이 내려가라. 문재앙이 끌어내자"고 말했다.

'총살'이란 말도 나왔다. 강헌식 목사(평택순복음교회)는 "나라와 민족의 생명 안전을 보위해야 할 대통령이 안보를 해치고 군사력을 무너뜨리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전쟁 중이었다면 총살이다. 총살이다"고 지적했다. 강 목사는 "문재인 대통령 배후에는 거짓의 악한 영이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한국교회가 회개하고 기도해야 한다"고 했다.

김성로 목사, 전광훈 '찬양'
"다음 선거 끝나면
예수 믿는 사람 망하게 될 것
이왕 죽을 거 지금 죽자"

춘천 한마음교회 김성로 목사도 문재인 퇴진 집회에 동참했다. 이날 김 목사는 교인이 낸 헌금 5000만 원을 전광훈 목사에게 전달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이날 집회에는 김성로 목사(춘천 한마음교회)도 참가했다. 그는 한 교인이 헌금으로 5000만 원을 냈다면서 전광훈 목사에게 전달했다. 김 목사는 '혁명가', '대장군'이란 표현을 써 가며 전광훈 목사를 칭찬했다.

김성로 목사는 "나라가 다 무너지고 끝이 날 때가 됐다. 다음 선거가 끝나면 예수 믿고 주를 믿는 사람이 다 망하는 상황이 오게 된다. 이왕 죽을 거 지금 죽기를 원한다. 우리 전광훈 목사님 '혁명사령관'을 확실히 믿고, 마지막 가는 길에 주를 위해 나아가길 원한다. (중략) 여러분은 부활의 신앙으로, 죽어도 사는 존재인 줄 믿는다. 이 세상 누구도 어떤 정권도 우리를 막지 못한다. 혁명은 목숨 거는 자의 것이다. 함께 나아가자"고 말했다.

최근 "하나님이 문재인을 심장마비로 데려갈 것"이라고 말한 전광훈 목사는 이번에도 더욱 수위를 높였다. 전 목사는 "이번에 (문재인 하야) 서명이 1700만 명을 돌파했다. 3000만 명이 서명해도 안 나오면, 그때는 너 죽고 나 죽고다. 더러운 세상 안 살겠다. 후손들을 위해 너도 죽고 나도 죽자. 둘이서 권총을 가지고 같이 쏘기로 하자"고 했다.

전 목사는 "저 문재인 대통령 빨리 내려오게 해 달라. 잘못된 이념에 사로잡혀, 마귀 사탄에 사로잡혀 국가와 나라를 망가뜨리고 있다. 개인을 생각하지 말고 나라와 민족을 위해 빨리 내려오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전광훈 목사는 예배가 끝난 뒤 열린 국민대회 시간에 지소미아 이야기를 꺼냈다. 지소미아 연장 거부는 미국을 향한 '선전포고'라고 했다. 전 목사는 "강도를 점점 높여 미국에 맞짱 뜨려고 한다. 당장 이놈을 처단해야 한다"고 강변했다.

대통령에 반대하지 않는 국민을 끓는 물속 개구리에 비유하기도 했다. 전 목사는 "대한민국 국민은 개구리와 똑같다. 문재인이가 미국에 선전포고를 해도 가만히 있다. 자신도 모르게 적응이 됐다. 북한 김정은이가 20만 명을 데리고 서울시로 쳐들어와야 정신 차릴 건가. 결정적 사고를 못 치도록 반드시 끌어내자"고 말했다.

송영선 전 의원도 지소미아를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소미아는 한미 동맹을 지켜 나가는 경제와 군사력의 젖줄이다. 지소미아를 중단하면 1997년 IMF와 같은 사태가 터져도 미국 도움을 받을 수 없다. 지소미아를 연장하지 않으면 일본·미국과의 관계가 끝난다. 제2의 IMF가 오면 패망의 길로 가게 된다"고 했다.

이날 4시간 정도 이어진 집회는 청와대 행진으로 마무리됐다. '박근혜 탄핵 무효'를 주장하는 우리공화당 측도 행진에 합세했다.

집회가 끝나 갈 무렵 집회 참가자 수십 명은 전광훈 목사를 보기 위해 무대 뒤편으로 몰려들었다. 전 목사가 모습을 드러내자 "목사님"을 외치며 환호했다. 경호팀에 둘러싸인 전광훈 목사는 활짝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다. 전 목사가 탄 승합차는 사람들에게 박수를 받으며 빠져나갔다.

한기총과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가 주관하는 집회에는 수만 명이 참가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세월호 봉사자 향해 또 막말
신옥주 지지자들, 조용히 시위

문재인 퇴진 집회 참가자들은 이날도 세월호 전시관 봉사자들을 향해 욕설과 막말을 퍼부었다. 봉사자들이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및 책임자 처벌', '검찰 개혁' 문구가 담긴 피켓을 들자, 참가자들은 '빨갱이', '개자식' 등 육두문자를 쓰며 비방했다.

한 세월호 봉사자가 "빤스 목사 아웃", "전광훈 아웃, 전광훈을 체포하라"고 계속 외치자, 욕설을 퍼부으며 달려드는 참가자도 있었다. 미리 배치된 경찰 수십 명이 막아서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한편, 이날 집회 무대 뒤편에서는 '타작마당' 신옥주 목사를 지지하는 신자들이 조용히 시위를 진행했다. 바닥에 놓인 피켓에는 신 목사가 억울하게 수사와 재판을 받아 투옥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신자들이 나눠 준 '은혜로 소식지'에는, 은혜로교회가 이단 시비를 벗어나 정통성을 인정받았다는 글이 실려 있었다.

문재인 퇴진 집회 참가자가 세월호 봉사자들에게 항의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청와대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는 참가자. 뉴스앤조이 이용필
집회 참가자들이 전광훈 목사를 보기 위해 무대 뒤편에서 서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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